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끊임없이 불행을 향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남자 주인공은요?”
“이제 곧 세 번째 정원으로 갈 거야.”
“주인공의 ‘성장 게이지’가 조금 올라갔어요.”
“훗,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양상이 다르잖아요. 첫사랑 소녀를 안아주지 않은 것처럼, 이번엔 모든 잔디를 다듬었어요.”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첫사랑 소녀를 안아주고 얼마 안 가서 더 큰 상처를 안겨주는 게 우리가 아는 주인공이지. 잔디를 다듬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게 바로 우리가 아는 주인공이고.”
“분명히 변화하고 있어요.”
“잔디가 뭔지도 아직 모르는 애송이야.”
“누군가 개입했을 가능성은요?”
“그것도 예의주시하고 있네.”
“예의주시? 신도 예의주시란 걸 하나요?”
“후후후… 오늘은 자네가 재밌는 소릴 많이 하는군. 걱정 마. 만에 하나 스레쉬홀드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컴프레서보다 강력한 리미터가 작동하게 되어있으니까.”
“역시 이번에도 예측 범위 안에 있다. 이건가요?”
“늘 그래 왔듯, 앞으로도.”
“어쩌면 끊임없이 불행을 향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관점의 차이지. 모든 게 불행에서 시작한 걸 수도 있으니.”
“불행에서 시작해서 불행으로 끝난다?”
매의 눈을 가진 남자가 머리 위의 원반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불행에서 불행으로. 그게 우리가 하는 일 아니겠나? 불행과 불행이 만나는 순간, 시작과 끝은 의미가 없어지지. 불행에서 시작해서 불행으로 돌아오는 영원(永遠)의 원을 그리는 거야. 그게 곧 행복이자 절대미(美)야. 내가 창조한 완벽한 시스템이지. 아우구스티누스는 틀렸어. 영원이란 건 점(點)이나 무한(無限)의 선(線)이 아니야. 원(圓)이지.”
“수 천 년 동안 봐 온 일이죠.”
“자네가 수 천 년 동안 걱정해 온 일이기도 하지. 자넨 참 한결같고 부질없어.”
“이 정원 안에 있는 한, 지식은 얻을 수 있어도 마음의 성장은 멈춘다.” 매의 눈을 한 남자가 말한다. “마음의 성장은 멈춘다...” 뾰족한 수염을 한 남자가 그의 말을 되뇐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네.”
"라-호루스-아텐!" 뾰족한 수염을 가진 남자가 말한다.
"라-호루스-아텐!" 매의 눈을 가진 남자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