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피킹 공부는 따로 있다!
토익 700 또는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스피킹은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이전까지의 메거진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 정확도를 떠나서 영어로 말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림.
▷ 우리의 최우선 목표: 영어 문장을 만드는 속도인 Fluency를 향상.
▷ Fluency가 낮은 원인: ① 영단어를 떠올리는 연상과 ② 연상한 단어를 재배열하는 조합 속도가 느림.
▷ 해결책 기준: 1시간 동안 영어 문장을 스스로 몇 개나 만들어 보았는가? =x값 최대화.
지금부터는 Fluency 향상을 위해 3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겠다.
메거진 이름에 걸맞게 3가지 방안 모두 국내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
오늘은 국내파 영어회화 첫 번째 학습법,
한→영 스피킹을 살펴보겠다.
한→영 번역은 한글만 보고 영어로 스피킹 하는 연습이다. 준비물로는 영어 스크립트와 한글 스크립트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제대로 학습했다면, 아래 예시에서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본 학습은 두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Step 1. 영어 스크립트 읽기
영어 스크립트 "Love yourself~"를 소리 내어 읽는다.
특히, 매끄럽게 읽지 못하는 부분은 반복해서 읽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Step 1의 목적은 영어를 입에 익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 영어를 5번 정도 소리 내어 읽어보시길 바란다.
Step 1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영어 스크립트를 막힘 없이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여기서 스피킹 학습을 끝낸다. 그도 그럴게, 여기서 무얼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영어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는 포인트가 "소리 내어서 반복하세요!"이지 않는가?
그러나 Step 1은 스피킹 학습의 워밍업에 불과하다. Step 1은 그냥 소리 내어 읽기 연습이지 스피킹 연습이 아니다.
진짜 스피킹 게임은 Step 2부터 시작된다.
Step 2. 한→영 스피킹
이제 한글 스크립트만 보고 영어로 말해보는 연습을 한다. 직접 해보시길 바란다. 아무런 버퍼링 없이 영어로 말하였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왜 그럴까?
Step 2. 한→영 스피킹의 목적은 영어 문장을 입이 아닌 머릿속에 익히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스스로 영어 단어를 떠올려보고 그 단어들을 영어 규칙에 맞게 조합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한→영 스피킹 시, 영어 문장을 스스로 머리를 굴려서 만들게 된다. 실제 외국인과 만나서 스피킹할 때처럼 말이다.
따라서 진짜 스피킹 공부는 Step 1이 아니라 Step 2이다. 60분을 공부한다면 55분은 Step 2에 쏟아부어야 한다.
Step 1과 Step 2의 차이점
Step 1이나 Step 2나 겉으로는 어쨌든 말을 하기 때문에 둘 다 스피킹 공부처럼 보인다.
그러나 Step 1에서는 입만 뻥긋 뻥긋할 뿐 결코 머리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장 만들기의 필수 과정인 연상과 조합 연습을 하지 않는다.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보지 않는다.
따라서 백날 Step 1을 파도 읽기 능력은 올라갈지언정 스피킹 능력은 제자리걸음이다. 머리를 애써 굴려 문장을 만들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수학 문제를 (한글 스크립트) 답지 보고 (영어 스크립트) 베끼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반해, Step 2에서는 답지가 없다. 수학 문제를 직접 풀어내야만 한다. 머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영어 문장을 만들 수밖에 없다.
Step 2를 반복하면 문장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즉, 우리의 최고 목적인 Fluency, 영어로 말하는 속도를 향상할 수 있다.
Step 1. 영어 스크립트 보고 읽고 끝낸다면 읽었던 문장을 실제 대화에서 말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 도리가 없다. 문제를 풀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영어 원서를 영어로 술술 읽는다고 실제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확실한 건 Step 2에서 한글만 보고 영어로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면 실제 스피킹에서도 그 문장을 유창하게 말하지 못한다.
반대로 한→영 스피킹을 매끄럽게 한다면 실제 스피킹에서도 공부한 문장을 빠르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한→영 스피킹은 수학 시험과 같다. 시험 100점 맞으면 그만큼 개념을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단 뜻이다. 반대로 30점 맞으면 엉망진창으로 공부했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한→영 스피킹은 공부한 영어를 실제로 스피킹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스피킹 점검 장치이자 시험이다.
기억하자. 실제 스피킹 시에는 눈 앞에 영어 스크립트가 펼쳐져있지 않다.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한→영 스피킹 학습을 통해 3가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Fluency 향상
영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Fluecy를 끌어올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영어로 말하는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왜냐하면 한→영 스피킹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영어 문장을 반복해서 만들어 보기 때문이다. 한글 스크립트라는 문제를 영어로 풀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연습해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아래와 같다.
[한글만 보고 말했을 때 영어 문장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
◎ 첫 연습 [5초]
It is...important...to stay...positive...because...beauty comes from...the inside...out.
◎ 두 번째 연습 [3초]
It is important...to stay positive...because beauty comes from...the inside out.
◎ 세 번째 연습 [1초]
It is important to stay positive because beauty comes from the inside out.
학습자의 현재 레벨, 학습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한→영 스피킹을 반복하면 결국 위 문장을 영어 스크립트 없이도 빠르게 말하게 된다.
나아가 아래와 같이 비슷한 구조를 가진 문장도 더 빠르게 말할 수 있다.
∙ It is important to get stronger and stronger.
