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왜 나이 어린, 아랫사람이 먼저 해야만 하는 걸까.
집에 들어온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낯 모르는 아저씨에게 싸가지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이 엄마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이유인즉슨 어린놈의 새끼가 어른놈의 새끼를 보고도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까지 가정교육을 운운하며 고압적으로 굴었다는 것.
듣고 나니 지난 금요일 아침이 떠오른다.
출근해 자리에 앉으려는데 옆자리의 한무식이 의자에 몸을 반쯤 기댄 채 양팔을 의자 팔걸이에 척 올리고서는 못마땅한 낯빛으로 빤히 쳐다봤다.
"???"
"아무 말이 없길래요."
"금방 들어오면서 인사했는데요?"
"하나도 안 들려서요."
긴말 섞고 싶지 않아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귀를 파든가, 보청기를 끼든가. 들렸든 안 들렸든 당신이 먼저 하면 어디 덧나니. 털 나?' 언제부터인가 갑질하는, 권위적인 인간들을 볼 때면 ‘어디 가서 무시만 당하고 사는 인간인가. 돈, 서열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인간인가.’싶은 반감만 든다.
이십 대 때는 돈 많고 직급 높은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고 부럽기부터 했다. 삼십 대 때는 그런 갑질과 권위질이 직장의 근속 문제와 직결됐기에 상당한 위력으로 다가왔고 사십이 넘은 지금은 그런 부류들이 한심하고 못나 보이다 못해 나보다 모든 것이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우습게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부러울 수 있는데, 가만히만 있어도 대단한 사람이란 걸 알아줄 수 있는데 왜 그렇게 가만있질 못해서 거만을 떨고 오만한 짓을 하고 교만을 부려서 꼴같잖은 인간으로 추락하는지 모르겠다.
존경받고 싶다면 존경받을 짓을 하고
존중받고 싶다면 존중받을 짓부터 좀 하고 보자.
나이는 유세의 무게가 아닌 연륜의 무게이고
서열은 권위가 아닌 경륜의 본이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언젠가 다 죽을 우리인데. 사는 동안 대충 적당히 좀 내려놓고 살면 어떻겠냐. 인사 그거 누가 먼저 좀 하면 어때. 입술이 뭐 불어트기라도 한답니까. 이가 막 옥수수처럼 털리기라도 한대? 혓바닥이 뭐 막 홍해처럼 갈라지기라도 한대요?
인사 그까이 거 그거 어른이 먼저 하다 보면 아이들도 점차 마음 열어 반갑게 할 거고요. 윗사람이 먼저 하다 보면 아랫사람이 멋쩍고 죄송스러워서 더 잘하게 될 겁니다. 뭘 그렇게 자꾸 받아먹으려고만 해요. 헛배 부르고 쪼잔하고 못나 보이게.
그래도 안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