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와 내가 동시에 자라는 시간

서로 크는 이야기

by 난나J

근 10년을 넘게 글을 쓰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듯 글이랑 담을 쌓고 살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바로 나였다.

힘들단 이유로, 지쳤단 이유로, 쉬고 싶단 이유로-

어쩜 내가 가장 좋아하던 그 일을 놓고, 나는 아이들을 품에 가지고, 낳고,

키우는 일에만 몰두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몰두라는 단어를 쓸만하진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오늘도 내 의도대로 움직이지도 않으며 소리를 빽빽 지르는 첫째를 앞에 두고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비음을 쓰며 '00아~~ 아이 예뻐' 하다가

급 짜증 난 표정으로 가슴속 소리를 온통 다 모아 '야! 나는 뭐 소리 못 질러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하며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의 헐크를 만나는 경험을 하다 보면. 난 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강한 자괴감이 들긴 한다.


2016년 9월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2019년 5월 둘째 아이를 출산하게 된,

그 이전까진 한 번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던 83년생 지영이(?)는

2020년 현재 일과는 잠시 담을 쌓고 있다.


그런데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난 지금의 내 자리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다.

처음 시한부를 선고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을 처음에 인정하려 들지 않듯,

나도 처음에는 다른 모든 나의 지위를 내려놓고 획득해야 하는

'엄마'라는 타이틀을 받아들이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감히 꺼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제일 사랑했던 '일'을 내가 제일 사랑하게 된 '아이'와 맞바꿔야 했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기도, 되돌리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체력적인 부침이 나를 힘들게 할지언정,

두 아이와, 남편과, 이렇듯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며 산다.


우리 두 아이가 큰 만큼 내 마음 역시 조금씩 크고 단단해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인가 조금씩의 기록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서로 큰다'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

첫째의 이름을 '서아'로 둘째의 이름을 '로아'로 지었다.

둘 이름의 첫 글자를 따면 '서로'

서로 이 험한 세상에 서로 의지하며 서로 사이좋게 평생 친구 하라는 뜻이었다.

(요즘 자꾸 첫째가 둘째의 이름을 '윤서'라고 바꿨다며 윤서라고 불러댄다. 이를 어쩌지?)

우리 두 아이가 크는 이야기,

그리고 두 아이 덕에 내가 커진 이야기.

그런 육아 이야기들을 담아보고 싶다.


어릴 때 가끔. 엄마에게 서운한 것이 있을 때, 엄마는 나를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키우셨을지

그런 순간순간의 마음들이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그럴 때 그 마음들을 기록해둔 무언가가 있었다면

나는 엄마에게 조금 다를 수도 있었을 거다.


이 이야기는, 아이와 내가 '서로 크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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