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빠진 동화 084
흥분한 말은 멈췄다!
말은 달렸다.
누구도 흥분한 말을 붙잡을 수 없었다.
"멈춰!"
산모퉁이를 돌아 달리는 말을 향해 큰 바위가 외쳤다.
하지만 말은 달렸다.
"멈춰!
제발 멈춰 봐."
다시 큰 바위가 말을 향해 외쳤다.
말은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멈춰 서서 큰 바위를 쳐다봤다.
'후후후! 후후후!
말은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어딜!
그렇게 달려가는 거야?"
하고 큰 바위가 물었다.
"헉헉! 헉!
자꾸만 그림자가 날 앞서가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림자를 따돌리려고 달렸어요."
하고 흥분한 말이 말했다.
"이런! 이런!
그림자에게 앞서가라 하면 될 것을 막았어.
그러니까
그림자가 앞서가려고 하지."
하고 큰 바위가 말했다.
"저는
달리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그림자도 날 이길 수 없어요."
하고 흥분한 말이 크게 말했다.
"이런! 이런!
세상에 이기고 지는 게 무슨 소용 있어.
나를 앞서가려고 하면
좀 길을 비켜주고 앞서 가게 보내주면 되잖아!
달리기 잘한다고 오래 사는 것 아니잖아?"
하고 큰 바위가 물었다.
"오래 살아요!
달리기 열심히 하면 건강해서 오래 살아요.
그래서
사람들도 열심히 운동하잖아요."
하고 말이 말했다.
"넌!
얼마나 살 수 있어?
한 오백 년 살 수 있을까?"
하고 큰 바위가 물었다.
"아마!
오십 년은 살 거예요."
하고 말이 말했다.
"오십 년!
겨우 그 정도 사는 주제에 죽을 각오로 달렸어.
이봐!
그림자 앞서는 꼴 막으려다 네(말)가 먼저 죽겠다."
하고 큰 바위가 말에게 말했다.
말은
자신이 어리석다는 걸 몰랐다.
하지만
달리기만큼은 일등 할 자신이 있었다.
말은
호흡이 안정되었다.
"큰 바위님은
얼마나 오래 사세요?"
하고 말이 물었다.
"나!
내 나이를 어찌 알 수 있을까?
아마도
기원전부터 이곳에 있었으니까
최소한 이천(2,000) 년은 더 살았겠지!"
하고 큰 바위가 말했다.
"와!
이천 년이나 살았어요.
혹시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
하고 말이 물었다.
"이런! 이런!
세상이 거짓말로 돌아가더니 진실을 말해도 소용없군.
난 말이야.
너의 엄마 아빠가 태어나는 것도 봤다.
너의 할아버지도 또 할머니도 태어나는 걸 지켜봤다.
네(말)가 태어나는 엄동설한 보름달 뜬 날도 난 기억한다.
내가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었는지 이야기하면 수천 년이 걸릴 거야."
하고 큰 바위가 말했다.
말은
큰 바위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가 태어난 걸 아는 큰 바위가 나이가 많은 것 같았다.
또 할아버지 할머니가 태어난 걸 알고 있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것이라 믿었다.
"큰 바위님!
오래 사는 방법은 뭘까요?"
하고 말이 물었다.
"오래 사는 법!
바위가 세월을 흘려보내며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것은 단순해.
내 밑을 봐!
그곳에 아주 작은 돌멩이가 나를 지탱해 주기 때문이야."
하고 큰 바위는 자신을 받들고 있는 작은 돌멩이를 가리켰다.
"작은 돌멩이!
저기 아주 작은 돌멩이 말하는 거예요?"
하고 말이 물었다.
"그래!
그 작은 돌멩이가 날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받쳐주고 있는 거야.
그래서 오래 살 수 있었어.
아마!
지금이라도 그 작은 돌멩이를 치우면 난 저 아래 낭떠러지로 굴러갈 거야."
하고 큰 바위가 말했다.
큰 바위는 자신을 받쳐주는 작은 돌멩이가 고마웠다.
"그렇군요!
자신을 지탱해 주는 무엇인가 있다는 게 큰 힘을 주는군요."
하고 말이 말하자
"그렇지!
너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를 우습게 생각하지 마.
그 녀석 말은 없어도 너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야.
항상 너와 함께 하잖아!
항상 너를 따라다니며 지켜주잖아!
항상 네(말)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란 걸 잊지 마!"
하고 큰 바위가 말했다.
말은
자신이 따돌리려고 한 그림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생성과 소멸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림자란 것도 알았다.
"삶이란
자신을 지탱해주는 무엇인가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말은 깨달았다.
큰 바위가 오래 사는 것을 알았다.
큰 바위를 지탱해주는 작은 돌멩이라는 걸 알았다.
"그림자야!
정말 미안하다."
말은 자신이 따돌리고 싶었던 그림자에게 사과했다.
말은 흥분된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말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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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김석영 화가 (카포레 전시장)
김석영 화가의 작품이 동화의 플롯이 되다!
저도 자신을 지탱해주는 것이 곧 글쓰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