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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티제 Oct 24. 2021

가족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프롤로그

 장황한 개인사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가족을 인터뷰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엄마였다. 엄마와 나는 세대 차이 이상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살고 있었다. 깊게 이야기를 나눠 보면 서로 이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마음먹고 엄마 얘기를 들어 보며 대체 왜 한 번도 연애나 사랑 따위 해 보지 않은 사람처럼 꽉 막힌 말만 하는지 이해해 보고 싶었다.


 엄마를 인터뷰하려다 보니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졌고, 그렇게 판이 커졌다. 우리 가족 모두를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가족들을 인터뷰하는 것에만 30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고, 인터뷰 내용을 푸는 데에는 그 배의 시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이야기들 엮느라 또 배의 시간을 쏟는 중이다. 


 내가 그 노력을 하면서 인터뷰한 우리 가족은 나까지 총 4명이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우리 엄마(정미)와 아빠(정선). 그리고 K-장녀인 나, 남동생인 정훈이. 지금부터 우리 가족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잠깐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 짧은 자기소개를 먼저 올린다.


짧은 자기소개


 -1990년: 뭔가 대단한 것이 될 줄 알고 태어난 K-장녀


 -1991~2년

 : 무섭게 생긴 사람을 보면 울면서 라면을 찾았다고 함. 외출을 했다가도 라면 먹으러 집에 돌아온 적 많음. 

 : 종일 엄마랑 대문 앞에 앉아 책을 읽었음. 그때 읽었던 책은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세상 온갖 공주 이야기  


 -1993년: 갑자기 남동생이 생김. 외할아버지를 빼고 모든 사람들이 남동생만 좋아했음.


 -1994년 

 : 5살. 위와 같은 이유로 여전히 동생이 싫음(귀엽고 순진한 얼굴을 한 채 나를 곤경에 빠뜨리고는 했음.)

 : 유치원에서 팬티만 입고 수영했던 수치스러운 기억이 있음.

 : 선생님이 시켜서 같은 반 친구와 뽀뽀함. 그 뒤로 뽀뽀한 친구와 초‧중학교를 함께 다니게 되어 볼 때마다 약간 민망했음.


 - 1995년 

 : 경제적 사정으로 유치원을 그만두고 피아노 학원에 갔음

 : 학원에서는 날마다 간식으로 붕어빵을 줬음. 다만 나는 붕어빵을 싫어했음.

 : 선생님께서 내가 붕어빵을 먹지 않는다며 조롱함. 피아노에 대한 흥미를 잃음. 이 선생님만 아니었으면 지금도 피아노를 꽤 잘했을 확률이 높음.


 - 1996년 

 : 어쩌다 부자들이 많은 유치원에 다니게 됨

 : 그런데 우리 집은 가난했음. 그래서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았음.


 - 1997~2002년 

 : 초등학생. 조용한 관종이라 임원을 도맡아함. 

 : 유독 나를 예뻐하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심. 그 뒤로 외할머니도 돌아가심.

 :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집에 와서 감을 먹으라고 했는데 그걸 거절했음. 아직까지 후회하는 일 가운데 하나임. 그냥 먹을걸. 

 : 2002년 내 인생 최고의 월드컵. 태어나서 처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심장이 뛰었음. 그런데 딱히 나만 그랬던 건 아님. 


 - 2003~05년 

 : 중학생. 갑자기 성격이 바뀌며 조용하지 않은 관종이 됨. 여전히 임원을 도맡아함 

 : 사춘기라서 그런가,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내 성격도 참 이상했음.


 - 2006년~08년: 수능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야 노래방의 참 재미와 기능을 알게 됨(?).


 - 2009년: 대학교 새내기. 90년에도 사람이 태어났냐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됨.


 - 2010년 

 :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감. 개방적인 그들을 보고 스스로가 유교걸임을 알게 됨. 

 : 인생 최초로 반년쯤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됨.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났을 때 두 분이 모두 늙은 것 같았음. 외할머니 이후로 다시 한번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함. 


 - 2011~12년: 취업 준비. 대학교 인간관계에 큰 회의를 느낌. 인생은 혼자. 


 - 2013~21년 

 : 눈물 흘리며 회사 다니는 중. ENTJ라 그런지 어느 순간 주변을 보면 나 혼자 일 다 하고 있어서 미칠 뻔한 적 한 두 번이 아님.

 : 그래도 행복이 뭔지 좀 알 것 같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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