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에 말고 부모 자식 간에
원래도 어려웠던 육아였지만
요즘 곧 10대가 되어가는 첫찌랑 사이가 아슬아슬합니다.
저는 첫찌의 태도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고
첫찌는 자꾸 간섭하고 지적하는 엄마에게 반항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사춘기가 오기 전 그래도 제대로 훈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아이에게 그다지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주지 않는 엄마가 되었죠.
그에 비해 아직 4살인 두찌는 한창 애교가 넘치다 못해 주체를 못 하는 상황이라 엄마한테 예쁨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첫찌가 이런 모습을 비교하면서 안그래도 엄마한테 서운할 텐데 더 속상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흔히들 성장 과정에서 형제자매 사이에 비교나 편애등을 겪으면서 상처를 입는 걸 조심해야지 생각하지만
실전 육아에는 매번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임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창 첫찌를 야단을 친 후에 폭풍처럼 밀려오는 ‘좀 적당히 할걸’ 하는 후회가 들거나
또는 마냥 두찌의 애교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가
번쩍 정신 차리고 첫찌도 한번 쓰담쓰담하거나 안아주거나 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의식을 하고서 아이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것이 부모로서 아이를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게 됩니다.
또 예전에는 엄마를 마냥 따르고 좋아하던 첫찌가 지금은 엄마에게 온몸과 마음을 다해 반항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참..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 또한 늦둥이 두찌를 낳기 전까지는 첫찌가 온 우주였는데 이 우주에 두찌가 들어오면서 저의 마음의 공간은 불가항력적으로 두 개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나의 해리에게 라는 드라마에서 내 마음은 하나이니까 라는 대사가 떠오르는데.. 어쩌죠 엄마인 저는 아이들이 둘이라 마음이 둘입니다.
두찌에대한 마음은 나비도 날아다니고 벌도 붕붕거리고 노란 민들레 제비꽃 조막만 한 작은 꽃들이 피어있는 그야말로 유치원꽃밭입니다.
아무리 떼쓰고 울고불고해도 그냥 꽃밭같이 느껴집니다.
첫찌에 대한 마음은 때로는 불이 붙는 것처럼 뜨겁고 연기가 나도록 눈이 매울 때도 있습니다. 어쩔 때는 차가운 고드름이 얼 만큼 서릿발 내리는 겨울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한번 휘몰아치고 나면 서로 아주 잠깐 화해를 하고 노을 지는 갈대밭을 거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숙제를 봐주던 어느 날 자기 맘처럼 되지 않는 첫찌는 제말에 사사건건 토를 달고
저도 지지 않고 아이에게 대꾸를 하다 첫찌가 선을 넘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만히 아이 얼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하던 대로 숙제내용을 나가고 있었는데
아이가 가만히 듣고 있다 엄마 미안해요 엄마 안아줘도 돼요?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도 꽁하고 그냥 있는데 아이가 먼저 다가와 화해를 하는 걸 보면서
짧은 순간이지만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매번 그렇게 조용히 넘어가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저는 보통의 잔소리 야단치는 그냥 엄마라는 것을 그냥 어느 순간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소위말하는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지혜롭고 자애로우며 포근한 그런 엄마가 되는 것은 내 옷이 아닌 것 같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 나이 때는 사실 많이 혼나고 맞고 큰 세대입니다.
그래서 정말 너무 낮은 마지노선이지만 아들 둘 키우면서 앞으로 때리지만 않으면 된다라고 정하고
엄마로서 마음을 좀 편하게 두고 아이들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 그러면 저를 너무 괴롭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게 아이들을 또 괴롭히게 되고요.
저런 낮은 기준으로 살다 보니 때로는 엄마인 저 보다 아이들이 저를 더 사랑해 주는구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애교 넘치는 두찌의 엄마바라기 모습에 아주 큰 사랑을 느끼고
이제는 좀 컸다고 엄마에게 대들기도 하지만 먼저 엄마에게 화해하려고 손 내미는 첫찌를 볼 때도 사랑을 느낍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큰 임팩트를 주는 사랑의 행동을 하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종종 들거든요.
끼니를 차려주고 일어날 때 잘 때 학교 가는 거 챙겨주는 거
그냥 일상을 챙기는 것 외에 감정적으로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만큼 뭘 해주고 있다는 것이 잘 안 떠오르네요.
오히려 아이들 아빠는 종종 주말에 놀러 가서 아이들이랑 신나게 놀아주거든요.
저는 일상을 챙기는 역할로 아이들은 사랑하는 부모의 역할을 어쨌든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글을 쓰고 나니 부끄럽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받는 사랑이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마주하기 좀 껄끄러울 수 있지만 엄마라고 해서 무한하게 좋은 마음이 샘솟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내 감정이 풍부하든지 메말랐던지 아이들을 향한 사랑은 좋았다 싫어지는 감정과는 다른 차원의 사랑 존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엄마라고 해서 마음이 매번 아이들을 향해서 좋은 감정이 퐁퐁 솟아나지 않다고 해도 좌절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조금 그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랑 엄마랑 누가 더 사랑하냐고요?
사랑은 관계입니다. 누가 더인지 덜한지를 물은 우문에 대한 답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지요. 아이도 엄마를 엄마도 아이를…
플러스마이너스 이런 건 숫자에서만 알 수 있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