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19]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은 하나의 결과이지 그 과정이 될 수 없다.
알아 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질문을 요구하고
알고 있다는 것은 때론 오만함을 낳는다.
앎은 그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자,
그 욕망의 근원에 다가서는 수단으로써 충족된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모르기에 나는 당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할 수 있다.
당신이 보는 나,
내가 보는 당신,
우리는 그 원안에서 방점을 찍는다.
보이는 허상이 아닌
보이지 않는 실재,
존재함으로써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음으로써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는 것이다.
선을 넘은 자는 알기 이전으로는 도망칠 수 없다.
누구로부터도
무엇으로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 광기와 더불어 살아갈 생각이다.
내가 온전하게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뿐이다.
나는 무지한 인간이요,
순수한 혼돈과 질서 정연한 악의
그 어딘가에 서 있다.
ⓒ 미양(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