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자 Jan 15. 2024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집에 들어온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낯 모르는 아저씨에게 싸가지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화가 난 엄마가 있다. 이유인즉슨 어린놈의 새끼가 어른놈의 새끼를 보고도 인사하지 않았다며 내릴 때까지 가정교육을 운운했다는 것.


인사는 왜 나이 어린, 아랫사람이 먼저 해야만 하는 것인가.


나도 지난 금요일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욕설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처구니없는 경우였다. 출근해 자리에 앉으려는데 옆자리의 한무식이 의자에 몸을 반쯤 기댄 채 양팔을 의자 팔걸이에 척 올리고는 못마땅한 낯빛으로 빤히 쳐다봤다.


"???"

"아무 말이 없길래요."

"금방 들어오면서 인사했는데요?"

"하나도 안 들려서요."

'귀를 파든가, 보청기를 끼든가. 들렸든 안 들렸든 당신은 먼저 하면 어디 덧나니. 털 나?'


긴말 섞고 싶지 않아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갑질하는, 권위적인 인간들을 볼 때면 ‘어디 가서 무시만 당하고 사나. 돈, 서열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인간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꼴같잖은 갑질과 우습기만 한 권위질 따위는 자행하지 않을 테니까.


어릴 적엔 돈 많고 직급 높은 사람들이 일단 대단하고 부럽기부터 했다. 이삼십 대 때는 그런 갑질과 권위질이 상당한 위력으로 다가왔다. 사십이 넘고 오십을 바라볼 나이가 된 지금은 그런 부류들이 한심하고 못나 보이기만 하다. 심지어 모든 형편이 나보다 좋아 보이는 이들에게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갖을 때도 있다. 인격적으로 존중 정도는 해주되 존경만은 해주려야 해줄 수 없는 인간들이 참 많다.


반면 가만히 있는데도 고고한 아우라가 풍기는 이들도 있다. 겸손에 겸손을 거듭함에도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이들이 있고 추레한 차림새에도 닮고 싶은 구석을 지닌 인물들도 있다. 이처럼 자연히 우러나는 존경과 존중을 받고자 한다면 나이는 유세의 무게가 아닌 연륜의 무게이고 서열은 권위가 아닌 경륜의 본이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죽을 인간들이여. 우리 대충. 적당히 좀 내려놓고 살아갑시다. 인사 그거 누가 먼저 하면 어떻습니까. 입술이 불어트기라도 한답니까. 이가 막 우수수 털리기라도 한대요? 혓바닥이 막 뭐 홍해처럼 갈라지기라도 했대요? 위상이 땅바닥에 우르르쿵쾅 떨어지기라도 한답니까?


인사 그거 어른이 먼저 하다 보면 아이들도 점차 마음 열어 반갑게 할 거고요. 윗사람이 먼저 하다 보면 아랫사람이 멋쩍고 죄송스러워서 더 잘하게 될 겁니다. 뭘 그렇게 자꾸 받아먹으려고만 해요. 헛배 부르고 쪼잔하고 못나 보이게.


그래도 안 하면? 열 번 하고 백번하고 천번 만번 해봐요. 그래도 안 하면? 가르쳐야겠죠. 그래도 안 하면? 흠… 나는 그냥 기본도 안 된 인간으로 간주하고 일찍이 마음 접으렵니다. 그 정도면 할 만큼 한 거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의 완성은 결국, 돈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