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남는 따스한 기운

by 고아함


세월이 흘러도 기억에 남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건

그 누군가가 스스럼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준

따스한 마음이다.




깊고 헌신적인 사랑이 아니어도, 정열적인 뜨거운 사랑이 아니어도, 어느 날 문득 가슴 따뜻하게 기억되는 누군가의 따스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은 소소한 물건 속에 또는 기억되는 악의 없는 부드러운 말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가슴에 간직되어 따스하게 느껴지는 기운입니다.


누군가 준 물건 속엔 그의 재능이 담겨 있기도 하고, 타인에게서 성의껏 구한 역량도 있습니다.

친척, 친구, 이웃, 동료라는 관계에서 관심을 표해 준 마음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한 마음을 글로 표현했거나 구두(口頭)에 편안함과 격려를 실었습니다.



비와 구름이 지나갔습니다. 오늘 날씨는 맑은 공기 속에 햇살이 화창합니다. 비가 주룩주룩 종일 내려서 어제 산책을 쉬었다 밖으로 나오니, 강아지는 왈! 왈! 힘찬 기합을 쩌렁쩌렁 지릅니다. 그리곤 신나게 앞을 향해 달립니다.

그러면서 연신 뛰어난 후각을 발휘해 길가의 냄새를 탐색하고, 어느 지점에선 쉬를 하며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합니다. 그리곤 앞발로 흙을 싹싹 훑고 뒷발질을 세차게 여러 번합니다.


그때 맞은편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여성 한 분이 보입니다. 정장 코트를 입고 또박또박 구두 발자국 소리를 내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강아지 곁에 발길을 멈추고 밝게 웃으며 말합니다.


''어머 귀여워라! 아가야, 어머! 저 뒷발질~ 너 참 씩씩하구나. 푸들이지요?''

''네, 강아지를 좋아하시네요.''

''네, 저도 강아지를 키웠어요.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요......''


잠시 강아지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반려견을 떠나보낸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오던 햇빛 속의 그녀는 강아지를 잃고 마음이 허허로웠나 봅니다.

강아지가 남기고 간 따스한 기운이 그리움을 남기고 인생의 쓸쓸함을 몰고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아지가 떠난 마음 한 편의 휑함이 급할 것도 없이 느리게 발걸음을 떼어놓게 하며, 특별한 나들이를 가는 것처럼 단정한 옷차림을 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였지만 반려견 강아지가 남기고 간 여운 때문에 산책을 하고 있는 나의 강아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강아지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는 또 갈 길을 천천히 갑니다.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평안을 기원해봅니다.


사람과 반려견은 어떤 인연일까요?

강아지는 살아생전 주인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자기 나름의 가장 깊고 헌신적인 사랑을, 그리고 정열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변함없이, 끝없이 하며 자신의 생을 불태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떠나고 나서도 오래도록 주인의 가슴에 따스한 기운을 남기고 애잔한 그리움도 갖게 하나 봅니다.


어쩌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를 넘어 살아있는 동안 서로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교감하는 사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길을 함께 가며, 서로 마음으로 의지가 되어주고 기쁨과 슬픔, 수고로움도 함께 하는 사이.......


살아있으므로 즐겁고 기쁘게,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사람과 강아지에게 생명을 준 태초의 근원 뜻이며 생명체가 표하는 진정한 감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명은 밝은 것이며 아름답습니다.


*커버/하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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