갱년기 시즌에는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혈관에 지방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여러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체중에 비해 체지방률이 높은 편이다. 인바디 검사 결과에 종종 등장하는 ‘마른 비만’이라는 표현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말랐는데 비만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 단어 조합처럼 느껴졌다.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서서히 높아지더니 결국 가벼운 지방간이라는 결과까지 나왔다. 갱년기 영향도 있겠지만 올라가는 체지방률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며 운동 목표가 달라졌다. 젊었을 때는 보기 좋은 몸매를 만들기 위해 선택적으로 운동했다면 이제는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운동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건강검진 결과에 ‘가벼운 지방간’이라는 문구가 적힌 순간 기존 운동량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때 마침 크로스핏을 시작하게 됐다. 약 3개월 동안 열심히 운동한 뒤 인바디 검사를 했더니 근육이 1.5kg 정도 늘어 있었다. 하지만 근육 증가에 비해 체지방 감소 속도는 기대보다 느렸다. 한 달 뒤 다시 측정했을 때도 마음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근육이 더 늘고 체지방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 읽은 책이 『적당히 잊어버려도 좋은 나이입니다』였다. 일본 노년내과 의사 가마타 미노루가 쓴 책으로 인생 후반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조언하는 내용이다. 건강 관련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었다. 그중 이런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근육이 늘면 활동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대사 효율이 좋아지며, 반년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지방도 서서히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체중 변화가 크지 않아도 지방이 줄어들면 몸은 더 탄탄해지고, 근력 운동이 노쇠 예방뿐 아니라 대사 증후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돌이켜보니 3개월 운동하고서 드라마틱한 결과를 기대했던 셈이다. 이후로는 인바디 검사를 자주 하지 않고 주 3회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6개월 정도 지나자 몸의 변화가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체중 변화는 크지 않지만 몸이 전반적으로 단단해진 느낌이다. 체중이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몸 상태가 달라진다면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고 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믿고 싶다.
곧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라 인바디 수치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숫자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생각이다. 체지방이 줄었다면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고, 혈액 상태도 좋아졌을 것이다. 결국 내 몸의 환경이 조금 더 건강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