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빨리 깨닫는다면 엄청난 도움이 되는 사실
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아내와 남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예상외로 빠른 이별을 감당해야 하기도 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겨를 없이 안녕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또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직장에서의 시간도 나의 생각과는 다른 흐름을 타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계획한 것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어 당황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당황하게 되죠. 생각보다 누적된 시간에 비해 나는 별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지금 접하는 모든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나는 꽤나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했고 그 기술로 몇 년간의 높은 연봉으로 값어치를 했습니다. 그 기능이 다한 이후에도 나의 쓸모를 다하기 위해 다음 수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텐데 쉽지 않죠.
설령 이런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해도, 급여소득자로서 은퇴의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옵니다. 내 사업체를 꾸려가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죠.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직장에서의 은퇴 이후에도 한동안 아니 어쩌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서른 중반에 당시에 가장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불리던 은행을 퇴직하고 삼십 중반의 저는 지내온 시간보다는 조금 더 와일드하게 경제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 모든 경험이 어느 시점엔가 결정적인 순간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 시기는 빨리 찾아오기도 하고 그 무렵 스스로는 새로운 길을 향해 꾸준히 달리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갈고닦기 위해 지금의 자리를 박차고 나올 필요는 없지만, 그 정도의 절박한 마음으로 단계적인 준비는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모두를 경험한 지난 20여 년 가까운 시간들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그곳을 떠나는 순간 당시에 유지해 오던 사회적 위치와 대우 등 모든 것들은 이전의 상태로 동기화된다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냉정했어요. 조직의 안에 있을 때만 느낄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아야 했는데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생소한 환경에 인간의 야속함을 탓하기도 숱한 날이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사실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보니 생각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오늘은, 하나의 과정이고 이 모든 것들은 끝에 '진정한 나의 것, 나의 삶'을 여유롭게 살아내기 위한 필수적인 시간이 한 사실을 말이죠. 지혜의 창이 열리는 순간들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급했던 일들에 새로운 해결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미래의 시점으로부터 근거 있는 생각과 행동들을 합니다. 후회의 폭을 줄여주고 스스로가 원하는 결론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기초적인 노력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현재의 소득 수준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거나 혹은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금 일찍 우리의 5년,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지금을 대하는 방식을 조금 변경하여 나 자신을 탐색하고 가정에서의 환경에 부합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5년 뒤 지금의 자리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