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67.
-나는 너가 내 생각 맞추는 게, 제일 신기했어. 정말 초능력이라도 쓰는 줄 알았잖아.
-너는 티나.
-너가 하도 그러길래 난 진짜 그런 줄 알았지.
-다른 사람들은 아니래?
-응, 다른 사람들은 나보고 표정이 없어서 무섭대. 무슨 생각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그냥 하루종일 보고 있었으니까. 초능력 같은 게 아니라.
-그랬어?
나에게는 나쁜 습관이 하나 있다. 숨겨야 했을 말은 숨기지 못하고, 숨기지 말아야 할 말은 어금니 사이에 깨물고 숨겨버리는.
-그랬다는 거지, 그렇다는 건 아니야.
-또 선 긋는다.
-우리 이제 그런 사이 아니잖아.
-야.
-너도 티나.
-나는 그렇게 표정을 잘 숨기는 타입이 아니라.
-알면서 말은 왜 그렇게 해.
-모르겠어. 그냥 헷갈려서.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럽잖아.
-뭐가 헷갈리는데?
-그냥 다. 2년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내 일상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구는 것도 그렇고, 너가 나랑 같은 마음이었다면, 왜 그 2년을 비워뒀는지도 모르겠고. 다른 마음이었으면, 이제 와서 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헷갈리는 거면 다행이다.
-그게 내 가장 큰 후회였거든.
-살면서 후회를 남기면서 사는 편이 아닌데, 그건 후회되길래.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서.
-나 되게 애쓰고 있어. 그렇게 안 보인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니까 헷갈리면, 그냥 헷갈리는 상태로만 있어. 일부러 밀어내려고 하지 말고.
-그럴게라고 해야 되는 거야?
-평소였으면 그랬을 텐데, 이번엔 아니야. 부탁하는 거거든.
-응, 그럴게.
마피아 두목처럼 험악하게 인상을 쓰고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지원이의 부탁은 일종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거절하고 싶지 않은 제안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응, 아무것도 모르겠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한국은 오늘 비가 많이 왔다고 들었어요. 여기도 장마 시즌이라 비가 엄청 오는데, 우산을 안 가져와서 홀딱 젖었지 뭐예요.
오늘 제가 추천해 드릴 노래는
크러쉬-가끔입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온한 하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