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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이 예민한 아이

촉각방어에 대하여

by 강진경

지난 글에서 청각방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글은 청각방어 못지 않게 우리를 힘들게 했던 촉각방어에 대한 이야기이다.


* 지난 글 참고(청각방어 이야기)

청각이 예민한 아이 (brunch.co.kr)


촉각방어란 접촉이나 촉각 경험에 대하여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촉각에 대해 예민한 아이들은 다음의 반응들을 보인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사람이 붐비는 장소를 싫어한다.

머리를 감기거나 자르는 것, 세수 및 양치, 손톱손질하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한다.

아주 작은 상처에도 극한 반응을 보인다.

잔디밭이나 모래를 맨발로 걷는 것을 거부한다.

특정 음식이나 재질의 음식만 선택적으로 먹으려 하며 음식들이 섞여 있는 것을 거부한다.

손에 물감이나 모래가 묻는 것을 싫어한다.


모두 소은이에게 해당되는 반응들이다. 처음에는 아이가 촉각이 예민한지도 몰랐었다. 두 돌쯤 되었을 때 모래놀이를 상자를 사주었는데 모래를 만지기는 커녕 모래만 봐도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모래놀이를 하자고 하면 울고 불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뒤 문화센터에서 몸으로 노는 미술수업을 신청했는데 소은이는 온 몸으로 거부하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용실에 한 번 데려갔다가 너무 자지러지게 울어 앞머리를 자르다 말고 중도에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때는 그냥 막연하게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예민한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감각통합에 대해 공부하고 돌이켜보니 소은이는 촉각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던 아이였는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아이도 부모도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그 당시 모래놀이나 물감 놀이와 같은 것들이야 부모의 의지로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었지만 머리감기와 세수, 양치, 손톱깎기 등은 일상 생활에서 안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정말이지 힘이 들었다. 아이는 머리를 감을 때마다 악을 쓰며 울었다. 얼굴에 물이 조금이라도 튀거나, 귀에 물이 들어가면 발작 수준으로 비명을 질렀다. 때문에 네 살 때까지 신생아처럼 아이를 안고 머리를 감겼다. 그냥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어른처럼 서서 머리를 감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샴푸의자나 샴푸캡조차 시도도 하지 못했다. 아이가 그냥 싫어서 우는 것이라면 감행을 했겠지만 단순히 싫어서가 아니라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무서워하니 어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어느 날은 너무 화가 나서 샤워를 하는 아이 머리 위로 물을 그냥 끼얹어 버렸다. 그 때만 해도 이렇게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뒤로는 '별 거 아니구나.'하고 아이도 적응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아이는 그 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겨 한동안 욕조에도 들어가지 못했고, 목욕은 커녕 손씻기와 세수까지 거부하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감당이 되지 않았다. 세수를 하려고 세면대 앞에만 서도 부들부들 떨면서 "나가! 나가! 나가!"하며 화장실에서 데리고 나갈 때까지 계속 소리를 질렀다.


매일 이런 일상을 반복하며 왜 우리만 이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워야 하나 절망감이 들었다. 한 번은 소은이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또래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머리를 감고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남들에게는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우리아이에게는 왜 안되는 것일까, 이 악몽 같은 시간이 대체 끝나기는 하는 걸까, 좌절감이 밀려왔다.


이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 과연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아이는 촉각에 대한 예민함이 모두 사라졌다. 악몽 같은 시간은 끝났고, 지금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머리를 감고, 모래도 만지고, 물감놀이도 좋아한다. 이게 부모의 노력으로 극복을 한 것인지, 시간의 힘으로 극복이 된 것인지 정확히는 알기 어렵지만, 내가 했던 아래의 방법들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를 위한 꿀팁>

1) 촉각이 예민한 아이는 힘들어 하는 감각을 차단시켜주세요.

아이마다 어떤 촉각을 힘들어하는지는 매우 다를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잘 관찰하여 어떤 감각에서 아이가 예민한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걸 알아차린 후에는 무엇 때문에 그 감각이나 행동을 싫어하는지 원인을 찾고 그런 상황을 최대한 피해주세요. 예를 들어 몸으로 하는 물감놀이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물감놀이를 강요해서는 안 돼요. 아이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임을 기억해주세요.


2) 아이가 감각에 집중하지 않도록 다른 활동으로 유도해주세요.

목욕 트라우마가 생겨 손씻기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아이를 다시 씻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목욕 환경을 아예 전환시킨 것이었어요. 당시 아이가 욕조에 들어가는 것조차 공포스러워했기 때문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 욕조를 새로 구입하고, 집에 설치할 수 있는 실내 풀장도 준비했어요. 목욕이 아니라 수영을 하자고 아이를 설득하며 수영복을 입혀 다시 물에 들어가게 했고요. 새로운 물놀이 장난감으로 아이가 물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도록 했어요. 이렇게 여러 차례 반복하며 물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사라졌어요. 머리 감기는 조금 더 오래 걸렸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성공했어요. 어느날 소은이와 연령이 비슷한 친구 집에 방문하여 함께 수영을 시켰어요. 머리에 물을 뿌리고 놀며 아이에게 머리감기가 아닌 머리에 물을 묻히고 노는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었어요. 물이 닿는 두려운 느낌을 즐거운 느낌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핵심 같아요.


<엄마를 위한 꿀팁>

1) 아이가 촉각과 관련된 활동을 거부하면 기다려주세요.

아이가 어려 말이 통하지 않는 시기에 손에 뭔가가 묻는 퍼포먼스 미술 수업이나 촉감놀이를 거부할 수 있어요. 그럼 엄마는 아이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화가 날 수도 있어요. 여기까지 힘들게 데려왔는데, 열심히 참여하는 다른 아이들과 자신의 아이를 비교하게 되죠. 그러나 아이가 싫어하는 것이든, 무서워하는 것이든 억지로 수업에 참여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엄마가 화를 내게 되면 아이는 특정 감각에 대해 더욱 거부감이 들 수 있어요. 계속 노출한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다른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아이의 반응역치를 높여주어야 해요. 반응역치가 낮다는건 그만큼 낮은 반응에도 아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니까요.


2) 감각이 예민한 아이를 이해해주세요.

촉각의 역치가 낮아서 감각적으로 예민하게 느끼는 아이들은 감각을 통증으로 이해한다고 해요. 즉 아이가 유난을 떨고 유별난 게 아니라 아이에게는 피부가 아린 느낌이 통증처럼 다가온다고 합니다. 아이가 말을 유창히 하던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이에게는 촉각에 대한 감각이 통증이나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것을 엄마가 이해한다면,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한결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요.


(Warm Insight by 캐나다 OT 젤라쌤 (tistory.com)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Photo by BenMoses M on Unsplash


* 다른 감각 문제는 아래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https://brunch.co.kr/@ella1004/115

https://brunch.co.kr/@ella100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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