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괴로움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서 나온다.
무슨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내 성향 때문에 요즘 내 남편이 고통받고 있다.
내 남편은 만족을 잘한다.
나랑 만나기 전에도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살았는데, 재혼까지 하고 나니 더더 만족해하면서 사는 것 같다.
"아니, 어떻게 그래?"
나는 만족하려고 애쓰는데 잘 안되는데.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보면 나는 만족을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이러니 그게 너무 괴로웠다.
친정엄마 건강히 살아 계시고,
오빠와 남동생과 살갑진 않지만 어려울 때 든든하게 잘 도와주고,
아들도 딸도 사랑스럽고,
좋은 남자 만나서 재혼까지 했고,
직장도 공무원이니 40대 여성에게 이보다 좋기 힘들고,
내 살 집도 있고 등등등
만족을 넘어서 오히려 자만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괴롭다.
괴로워할 이유가 없어서 더 괴롭다고 하면 너무 이상할까?
그런데 나의 이런 문제가 본능이란다.
그냥 인간 자체가 그렇단다.
그 유명한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는 동물"이라고 했고,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인간에게 "만족할 줄 모르는 재능이 있다"라고 했단다.
휴우... 나만 이런 게 아니라니 다행이다.
하긴 인간에게 이런 본능이 있으니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거겠지.
내가 최근에 주로 괴로웠던 이유는 남편을 만나고 나서였다.
힘들게 찾아 헤매던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으니 이제 행복만 남은 것 같은데, 그리고 분명 행복한데, 이상한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하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많이 괴로웠다.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를 해보았고, 그러다가 결국 하나를 찾은 것 같다.
그림도 그려보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노래 레슨도 받고, 테니스도 시작하고, 글쓰기도 하고 등등등
이렇게 많은 시도 끝에 찾은 게 상가 경매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만한 무언가.
이것도 언제 흥미가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무튼 공허함은 사라졌다.
문제가 너무 많고, 해결하려면 골치가 아프고, 돈이 들고, 이게 맞는가 의심도 계속 드는데,
그래도 이제야 내가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나는 이벤트가 계속 벌어져야 사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중이다.
평온하길 바란다는 내 바람은 진심이 아니었던 거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라는 사실을...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뭐든 하다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죽기 전에 나의 삶을 돌아볼 때 그래도 후회는 조금만 할 수 있도록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