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는 행위는 지나친 행운이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나는 그 놀라운 행운에 너무 괴로웠다. 나를 알아주라는 세상을 향한 메아리, 나지막이 올라오는 아지랑이, 사소한 낙서 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여기 사람 있다고 외치지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자신을 알려야 할까. 수없이 쌓아둔 제 마음속 이야기들을 풀어낼 곳이 없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왜 세상은 이리도 불공평할까.
글을 쓰는 이들은 무거운 책임을 어느 정도 다 느낄지도 모른다. 자신의 글 속에 등장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자신의 단어로 담아내지 못하는 지워진 사람들에 대한 부채의식 말이다.
너무 긴 밤이 시작되고 있다. 하늘에 새겨진 별의 수만큼이나,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해안을 두드리던 파도의 횟수만큼이나 수많은 이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누구는 더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어떤 이는 더 일찍 잊힌다. 여기 사람 있다는 말.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