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회원님께 업라이트 로우를 양측성 운동(양측성 운동은 왼손과 오른손을 같이 움직이는 운동이다)으로 지도했다. 운동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신 회원님께서 업라이트 로우를 하시는데, 왼팔과 오른팔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 팔씩 동작하는 운동도 아니고 회원님께서 고의적으로 양팔을 다르게 움직이려고 하시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좌우 날개뼈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중요한 점은 회원님께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셨다. 뒷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한 뒤 영상을 보여드리고 나서야 좌우 비대칭을 알게 되셨다.(업라이트 로우는 싸이의 ‘나는 완전히 새됐어.’의 안무처럼 다리 옆으로 펴져있는 팔꿈치를 위쪽으로 당기는 운동이다)
이런 좌우 비대칭을 회원님의 과거 이력을 소개하면서 신경가소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회원님께서는 과거에 운동을 하시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치셔서 6개월 이상 치료도 받으시고 재활도 받으셨다. 이를 계기로 회원님께서는 오른쪽 어깨에 대해 이성적으로나 감각적으로나 예민해지셨다. 자연스럽게 오른쪽 어깨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셨고, 그 최대한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 움직임이 학습되셨다. 결과적으로 왼팔과 오른팔 모두 나의 팔인데도 불구하고 뇌의 신호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업라이트 로우라는 같은 동작을 취하게 되더라도 움직이는 방식이 좌우가 다른 것이다. 이를 회원님께서 알고 계셨든 모르고 계셨든 이 방식은 강화되어 왔다. 회원님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회원님의 오른쪽 날개뼈는 ‘익상견갑’이라는 날개뼈 기능부전을 갖고 계셨다. 왼쪽 날개뼈는 그렇지 않으신데 말이다. 뇌에서 같은 신호로 날개뼈에 보내는데 다르게 움직이다니, 정말로 신기하다. 보다 정확하게는 회원님의 오른쪽 팔은 뇌의 신호를 적절하게 받지 못하는 ‘불통’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불통 상태는 종국적으로 근력의 좌우 비대칭에 영향을 준다. 회원님처럼 왼쪽 어깨는 뇌의 신호를 제대로 이해해서 적절하게 움직이고 오른쪽 어깨는 그렇지 않다면 왼쪽과 오른쪽의 근력의 차이도 점차 벌어진다. 악순환인 것이다.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좌우 근력의 대칭을 잡으려고 하기보다 불통 상태를 개선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좌우 근력의 차이가 불통에서 시작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통 상태를 먼저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상태가 불통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난제이다. 여기서부터는 지식이 필요하다. 어떤 움직임이 뇌의 신호를 적절하게 받아들인 것이고 어떤 움직임은 그렇지 않은지 분별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식적으로 분별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움직임을 느껴보는 것이다. 불통 상태인 근육이나 관절에서는 어떤 근육을 사용해서 움직이고 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고 힘을 쓰기가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반면에 뇌의 신호를 잘 받아들이는 근육이나 관절은 어떤 근육을 사용해서 움직이고 있는지 보다 명확하게 느껴지고 불통 상태인 근육과 관절에 대비해서 힘을 쓰기가 쉽게 느껴진다. 또는 운동을 반복할수록 불통 상태인 근육이나 관절은 그렇지 않은 근육과 관절에 대비해서 통증을 쉽게 느끼고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불통 상태인 근육이나 관절은 주변 근육, 관절과 협응력이 떨어져서 관절이 불안하다. 또한 협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특정 근육이 과도한 힘을 쓰게 되어 통증이나 부상을 당할 염려가 높다.
따라서 운동을 할 때에 한쪽 근력이 약하다고 근력만 더 보강하려고 하다가는 다치기 십상이다. 근본적인 원인이 근력에 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불통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력을 보강하는 것보다 근육과 관절의 조절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조절이 용이한 근육과 관절은 그렇지 않은 근육과 관절보다 근력이 더 좋고 더 유연하다. 그러므로 불통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육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서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이 왼손보다 더 강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오른손의 근력이 더 강한 것은 아니다. 오른손을 왼손보다 더 잘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잘 사용한다는 것은 근육이 더 잘 제어되고 주변 근육들과 협응력이 좋다는 것이다.
조절능력이 떨어지고 뇌의 신호를 적절하게 받지 못하는 쪽은 천천히 운동하면서 조절 능력을 키우고 적절한 움직임을 만드는 신경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 부분이 개선되었을 때 불통 상태는 개선되고 좌우 비대칭은 대칭으로 변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소개한 회원님도 이렇게 지도하여 차차 좋아지셨다. 처음에는 오른쪽 날개뼈를 제어하는 근육들을 감각적으로 느끼지 못하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기 시작하셨다. 더 기쁜 소식은 오른쪽 어깨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어깨를 다쳤던 기억으로 인해서 움직이기를 꺼려하셨었는데, 근육의 감각이 깨어나고 어깨를 조금씩 움직여도 괜찮다는 것을 느끼신 것이다. 나의 두 눈으로 새로운 신경 회로가 생성되고 강화되는 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제삼자가 봤을 때 좌우 비대칭이 개선되고 회원님 스스로 느끼기에도 감각적으로 개선됨을 말씀해 주셨었다.
어떤 러닝 유튜버 분께서 뛸 때 코호흡에 대해서 강조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무 빨리 뛰기 때문에 코로 호흡하는 게 어려운 거예요. 조금만 천천히 뛰어보세요. 운동효과가 충분히 있습니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나, 이런 내용으로 말씀하셨다.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결과를 빨리 얻고 싶어서 무리하는 바람에 되려 원치 않는 결과들을 얻는 것이 아닐까? 또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만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