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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Sep 04. 2021

잘 자

잘 자

큰누나 집에 있던 동화책 'Goodnight moon'이다. 어딘가 모르게 작가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멋진 작품인 것 같다

  "한숨 자고 나면 다 끝나있을 거야."

수술실에 따라 들어온 아이의 엄마가 수술대에 누워있는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차가운 모니터기의 알람 소리를 녹이는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어린 아이들이 수술을 받을 때에는 보호자가 수술실에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불안해할 수도 있으니 마취를 할 때까지는 보호자가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마취를 준비하는 의료진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수술실 가운데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엄마의 표정과는 대조적이었다. 의료진은 능숙한 모습으로 아이의 몸에 여러 장치들을 부착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고 마취제를 투입할 시간이 되었다.

   "이제 조금 자고 일어날 거야."

한 간호사가 아이에게 말했다. 곧 이어 마취과 의사가 마취제가 담긴 주사기를 집어들었다. 순간 옆에 있던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 자."


멀찍이서 아이를 바라보며 '저 아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하고 있었던 나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포근한 말이었다. 애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목소리와 머리를 쓸어넘기는 부드러운 손길.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단 한 사람만 건넬 수 있는 위로인 것 같았다. 별것 아닌 데에도 그 말을 들은 나는 눈시울이 붉어져 한동안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다가 문득 그 말이 떠올라 글을 적는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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