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면 행복할 거야. 우리.
결혼 9년 차, 여전히 신랑과 사이가 좋다. 나는 신랑을 사랑하고 신랑도 나를 사랑한다.(내 생각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쁜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비결인데 생각해보면 그건 우리 사이에 오랜 기간 아기가 없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같이 키워야 할 아이, 즉 공동 목표가 생기고 체력이 떨어지니 갈등이 종종 생긴다.
아기들이 100일도 안 되었을 때였다. 육체적 피로가 한참 쌓여서 서로 예민했는데 '분유'로 갈등이 왔다. 멜론이가 분유를 다 먹은 후 트림을 시키면 거의 반 이상 토해내는데 그 모습을 보면 어미로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오빠 멜론이 말이야. 분유를 좀 바꾸면 어떨까?"
"너 또 유난 떨려고 그러는 거지."
"유난이 아니고, 애가 아프잖아. 맨날 토하는 거 안 보여?"
"그 S 분윤가 뭔가 엄청 비싼 거 먹이자는 거 아니야. 그냥 먹던 거 먹이자."
"애가 맨날 토하는데 뭐라도 해봐야지."
"그럼 분유를 바꿔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대봐. 그냥 이거 저거 하다 얻어걸리는 분유 쓰려는 건 싫어."
".............. 과학적 근거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러다 결론은 서로 마음이 좀 상하고 아몰랑으로 끝이 났다.
다음 날, 신랑은 본인이 좋아하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얘기를 꺼냈다.
"배앓이하는 아이들한테 좋은 분유가 따로 나온대.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나 봐. 바꿔보고 괜찮으면 갈아타고 똑같이 토하면 원래 먹던 걸로 먹이자. "
"그래. 그러자."
"계속 안 좋으면 시간이 약이겠지. 어쩌겠어."
”그래. 그래.”
마무리는 훈훈했다.
며칠 전 청소하며 문득 신랑이랑 지금껏 사이좋게 잘 살아온 건 둘 다 신체적 컨디션과 에너지가 좋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체력이 떨어지면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화가 나고, 좀처럼 상한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다 누군가 한 명이 샤워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잠을 푹 자서 체력을 회복하고 나면 다시 갈등이 회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육아는 체력전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갈등이 있더라도 신랑을 제외한 '내 마음대로의 육아'는 싫다. 분유 하나를 바꿔도 신랑과 의논하고 싶다. 그건 신랑의 의견을 반영하여 '육아는 늘 함께' 하고 싶은 마음과 나중에 '왜 애들 이렇게 키웠어.'같은 책임 전가받기 싫은 마음도 하나.
의견을 논할 때 충돌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상의하며 멜론과 사과를 키우고 싶다. 고로 신랑을 육아에서 아웃시키지 않겠다. 다툼이 있을지언정 함께 의논하고 결정해 나갈 것이다.
힘들겠지만 함께라면 행복할 거야.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