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있어야 봄도 있죠
2021년 10월 말, 한국에 입국하고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속이 텅 비고 허한 느낌이 들었는데 집에서 있으면서 된장국도 마시고 김치도 먹자 허함이 좀 사라졌다. 속이 든든한 느낌, 손 끝에서부터 따뜻함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쉬지 못하는 강박을 가진 것 같아'
쉬는 데 자꾸 불안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가뜩이나 해외에서 살다 와서 한국 경력이 없는데, 더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까지. 마음 놓고 쉬는 것도 능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괜히 채용 사이트를 들어가 보고, 직장인 커뮤니티를 쓱 보기도 했다.
참 이상했다. 왜 나는 내게 쉬지를 못하는 걸까. 쉬지 못하는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바탕에는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부족하니까 더 달려야지, 지금 이렇게 쉬어서야 되나. 싶은 마음이었다.
'괜찮아. 정말 고생했어. 일주일 정도는 쉬어도 돼.'
쉬어도 마음은 불안했던 이 시기에 배운 것이 있다. 토닥이는 말, 내가 충분히 쉬어도 된다는 말은 내가 나한테 해줘야 한다.
자가격리 기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력서도 쓰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고. 온전히 내 몸을 차곡차곡 따뜻함을 채우는 데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베트남에서 락다운 때문에 두 달 가까이 집을 나가지 못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심리적으로 많이 약해졌던 시기였는데, 우선 튼튼하고 단단하게 내 자신을 다지자는 생각을 했다.
찬바람이 불고 토지가 황량한 겨울의 시간에 맨몸으로 벌벌 떨며 바람을 맞서는 건 승산이 없다. 잠시 바람을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체력을 키워서 다시 올 봄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봄이 오길 기다리는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웅크리고 단단해질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