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과 선선해지는 가을을 제외한 캠핑하러 다니기 가장 적합한 계절인 여름과 겨울에는 주로 아들과 둘이 캠핑하러 다닙니다.
아들이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는 걸음마를 이제 시작한 아기였지만, 이제는 캠핑장의 지리적 위치, 방방장의 유무, 캠핑에서 먹을 음식 등을 꼼꼼하게 따지고 감히 아버지에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10살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아이가 빠르게 성장한 것처럼, 30대 때 캠핑을 시작했던 저도 이제 체력의 한계를 몸으로 느끼는 40대가 되었습니다.
처음 아이를 데리고 캠핑을 갔을 때, 아이 손을 잡고 캠핑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꽃의 이름, 풀의 이름,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저도 지금보다 머리숱도 많았는데....그리고 폴짝 뛰는 개구리를 보고 신기해하는 아들에게 개구리를 잡아주겠다고 언덕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잡아줬던 기억도 납니다.
다리에 상처는 났지만, 난생처음 개구리를 보고 좋아하던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못 해줄까?" 합니다.
캠핑장에서 항상 제 손을 잡고 꼭 잡고 다니고 제가 없으면 불안해하며 "아빠, 아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던 아들이 유치원에서 큰 형님이 되었을 무렵 슬슬 방방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덩치가 큰 초등학생 형, 누나들이 무서웠는지 항상 제가 근처에 있길 바랐고, 저도 아이가 방방장에서 다리를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뛰는 모습을 바라보며 귀엽기도 하고 뒤뚱거리다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들과 함게했던 캠핑이 항상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왔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8살 되던 해 여름, 둘이 캠핑을 갔을 때 저희 텐트가 있는 데크로 아빠를 부르며 신나게 달려오다 데크 모서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발가락을 크게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발가락에서 피가 말 그대로 철철 나오고 아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피를 보고 놀란 아이가 큰소리로 엉엉 우는데, 저는 "괜찮아? 괜찮아?" 라는 말만 계속하고 비상약을 준비했음에도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다행히 옆 사이트에서 지켜보시던 저희처럼 아이와 함께 오신 어머니께서 달려오셔서 고맙게도 제가 해야 할 응급치료를 해주시고, 우는 아이를 달래며 한 시간가량 운전해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간단하게 치료를 마치고(다행히 발톱이 완전히 빠지지는 않고 거의 들려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집에 가자고 했지만, "아빠 나 괜찮아! 놀 수 있어. 하나도 안 아파." 이러며 다시 노는 아이를 보며 흐뭇한 마음으로 "쟤는 정말 노는데 환장한 아이구나. 넌 엄마를 닮았어 분명히.."라고 생각했습니다.
방방장에서 친구, 형, 누나들과 노는 것에 재미를 붙인 아이는 이제 캠핑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빠와 정반대의 성격으로 변했습니다. 작년부터는 제가 방방장 근처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아빠! 저리 가!"라며 저를 텐트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노심초사 불안한 마음에 멀리서 바라보면 다행히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를 졸졸 따라다니던 아기 같았는데, 벌써 이렇게 많이 컸구나 합니다.
그렇게 아이가 방방장에서 놀 때 (저는 사이트를 주로 방방장이 보이는 곳을 예약합니다.) 듣고 싶던 음악도 작게 들으며, 맥주를 마시며 주변을 바라보거나 책을 읽을 여유도 생겼습니다. 하는 일이 책과 관련된 것이라 캠핑에서는 죽어도 책을 안 보려 했는데, 막상 캠핑장에서는 딱히 할 게 없네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친해진 형, 동생, 친구들을 저희 텐트로 초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캠핑장에서 사귄 친구를 처음 데리고 오던 날 긴장한 표정으로 제 눈치를 보며 "아빠, 나 친구 사귀었는데 우리 텐트로 초대해도 되?" 라고 묻던 아이는 이제 캠핑장에 오면 자연스럽게 "아빠 나 친구 데려왔어!" 라며 새로 사귄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과자도 나눠 먹고, 게임도 합니다.
캠핑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착하고 예의 바르며,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처럼 보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보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편인데, 게임 캐릭터를 자랑하는 아이도 있고, 얼마 전 산 장난감을 자랑하는 아이도 가끔 어떤 아이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요즘은 저도 캠핑장에서 아들이 친구를 사귀어서도 돌아오면 그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재미에 푹 빠진 거 같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완벽한 제 외모를 보고 약간 겁을 먹기는 하지만, 제가 먼저 그 아이에게 칭찬해주면 아이도 저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마치 친한 삼촌을 대하듯 편하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칭찬이라고 해도 별것 없는게, 과자를 잘 먹는 아이에게는 "넌 정말 과자를 맛있게 먹는구나, 아저씨는 과자를 이렇게밖에 못 먹는데." 하며 인상쓰며 먹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게임을 열심히 하는 아이에게는 "와! 넌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다. 아저씨는 핸드폰을 1분 이상 집중해서 못 보는데." 뭐..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 놀러 왔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기 텐트로 돌아가고 아들과 둘이 남았을 때 저희 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합니다. 예전에는 주로 제가 아들의 학교생활, 게임, 친구들 이야기를 물어봤는데, 이제는 아들도 좀 컸다고 저의 어린 시절을 묻기도 하고 아빠가 하는 일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정말 다행인 건 아들이 제게 "저도 커서 아빠 하는 일을 할래요!" 라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들아 절대 문과는 안된다. 너는 반드시 이과에 가야 해.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아무리 네가 내 눈에 흙을 집어넣더라도 문과는 안돼!
밤이 되어 둘이 잠이 들 때 이제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는 아들을 보며 "이제 얘도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잠든 모습이 아직 아기때 모습이 조금 남아있는 아들의 모습만 봐도 세상을 모두 가진 것 같은 미소가 지어지는 저를 보며, "아들은 커서 아버지가 된다"는 어떤 영화의 대사처럼 저는 아이와 캠핑하며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빠, 엄마 아이들하고 캠핑 많이 다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파파캠이든 맘캠이든 아이를 혼자 데리고 다니면 몸은 힘들지만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은 즐거워집니다.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