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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Aug 11. 2024

미국 아빠일기 43편: 서울 한달살이 후기

썸네일용 베이비

최근에, 필자와 아내가 나고 자란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서 한 달 남짓 체류했다.

그러면서 느낀 이런저런 단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

정말 너무너무 더운 한 달이었다. 덥고 습하고, 비도 잦고, 여기가 홍콩인지 서울인지 모를 느낌이었다. 이럴 땐 어바인이 좋은데, 겨울에 서울을 와야 하는데, 아쉬웠다.


**

동네가 구축단지라서 그런 건지 뭔지,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노인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 말인즉슨, 하나 나이 또래의 다른 아기들을 보는 게 너무 힘들고, 마찬가지로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가진 비슷한 나이대의 육아 동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바인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어바인은 평일 오전에 놀이터를 가면 아기들이 많이 있다. 보모나 부모가 데리고 나왔으니 그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고, 하나도 다른 아기들과 같이 놀 수가 있는데, 적어도 오륜동에선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없었다.


잠실 롯데몰 4층 키즈코너를 가면 애들이 좀 있지만, 거긴 놀이터인 건 아니니까...


아마 어바인의 야외 놀이터를 대체하는 게 서울의 키즈카페겠지만, 키즈카페들은 일찍 열어도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그럼 오전 10시까진 뭐 하지? 7시에 일어난 아이와 10시까지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한국 부모들은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는 거지? 그리고 키즈카페는 유료인데, 모두들 그 비용을 부담하는 걸까? 아니면 핫한 놀이터가 있는데 필자가 못 찾은 걸까?


***

가족 중에 편찮으신 분이 있어서 서울을 들어왔는데, (불행히도)마침 한국의 의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몸이 아프셨다. 의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진짜 문제는 보험 수가가 비효율적으로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수가책정을 최적화하는 것과, 의사 공급을 늘리는 것은 병행되어야 하는 작업이지, 하나가 하나를 대체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닌 것 같다. 미국 의료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그리고 필자의 학문적 기반인 경제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수요와 공급을 전부 보다 더 시장경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쪽이 효율성을 올릴 것 같다.


정부에서도 이렇게 큰 반발을 예측하진 못했을 것 같고,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렇게까지 막장으로 치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 문제가 어떻게 끝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필자에게도 "공공의대"와 같은 정책이 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준 것 같다. 예전에는 도대체 이게 뭔 소리지? 싶었는데, 공공의대보다 더 효율적으로 의사공급을 늘리려는 정책의 반작용을 목도하고 나니, 그렇다면 공공의대란 방식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타워 크레인이 많은 도시는 경제가 활성화된 도시다,라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울에 오니 타워크레인 천지다. 집 근처에만 해도 둔촌아파트 재건축 현장이 있고 평화의 문 근처에 미성 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현장이 있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인천을 가다 보니 기흥 부근에도 공사가 엄청나다. 한국이 망한다 어쩐다 해도 아직은 괜찮은 걸까? 아니면 대한민국 부흥기의 마지막 불꽃인 걸까? 개인적으로는, 망한다 망한다 해도 한국은 앞으로도 꽤 오래 괜찮지 않을까 싶다.


*****

다시 마지막으로 돌아와서, 현재 이중국적인 하나가 한국과 미국에서의 삶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으로 선택하기를 바라야 하는 걸까? 1차는 필자가 사는 곳에 사는 게 최고일 텐데, 필자가 어디에 살게 될지도 모르는 현재이다. 그러므로 복권 당첨되면 어디에 쓸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쓸데없는 고민이긴 한데... 그래도 바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미국에서 자리 잡는 것에 무리 없이 성공했으면 한다. 경제도 경제인데, 육지의 크기의 관점에서도 큰 나라에 사는 것은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아무튼,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서 드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 봤다.

정리도 아니고 그냥 내뱉은 것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이런 글도 읽어주시는 누군가에게 감사드리고, 또 더 잘 쓰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도 든다.


이상 육아일기 43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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