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90년대에 학교를 다니신 분들이라면 기억이 나실 것이다. 외국인의 입모양을 앞과 옆에서 보면서 단어를 아주 또박또박 읽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사실 나쁜 방법은 아니다. 다만 이것만 통해서는 혀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부분이 아쉽다. 무료로 발음을 공부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유튜브에 충분히 많이 있다. 또 샤론 강 선생님이 지은 발음을 부탁해 시리즈도 유용하다. 직접 발음 코칭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래도 몇 십만 원의 비용을 선듯 지불하기 어려운 것도 이해한다.
그런 경우는 나의 귀를 날카롭게 여는 것이 또 관건이다. 제일 좋은 것은 직접 녹음해서 듣는 것이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선정한다.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 이유는 발음이 매우 정확하고 또렷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과장되었다 싶을 정도로 선명하다. 거기서 쉬운 단어를 몇 개 선정해서 읽어보고 녹음해서 들어본다. 그렇게 원래 영상의 소리와 내가 녹음한 소리를 비교해 본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비교군은 많다. 표준 발음 표본은 온라인에 많이 있다. 역시 유튜브에 널린 것이 발음 영상이다. 또 구글이나 네이버 사전만 해도 발음을 제공한다. 다만 네이버 사전의 경우는 이용자 참여라고 해서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발음들이 함께 나온다. 주로 앞에서는 표준 발음들을 제공하지만 간혹 사용빈도가 낮은 단어들의 경우는 바로 이용자 참여 발음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내가 인지하는 소리와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나는 피아노 연습을 하다가 알았다. 혼자서 연습을 할 때는 스스로 보정효과가 발휘된다. 조금 못 치거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적당히 잘 넘어가고 만족하는 것이다. 그런데 녹음해서 들으면 정말 적나라하게 들린다.
물론 가끔은 이 조차도 보정 필터가 자동으로 작동해서 못 쳐도 잘 친 것처럼 들린다. 그렇기에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것이다. 혼자서도 악보는 볼 수 있지만 하나의 곡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피아노 선생님의 레슨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한국어 모음과 자음의 소리가 영어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그리고 이제는 혀와 입술의 위치가 어떻게 차이 나는지 확인한다. 낯설어도 그렇게 발음을 해 보고자 노력해 본다. 모음만 22개의 소리가 있다. 모든 발음의 모든 모음 소리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 위주로 연습할 수는 있다. 또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소리가 실제와 다른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r과 l소리가 그렇다. rehearsal은 한국말로 리허설이라고 하는데 실제 발음은 뤼이허얼써에 가까운 것이다. beer는 [비이얼]인데 '비어'라고 하고 Bill은 [비어으]에 가까운데 '빌'이라고 쓰니 우리도 모르게 음소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이미 갖고 있게 된다. 이 부분을 고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면서 모음에 익숙해지면 짧은 구문으로 넘어간다. 짧은 문장도 괜찮다. 다만 두 단어씩 연결해서 연습해 본다. Tom runs in the morning.이라는 문장이 있다면 Tom runs를 먼저 이어서 말해 보는 것이다. 타암 뤄언z즈를 반복해 보고 runs in를 이어서 말해 본다. 뤄언z즈인이 뤄언z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습한다. in the를 연습하고 the morning을 연습한다. 다음으로 문장을 덩어리로 나눠서 또 연습한 후에는 문장 전체를 소리 내어 읽어 본다. 여기서는 강조해야 할 단어의 부분에 힘을 준다. [탐 런즈 인 더 모닝] 이렇게 동일한 길이로 또박또박 읽어서는 전달이 되지 않는다. '타, 뤄, 모올'을 조금 더 크게, 나머지 '아암, 언z즈, 인더, 닝'은 상대적으로 작게 된다. 그리고 그 연결이 또 자연스럽게 커지고 작아져야 한다. 음악용어로는 크레셴도와 데크레센도가 자연스럽게 되어야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글로 적어놓으니 '발음 따위 때려치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말로는 조금 더 간단한 것을 글로 풀어서 적으니 적는 사람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lady'라는 단어도 [레이디]가 아니라 [을레이리이]에 가깝다. 여기서 [을]은 아주 들릴 듯 말 듯, [레이]는 크게, 그리고 [리이]는 작지만 확실하게 옆으로 찢어주면서 발음을 한다. 그러니 Ladies and Gentlemen은 [레이디스 앤드 젠틀멘]이 아니라 [을레이리이 쌔앤 줸터어멘]에 가깝게 된다. L소리는 앞에 나올 때와 뒤에 나올 때 달라지기에 그렇다.
발음의 위치만 익힌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어디에 강약이 들어가는지 그 억양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기에 크게 할 부분과 끊는 부분도 함께 귀를 열고 익히도록 노력한다. 한 문장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 제일 좋은데 유튜브에 역시 이런 영어 영상들이 정말 많이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계속 듣고 따라 하면서 그 리듬감을 몸에 익히도록 자꾸 해 보면 어느 사이 늘어나는 것을 알게 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정말 서서히 익숙해진다는 사실을 경험한 사람이 바로 나다. 피아노를 배우러 가면 늘 듣는 소리가 박자를 정확하게 치라는 것이었다. 운동을 못하는 몸치 박치가 몸을 사용하는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하다 보니 된다는 것을 정말 알게 되었으니, 나처럼 심각한 몸치가 아닌 다른 분들은 훨씬 잘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무를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외국어를 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듣기를 제대로 안 하고 그 발음과 말하기를 제대로 익히지 못해서 그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