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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Sep 19. 2022

캠핑 때문에 운동을 하게 되다니

저는 운동하는 것 아니 집 밖을 나가는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휴일이면 소파와 물아일체 되어 내가 소파인지 소파가 사람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찰싹 붙어있는 제가 캠핑이라는 체력 소모가 많은 격한 취미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 가끔은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긴 캠핑에서 텐트 설치 및 장비 배치가 끝나면 바로 자연 속에서 헬리녹스 선셋 체어와 합체한 상태를 가장 많이 유지합니다.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을 때도, 아이가 방방장에서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때도, 묵언 수행하는 스님처럼 묵묵히 고기를 먹을 때도 헬리녹스 선셋 체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운동 포함 몸을 쓰는 것을 멀리하던 제가 '더 늦기 전에 운동이라는 것을 해야겠다.'라고 결심한 계기는 올해 여름부터 텐트를 설치하는데 점점 힘이 들기 시작해서입니다. 평소보다 땀을 더 흘리고, 텐트를 설치하고 나서 기진맥진하는 제 모습과 낮은 캠핑장의 언덕을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하는 산악인처럼 가쁜 호흡으로 힘겹게 오르는 저를 보며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 캠핑을 계속하려면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아니 적어도 지금 체력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집 근처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가 봤습니다. 지하에 크게 자리 잡은 피트니스 센터였는데, 저는 그곳을 들어서자마자 넓은 센터 내부에 진열된 다양한 쇳덩어리 운동기구들을 바라보니 제가 마치 중세시대 역적 죄인이 되어 지하 감옥의 고문장에 들어선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제 기준입니다. 피트니스 센터는 현대인에게 다양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유익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연배의 아저씨가 러닝머신에서 씁하 씁하! 하며 가쁜 호흡으로 격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곳은 내게 피트니스 센터가 아닌 고문 센터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그곳을 탈출했습니다. 


그다음 찾아간 곳은 동네 뒷산, 오후 시간대라 그런지 어르신, 아주머니들이 그곳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며 여유 있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사이좋게 준비해 온 간식을 나눠 먹는 모습은 피트니센터에서 느끼지 못한 편안함이 느껴졌고 운동 기구의 난이도 또한 이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시간 (오후 3시경)에는 사람들이 많으니 야심한 시간에 음흉하게 혼자 헉헉대며 운동하기로 결심한 저는 그날 밤 11시가 되었을 때 물병 하나를 들고 은밀히 산으로 갔습니다. 역시 11시라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저 말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먼저 오후에 어느 할머니께서 여유 있게 허리를 천천히 돌리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시던 운동기구로 갔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발판에 발을 딛고 허리를 돌리는데, 예상대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격한 운동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중 걷기 운동기구에 도전했습니다. 이 운동 기구 역시 오후에 봤을 때 할머니들께서 몸을 기대 편하게 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조금 하다 보니 갑자기 다리가 쫙 벌어지며 사타구니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더 무서웠던 건 쉽게 멈춰지지도 않아 저는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몇 번을 한 뒤 간신히 공중 걷기 기구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속으로 공중 걷기 기구는 앞으로 더 많이 걷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결심하고 이번에는 한쪽에 길게 있는 지압길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바닥에 돌멩이가 박혀 있는 그 길 앞에는 "발은 제2의 심장"이라며 맨발로 지압길을 걷는 효과에 대해 아주 장황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스의 마지막에는 발을 닦을 수 있는 수도시설도 있어 약 20미터 정도 되는 그 길을 맨발로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돌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발바닥의 고통이 다리를 지나 척추를 타고라 전두엽까지 전신을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직립보행으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점점 저는 의도하지 않은 각기춤을 추며 목표로 한 수도시설까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발을 닦으며 이걸 매일 하면 '제2의 심장이 심장마비 걸릴 수도 있겠구나.'  하며 이 고통의 각기춤 코스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번에는 의자에 앉는 자세로 봉을 잡고 몸을 끌어올리는 운동기구를 하기 위해 앉았습니다.

(이름은 모르지만 이렇게 생긴 기구였습니다.)


등받이가 있는 편한 의자에 앉아 몸을 힘으로 들어 올리는 운동이라 그리 힘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아 반복 운동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어느 할아버지의 외침이 들렸습니다.


"그게 아니지! 그렇게 하면 운동이 되냐고!"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산신령 아니 할아버지께서는 저의 자세를 지적하시며, 기구에 앉으시더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자신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촤퐈! 촤퐈!" 


할아버지께서는 이상한 기합과 함께 저와 다르게 두 발을 공중에 살짝 띄우시고 봉을 잡은 손을 위아래로 반복하셨습니다. 그리고 기구에서 일어나시더니 자신이 한 번 봐줄 테니 제게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처럼 발을 바닥에서 살짝 들고 봉을 잡고 할아버지가 하신 것처럼 "촤파! 촤파!" 구령을 외치며 팔을 올렸다 내렸다 반복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께서는 "그게 아니지! 팔을 쭉쭉 뻗어! 그래야 운동이 되지!"라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팔을 쭉쭉 뻗으면서 하니 몇 개를 하지 않았는데, 팔의 모든 근육은 물론 허리까지 당기는 고통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 하지도 못하고 제가 일어서자 할아버지께서는 다시 호통을 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젊은 사람이 그거 몇 개 하고 일어나? 한 50개씩은 해야지! 다시 해 봐."


"50개요? 50개 씩이나요?"


차마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저 그러다 죽어요.'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다시 앉아 팔을 쭉쭉 뻗으며 "촤퐈! 촤퐈!" 하는 기합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옆에서 제가 반복하는 횟수를 세고 계셨습니다. "스물여섯.. 스물일곱... 마흔아홉... 오십!" 저는 뭔가에 홀린 듯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청춘의 힘을 보여드리겠다'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촤퐈! 촤퐈아아아아.." 하는 외침과 함께 오십 번을 채웠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래 이제 2분 쉬고 50개 더 해. 그래야 이게 운동이 되는 거야."라고 하셨습니다.


'아니 할아버지 짜장도 3분이 지나야 먹을 수 있는데 2분은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라고 하고 1분이라도 휴식 시간을 늘리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제게 "50개 한 번 더"라고 외치셨습니다. 


저는 평소 노인들을 공경하고 그들의 살며 쌓아오신 지혜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 할아버지를 공경이 아닌 공격할 수도 있겠다는 위험한 생각으로 "촤퐈! 촤퐈!"를 외치며 50회를 힘겹게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50개를 마쳤을 때 할아버지는 저보다 더 뿌듯한 표정으로 "봐. 하니까 되잖아! 이게 운동이라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누군가의 응원을 받으니 성취감도 더 커지고, 기분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번에는 곤장대처럼 생긴 윗몸일으키기도 해 보라고 하셨지만, 저는 오늘 운동 첫날이라고 말씀드리며 저거까지 하면 그 자리에서 실신해 내일 아침 등산객들에게 구조될 거라 말씀드렸습니다. 


할아버지께 제대로 운동시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내일 또 보세!"라는 무서운 인사와 함께 산을 내려오며, 캠핑을 오래오래 다니는 것이 이렇게 힘들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캠핑 오래 다니려면 운동해야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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