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외장재를 찾아서

엄마의 집짓기

by 귤껍질

“벽돌이 우리 집 건축비 중에 제일 비싸. 고르는 것도 제일 어려웠어. 갤러리인데 아무거나 쓰면 안 되잖아 엄마아빠가 고민이 진짜 많았지."


집을 지으면서 가장 비용을 많이 쓰고 고민을 많이 한 것이 외장재인 벽돌이다. 처음부터 벽돌이었던 것은 아니고, 노출 콘크리트였다가 스테인리스 스틸이었다가 하며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외장재는 건물의 외부 마감을 말한다.


천안집을 새로 짓기로 마음먹고 엄마와 틈만 나면 예쁜 카페를 돌아다녔다. 수다 떨 겸, 맛있는 것 먹을 겸, 다른 카페 인테리어 참고할 겸 다양한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는 야심 찬 나들이었다.


놀러 나가서도 엄마는 천장 높이를 정해야 할 때는 언제 챙겼는지 가방에서 거리 측정 기계를 꺼내서 시도 때도 없이 바닥에 두고 높이를 쟀고, 바닥재를 고를 때는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 바닥만 보고 다녔다. 창을 내야 할 때는 핀터레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창을 모아놓고 거리를 걸으면서 이 카페에 검은 창틀이 아니라 회색으로 하면 어떨지 묻고, 저기 길 건너의 다른 카페는 창틀을 없이 만들었다며 코멘트를 달아줬다.

엄마의 가방 한구석에 항상 자리잡고 있었던 거리 측정 기계

그렇게 하나하나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마다 엄청난 몰입과 집중으로 탐색하고 발품을 팔아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 그중 외장재를 결정하는 과정이 가장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을지로나 문래, 성수 등 핫플레이스의 트렌드를 따라 노출 콘크리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외장재를 고민하고 있는데 천안의 모나무로라는 카페가 큰 인사이트를 줬다. 건물벽이 스테인리스 스틸이라서 주변의 풍경을 반사해 냈는데 이 점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물을 만들고 싶었던 엄마 마음에 꼭 들었다. “나 너무 멋진 카페를 찾았잖아. 큰 딸 오면 꼭 같이 가고 싶어.”라고 몇 번이나 말하는 엄마를 따라 방문한 모나무로는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울 정도로 스뎅이 확실히 포인트가 되어주고 있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stain 얼룩이 less 없는 steel 쇠라는 말로 녹슬지 않는 쇠라고 한다.


노출 콘크리트 예시
모나무로 사진


그때부터 스뎅의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한 엄마는 코엑스 건축박람회도 가고, 강남 건축자재 사무소들에도 가서 다양한 외장재를 구경하고 비교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는 아무래도 이벤트스럽고 빛을 반사해서 눈이 편하지 않은 점, 모나무로가 이미 상징적으로 사용했고, 옆집 등 주변 풍경을 비추는 것이 마냥 장점은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하기로 했다.


그다음으로 마음이 간 소재는 벽돌이었다. 아무래도 이전 집이 벽돌 기반이라 서로 잘 어우러질 것 같고, 핀터레스트에서 본 편안한 느낌의 고급스럽고 깔끔한 흰 계열 벽돌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재 겸 창고 역할을 했던 컨테이너에 책장을 만들 때 천안 건축자재 매장에서 나무 판 사이에 댈 벽돌을 구매한 적이 있었다. 이때 경험이 좋았어서 다시 그 벽돌 사장님께 방문해서 이런 벽돌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냐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건 주로 북유럽의 벽돌이라며, 아주 비싸다고 덧붙였다.

벽돌로 만든 간이 책장
해가 든 책장의 모습

그러면서 가지고 계신 것 중에서 비슷한 느낌이 나는 벽돌을 여러 장 보여줬다. 그중에 베이지 톤이 돌며 고급지게 희고, 단면이 예쁜 벽돌이 눈에 들어왔다. 한 장에 2천 원, 붙이는 비용도 장당 2천 원으로 그 자체로도 비싸고 잘 붙지도 않는 돌벽돌이었다. 수입을 해와야 하는 북유럽 벽돌만큼은 아니어도 가격이 꽤 비싼 편이었다.


단면이 특이해서 수제 제작한 것인지 물으니, 옛날에 노출 콘크리트 형태로 지어졌던 건물을 부술 때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철거 전 건물 벽을 활용할 수 있는 순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벽돌 사장님이 벽의 단면을 벽돌 모양으로 잘라두었다. 스토리를 들으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벽돌이어서인지 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뒤에도 마음에 드는 벽돌을 찾아봤지만 좋은 첫인상과 벽돌에 담긴 스토리의 효과는 강렬했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선택하게 되었다.


엄마는 주로 아이디어를 내고, 아빠는 현실적으로 검토를 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장당 700 원하는 벽돌도 있는데 그 세 배인 2000원짜리를 쓰자는 말에 아빠의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한 세대 사용하고 말 집, 땅 팔 때 땅값 떨어지게 하는 집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계속 쓸 수 있고 땅값을 올려줄 수 있는 집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니 아빠를 설득했어. 비용 조달하느라 아빠가 맘고생 많이 했지.”라는 엄마의 말에서 벽돌을 정하기까지 얼마나 두 분이 많은 고민과 논의를 거듭했을지 느껴졌다.

천안집 벽돌 모습

돌벽돌은 잘 굳지 않아 하루에 2줄 정도 쌓을 수밖에 없고, 굳는데 3시간은 필요해서 비가 올 것 같으면 작업을 쉰다. 그러다 보니 다른 벽돌이면 금방 끝날 것이 몇 주씩 걸리는 작업이 되었다. 지금은 다 쌓고 사이에 매질을 채우고 있는데, 벽돌이 다 쌓아지면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제외한 집 틀을 짜는 일은 마무리된다.


철거될 때 그 쓰임을 다하고 사라질 뻔했던 벽돌이 사장님과 엄마를 거쳐 다시 쓰임을 부여받는 과정을 보며 뭐든 제 역할에 맞는 자리가 있고, 그곳에 가져다 두면 자신의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모를 건물의 벽면이었던 벽돌이 이제는 우리 집 외장재로써 역할을 하면서, 멀리서도 돋보이고 편안하면서 동시에 우아한 멋이 나는 집에 되게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벽돌 사이 매질 채우는 모습






keyword
이전 07화카눈이 와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