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퇴직'이라는 불청객
나의 마지막 담당 조직은 그 어느 해보다 애착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을 하는 조직이었고,
회사에 새로 만들어지는 조직이었던 탓에 조직을 구성하고,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내가 직접 찾고, 인터뷰해서 뽑았기 때문에 시작부터가 애착이 달랐다.
구성원 면면을 들여다 보아도 전문성을 가진 분야도 각기 조금씩 달랐고, 성격이나 스타일도 조금씩 틀려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배울 것이 있었고, 재미가 있었고, 사람 사는 느낌이 물씬 느껴졌었다.
우리는 바쁜 틈을 쪼개 맛집도 찾아다니고, 생일 같은 대소사에는 항상 즐거움을 나누기도 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일을 통한 성장을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던 나인데 그해 연말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퇴직' 통보로 인해 그들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하게 되었다.
큰 아이 수능시험 전날, 전 팀원들이 내 방으로 갑자기 찾아왔었다.
쭈뼛쭈뼛 제일 선임인 친구가
"따님 수능 잘 보라고 초콜릿과 팀원들이 정성스럽게 카드를 적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정성스럽게 포장된 초콜릿을 나에게 드밀었다.
나는 순간 감동과 따뜻한 온기에 휩싸이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수능 날 나는 아이 때문에 하루 휴가를 낸 터라 "수능 지나고 밥 살게~~"라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었는데...
그게 공식적으로 그들과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다음 날 '퇴직' 발령이 나고 나서 몇몇 여자 구성원들은 많이 울었다고 한다.
'내가 세상을 헛살지는 않았구나...'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지금 일어난 이 현실이 나도 잘 정리가 되지 않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한 달여가 지났을까?
우리는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송별회'를 가졌다.
주고받는 소주잔과 함께 건네지는 아쉬움의 감탄사들이 시간 내내 반복되었던 것 같다.
대충 시간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팀장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에게 전달식을 시작했다.
내용과 물건을 보니, 회사의 경영층이 지난 28년의 수고에 대한 감사패와 소정의 상품권을 준 것을 팀장이 대신 전달해 주는 것이었다.
대략 액수를 따져보니 상당한 금액의 기념패와 상품권이었다.
한편으로는 나의 28년의 한 직장에서의 노고와 추억을 마지막에 함께했던 사랑하는 후배들 손으로 전달받고 축하받으니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찌 보잘것없긴 하지만 한 개인의 28년 인생의 노고를 축하해 주면서 변변한 자리도 없이 이렇게 택배 배달하듯 처리하는 회사의 모습에 한없이 실망스럽고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나의 과한 욕심일까?
정말 이게 최선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