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밖에 없는 내편이니까
가끔 전쟁이 일어난 나라의 영상을 접합니다.
허물어져 벽 일부만 간신히 남은 건물들,
피범벅이 된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울부짖는 사람들,
그 처절함에 안타까움이 밀려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은
피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커다란 눈에 맺힌 눈물,
순결한 볼을 타고 흐르는 핏물,
둘 곳을 잃은 손발을 볼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지켜주어야 할 어른들이 세상을 떠난 후
남은 아이들의 처지를 살필 때에는
분노를 넘어선 참담함이 심장을 휘감습니다.
전쟁은 몇몇 권력자들의 탐욕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언제나 힘없는 서민과 아이들입니다.
하찮은 땅덩어리와 썩어질 자원을 더 가지기 위해
아이들의 몸이 떨어져 나가는 비극을 우리는 왜
감내해야 할까요.
이념이든 종교든
폭력은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참혹한 전쟁터에도
한 송이 꽃처럼 희망이 피어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형이나 언니가 어린 동생을 감싸
가슴에 품는 모습 말입니다.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작은 가슴에
더 작은 몸을 묻는 일이 전부이지만 그 작은 품으로
동생은 위안을 얻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그들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편'입니다.
가족은 그런 존재입니다.
모든 것을 잃고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서로를 품어주는 이들.
막대기 하나 들 힘없어 그저 서로를
안고 피 묻은 손으로 눈물을 닦는 이들.
혹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더라도
조금이라도 덜 아프도록
한숨이라도 더 쉬도록
서로의 공간이 되어 주는 이들.
그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사실 인생도 보이지 않는 전쟁의 연속입니다.
마음을 준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사기꾼에게 속고 억울한 일로 일터에서 밀려나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전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잔인한 삶의 전장에서
가족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안식처입니다.
너덜너덜해진 서로를 가슴으로 품고
"괜찮아,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잘될 거야.
지금 힘들어도 내가 있잖아."
말해주는 사람. 등을 토닥여 품을 내어주는 사람.
가진 것 모두 힘센 이들에게 빼앗기고
세상의 허무와 절망이 영혼을 짓누르는 순간일지라도
너를 끝까지 안아줄게.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
내가 너의 숨 쉴 틈이 될게.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안아주는 관계.
그것이 가족 아닐까요.
내 편이라는 가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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