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진경 Dec 06. 2021

엄마랑 있으면 나는 행복해

 자려고 누워서 잠자리 독서를 하고 뒹굴뒹굴 대다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와 가장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이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M: 소은아, 요즘 힘든 거 없어? 소은이 가장 힘든 게 뭐야?


 다행히 아이가 딱히 답변다운 답을 내놓지 않는다. 나는 내심 안심하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M: 소은아, 우리 소은이는 언제 가장 행복해?


소은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S: 엄마.

(1초의 침묵)

S: 엄마랑 있으면 나는 행복해.


 나는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는 '엄마'라는 단어가 보석이라도 되는 듯 나직이 '엄마'라는 말을 내뱉었다. 호칭으로서 엄마를 부른 게 아니라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단어는 아이가 좋아하던 시크릿 쥬쥬도, 달콤한 아이스크림도 아닌 바로 '엄마'였다.


 그 순간 달리 어떤 말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가슴이 뜨거워져 아이를 안았다. 아이에게는 엄마와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인 것임을. 왜 나는 몰랐을까. 그리고 아이에게 많이 미안해졌다.


 나는 과연 아이와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낄까? 아이와 있는 시간은 어떻게든 버티고 비로소 혼자 있는 시간이 되어야 마음의 안도감이 들지는 않았던가? 아이는 매 순간 자신과 오롯이 시간을 보내는 엄마를 원하는데 나는 아이 곁에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았던가?


 아이에게 엄마랑 있는 순간이 행복한 시절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길까. 고작 3년? 어쩌면 3년도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유치원에 입학하고, 학교에 가면 아이는 또래와 있으며 행복을 느낄 것이고, 어른이 되어서는 사랑하는 사람,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을 느낄 것이다. 공부, 직장, 연애, 결혼 등에 밀려 부모는 점점 뒷전이 되겠지. 그리고 먼 훗날 나이가 들어 다시 엄마를 돌아본다 하더라도 그때 아이에게는 자신이 꾸린 새로운 가정이 있을 것이다. 결국 아이의 인생에서 엄마와의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이란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아무리 아이와 함께 있고 싶다고 사정하고 매달려도 아이는 내 품을 벗어날 것이다. 내가 나의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요즘 아이는 길을 가다 예쁜 돌멩이나 나뭇잎, 빨간 열매, 솔방울 등이 있으면 엄마를 주겠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걸 주워온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의 내가 그랬다. 맛있는 음식이 생기거나 소중한 것이 있으면 엄마에게 가져다주려고 한겨울에도 손을 주머니에 넣지 못하고 손바닥을 웅크린 채로 뭔가를 들고 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집에 있는 엄마에게 그걸 건네드리곤 했다. 그걸 받을 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지금의 나처럼 뭉클하고 기뻤을까?


 어린 시절에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은 어쩌면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보다 더 클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흔히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한다. 부모가 잘못을 해도 용서하고,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아도 부모를 바라본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이니까.


  유난히 예민했던 아이. 키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내 목숨을 바치다시피 하여 키운 아이. 그래서 늘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고, 늘 넘치는 사랑을 주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오늘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아이를 더 온몸으로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언젠가 엄마가 아이의 행복 순위에서 밀려날지라도, 엄마랑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아이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때까지는 더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야겠구나. 그리고 설령 언젠가 너에게 엄마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생긴다 하더라도 서운하지 않게, 지금 실컷 사랑하고 보듬어줄게. 사랑한다. 소은아.

이전 03화 아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