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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Nov 20. 2024

느낌표 찾으러 가는데요?

1분소설

 승아는 내게 느낌표를 찾으랬다.

그게 말처럼 쉽나.

어딜 가야 문장부호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지 누구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


 승아는 메신저 상에서 말끝마다 느낌표를 붙인다. 그에 반해 나는 어떤 메신저든 문장부호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타입이랄까. 그래서인지 내게 승아는 특이했다. 특이한 승아를 연락처에다 '느낌표'라 저장했는데, 그 느낌표가 때때로 나를 붙잡아 그에게 가닿게 만든다.

아마도 승아가 내게 남기는 느낌표가 늘 감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를 보며 감탄하는 승아.

나는 어쩌면 승아보다 그 감탄에 젖어 그에게 다가서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달 전부터 승아와 연락이 두절됐다. 먼저 찾지 않으면 닿을 길이 없는 친구들이 있는데 승아가 그런 부류였다. 그럼에도 승아를 놓지 못했던 까닭은 내 글을 제일 잘 읽어주기 때문이다.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승아는 글 읽는 걸 좋아한다. 과연 내 글을 읽는 시간도 좋았을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승아가 남겼던 그 느낌표가 단 한순간만큼은 진심인적 있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날, 그날은 승아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었다. 그를 알게 된 지 삼 년이 넘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폰을 켜서 승아와의 마지막 메신저를 확인했다.

- 유영, 잘 지내?

- 승아 맞니ㅋㅋ 와 네가 먼저 연락 오는 날이 오네 (손뼉 치는 고양이 이모티콘)

이런 내용으로 시작해서 한 시간 동안 드문드문, 잡다한 이야기의 메시지들이 오갔다. 여기까지는 평소의 우리다웠다.

 그러다 연락이 끊기기 직전즈음 승아는 자신이 살고 있는 경주에 나를 초대했다. 아직도 승아의 집에 가본 적이 없던 나는 이번엔 가게 될까 내심 기대도 해봤다. 그래서 무조건 갈 거라고. 꼭 가고 싶다고 답했다.

 그렇게 한 달 뒤 약속을 미리 잡게 되었다. 한 달 뒤 나는 경주에 가기로 했고 그 사실이 너무 기뻐서 캘린더에도 곧장 기입해 놓았다. 승아도 덩달아 신이 났는지 엑셀 파일로 여행 일정을 만들어 메신저로 공유했다.

  

- 유영아 근데 만약에. 내가 없더라도 이거대로 꼭 와주기!!ㅎㅎ

- 뭔 소리야 네가 없는데 내가 왜 가

- 그냥 해 본 말. 대신 부탁이 있어!! 네 느낌표 좀 찾아주면 안 돼?

- 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우리가 나눈 마지막 메시지이다. 그 뒤로 내 질문에 1은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승아에게 전화도 여러 번 걸어봤지만 계속해서 신호음만 갈 뿐이었다. 이것도 약속이라 할 수 있는지, 내가 거기에 가는 게 맞는지 여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 정도면 날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고. 요즘 유행하는 신박한 손절 방법이냐는 말도 나왔다.


*


 약속 당일이 되었다.

 모두가 말린 여행. 그럼에도 나는 그것을 관두지도,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흘려보내지도 않았다. 비록 승아를 보러 간 여행 속에 승아는 없지만 그가 계획한 일정을 따르다 보니 어느새 같이 걷고 있는 느낌이 났다.


 처음엔 나를 시장으로 이끌었다. 거기서 나는 국물 있는 쫄면을 먹었다. 이후에 oo동 oo골목에 가서 길고양이에게 츄르를 줬고 그다음엔 무덤과 무덤 사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정자가 보이니 그곳에 잠깐 앉자고 쓰여 있어서 그리 했다.

 근데 정자에 앉자마자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나는 절대 느낌표를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승아가 보고싶어서일까.

다음 일정부터 마지막 일정까지도 정해져 있다.


정해진 길이 있는데,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정해준 길이다. 근데 난 무엇을 못 찾을까 봐, 무엇을 찾고 싶어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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