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흘 뒤면 하나가 두 살 8개월이 된다.
최근 지난 두 달간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바빴는데, 특히 지난 3주일 정도 하나의 하원에 함께하지 못하고, 하원 후에도 놀아주지 못했다.
방에만 틀여 박혀서 컴퓨터만 하는 아빠를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나 했더니, 그런 날이 길어지자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 옆에만 있고, 아빠는 go away 하라고 했다.
그냥 며칠간 변덕으로 그러려니 하고 가만있었는데, 오랜만에 하원을 같이 갔더니, "아빠 오늘도 working 해야 돼?"하고 묻고는, "오늘은 내가 working 해서 (작업물을) 아빠 teacher한테 보내줄게 (그러니까 아빠는 지금 나랑 놀자)"라고 했다.
이 대화에서 미루어 짐작컨대, 아빠가 바빠서 같이 시간을 못 보내는 게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마음이 아팠고, 마음속 갈등이 생겼다.
일을 안 하고 같이 놀아주기만 하려면 실수령 100억 이상 상당의 복권에 당첨되는 것 외에는 길이 안 보이는데,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아기와 부모가 서로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합의가 될까?
심지어 복권에 됐다고 한들, 같이 놀아주기만 하는 무직백수 아빠가 딸에게 가장 좋은 아빠일까? 사회적 인정 같은 건 의외로 필요 없는 걸까? 등의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잘 설명하면 애기도 알아듣는다. 무조건 놀아달라고 떼쓰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엄마랑 잘 논다. 근데 그러면서도 아쉬움, 나아가서는 원망도 남는 것 같다.
그나마 재택근무자로서 장점을 발휘하는 것이 솔루션인 것 같아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원 때까지 업무효율을 최대로 올려서, 최대한 하원 전까지 하루의 일을 끝마치고, 남은 부분이 있다면 애기가 자고 난 다음 밤에 처리하자. 라는게 현재의 솔루션이다.
그런 식으로 또 일주일 정도 하원에 열심히 참여하고 하원 후에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날이 지속되니, 다시 아침에 내 품에 안겨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과 좋은 일꾼이 되는 것을 동시에 하려니 쉽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인 것 같다.
좋은 일꾼이 되는 건 좋은 아빠가 되는 것에 비해 인생에서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돈도 벌어야 하고 어느 정도 사회적 인정이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일인 것은 같다.
빨리 이 글을 마무리하고 또 일을 해야지 이따 하원 후에 놀아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육아부모들, 특히 워킹대디 워킹맘들 힘을 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