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가 좋아졌다. 갈 곳 없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한동안 안정감을 느꼈다. 사람이 쏟아지는 거리에서는 주머니에 머리를 박고 숨고 싶을 때도 있었다. 오늘이 그랬다. 헝클어진 마음은 얽힐 대로 얽혀있고 입 안이 자꾸 말랐다. 누구 손이라도 잡고 싶은 날. 온갖 기분을 안고 집에 오니 강아지가 나를 반겨줬다. 고작 두 시간 집을 비웠을 뿐인데도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래, 너는 내가 만질 수 있는 행복이었지.
고마워.
나 반겨줘서 고마워.
내가 뭐라고.
꽉 채운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어 감기 걸린 마음을 하나씩 꺼낸다. 베개만 한 몸으로 이런 간절한 사랑 줄 거면 너 무지 오래 살아야 해. 냄새로 내 발자국을 세어 보는 작은 몸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구멍 난 마음은 이렇게 또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