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는 이유
너무 열심히 살다 보면 갑자기 확 지치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하루를 마칠 준비를 하려 침대에 걸터앉자마자 올라오는 이 취기를 막을 재간이 내겐 없다.
어지럽다. 막연하게 산 것 같다. 인생은 얄궂게도 열심히 살았다 싶으면 잘못 산 것 같을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는지 두리번거려야 할 시간이 온 것일까.
무엇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은 이제 저 멀리 달아나버리고, 나는 무엇을 꼭 해야만 하는가, 궁금증만 증폭되어 뭉게뭉게 커져간다. 마음만 늙은 아이야.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
기준도 없이 밑그림도 없이 빙판을 미끄러져가는 순백의 물체처럼, 떠있는 듯이 그러나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을 미끄러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