∙ It is impossible to look good with these sunglasses.
∙ It is not difficult to feel grateful for a small thing.
왜냐하면 한→영 시험을 통해 It~to 부정사, 2 형식 (동사+보어) 문법 규칙 적용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위 문장들은 개별적인 단어만 다르지 문법∙조합 규칙은 완전히 똑같다.
positive, come from과 같은 파편적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개별 단어에 가려 보이지 않는 문장의 기저에 깔려 있는 문법 규칙 체화가 더 중요하다.
한→영 스피킹을 통해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문법을 능력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비유하자면, 책으로만 배운 헬스 이론을 적용해서 실제로 트레이닝을 해보는 것과 같다.
2. 더 큰 Chunk 형성
Chunk란 덩어리란 뜻이다. 한→영 스피킹을 통해 더 큰 Chunk를 형성할 수 있다. 예시를 보자.
[Chunk 개수]
◎ 첫 연습 [9개]
It is / important / to stay / positive / because / beauty / comes from / the inside / out.
◎ 두 번째 연습 [5개]
It is important / to stay positive / because / beauty comes / from the inside out.
◎ 세 번째 연습 [2개]
It is important to stay positive / because beauty comes from the inside out.
위와 같은 과정으로 반복할수록 Chunk가 점점 커지게 된다. 하나의 Chunk를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읽게 된다.
그 결과로 첫째, 연상해야 하는 Chunk의 수가 줄어든다. 둘째, 자연스럽게 조합해야 할 Chunk의 수도 줄어든다. 따라서 영어 문장을 만들어 내는 속도가 빨라진다.
결론적으로 Chunk 크기의 증가는 또다시 Fluency 향상으로 이어진다.
3. 자가 첨삭
부차적인 효과로 자신의 틀린 영어를 스스로 고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태까지 '안에서 밖으로'를 from inside to outside이라고 스피킹 했다고 치자. 아니 애초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고 치자.
한→영 스피킹 시 정답지인 영어 스크립트를 확인하기 때문에 '안에서 밖으로'에 해당하는 맞는 영어가 'from the inside out'을 배울 수 있다.
게다가 개별적으로 from the inside out을 외우는 것보다 이렇게 문맥 속에서 배우는 게 영단어 학습에 더 효과적이다.
1.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영어, 한글 스크립트 자료만 있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학습 방식이다. 튜터, 학습 장소, 어학 기기 아무것도 필요 없다. 학습 의지만 있으면 된다.
지하철 오며 가며, 화장실에서, 자기 전에 얼마든지 틈틈이 할 수 있다.
2. 배운걸 바로바로 스피킹으로.
'영어 공부를 하긴 하는데, 어디 써먹을 데가 없어서 자꾸 까먹어요.' 한 번쯤 해본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한→영 스피킹 시에는 공부한 영어를 바로바로 써먹게 된다. 영어 공부 후 한글 스크립트라는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운 걸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체화할 수 있다.
한글 스크립트 자체가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방이다. 배운 영어를 실제로 써먹어 볼 수 있는 원어민 친구이다.
영어와 한글 스크립트가 분리돼있기만 하면 뭐든 좋은 학습자료가 될 수 있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는 영화, 미드이다. 한글 자막, 영어 자막을 나눠서 다운로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자막을 워드에 복사해서 프린트하면 된다.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리딩 차원에서 90% 이상 이해가 될 정도로 자료가 쉬워야 한다. 만약 리딩 이해도가 그 이하라면 그만큼 리딩과 어휘 공부에 쓸데없는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학습 자료는 아래 ⌜한→영 스피킹 학습 자료 리스트⌝ 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한→영 스피킹 시 막힘없이 술술 영어가 나와야 한다. 영어 스크립트로 읽었을 때와 비슷한 속도로 스피킹이 나와야 한다.
◎ 나쁜 예
It is...important...to stay... positive... because... beauty comes from...the inside...out.
◎ 좋은 예
It is important to stay positive because beauty comes from the inside out.
첫 번째처럼 말하면 다시 공부해야 한다. 여전히 영어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학습자마다 출발선, 학습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자료를 가지고 특정 시간을 정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학습 도달 결과는 같다. 한글만 보고 영어로 바로바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 것과 책을 쓰는 것 중 뭐가 더 힘들까? 후자이다. 하루에 책 한 권을 읽을 수는 있어도 책 한 권을 쓸 수는 없다.
이처럼 무언가를 단순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일이 더 귀찮고 시간도 많이 든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여태까지 영어를 읽고 듣기만 했다. 스피킹을 공부한답시고 큰 소리로 영어를 반복해서 읽었지만, 결코 스스로 머리를 쥐어 짜내서 문장을 만들어 보지는 않았다.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머리가 아프더라도 단순히 읽고 끝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영어 문장을 창조해보아야 한다. 책을 직접 써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한→영 스피킹이다.
오늘 글이 이론이었다면, 다음 글에서는 실제 자료를 가지고 한→영 스피킹을 실제로 적용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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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심규열 소개
100% 국내파 영어 스피커.
제대로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 회화되더랍니다.
3년 동안 다녀본 회화 스터디만 얼추 50개.
열심히는 했지만, 대부분은 시간 낭비.
긴 길을 빙빙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소중한 자원 낭비 없이, Fluency 80% 이상 도달할 수 있도록,
최고 효율의 영어회화 학습법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