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기다리는 일처럼, 사랑은 조용히 익어간다.” 이해인 수녀의 말씀이다.
이해인 수녀의 문장에는
항상 고요한 기다림과 부드러운 확신이 함께 스며 있다.
사랑이란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이 아니라
조용한 햇살 아래 천천히 물드는 나뭇잎 같은 것
아직 오지 않은 계절
그러니까 봄을 기다리는 겨울처럼
사랑은 소리 없이
마음의 안쪽에서부터 천천히 익어가는 감정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손 놓고 있는 일이 아니라
희망을 품은 인내의 언어다.
사랑도 그렇다.
보이지 않아도
확인되지 않아도
자체로 자라고 있는 감정이라는 뜻이다.
어떤 날은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화가 피지 않았으니
그리움만으로도
너를 떠올릴 수 있고
바람이 차가우니
내 마음이 너를 더 따뜻하게 품을 수 있다.
사랑은
지금 이 자리에서 피어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익어가면 되는 것이라는 걸
이해인의 문장에서 배웠다.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기다리는 일처럼
사랑은 조용히 익어간다.”
그러니
너를 향한 나의 마음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덜한 것은 아니다.
잎이 없는 가지에
꽃의 기운이 이미 흐르듯
침묵 속에서도
사랑은 자란다.
때가 되면
말하지 않아도 향기가 퍼질 테니
애써 다그치지 않아도 된다.
사랑은 성급함이 아니라
기다림에서 태어나는 것
오늘도
한 계절 앞서 걷는 마음으로
너를 사랑한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익어가는 중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