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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쉽게 물든다.
조직도상 가장 아래에 있는 구조를 점하고 있는 직원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리더 격의 누군가가 따를만하다거나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면 그의 말투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 하기도 하고, 이메일에서의 문체 또한 유사한 형태로 흉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영향받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 그렇게 물들어버린 거다.
그래서 중요하다.
닮고 싶은 이를 내가 알아서 정하고 싶은데 조직 내에선 이런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원치 않는 대상의 피하고 싶은 모습들을 닮아가기도 하고, 한정된 조직 내에서 제한된 인물 가운데 롤모델을 찾게 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회사의 강한 신념과 올바른 가치로 무장된 직원들과 조직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다. 그 배에 탄 사람들끼리 힘차게 노를 저으며 나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완전하지 않고 유약한 가치를 지닌 가스라이팅에 불과한 관계로 조직의 상하관계와 운영이 맡겨진다면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다.
경쟁상대가 아닌 우리의 조직에 집중하고, 부정적인 방향이 아닌 희망적인 모습들을 자주 얘기하며, 사람을 존중하며 함께 해야 할 이들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을 명확히 구분하여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시도하는 이들이 내 주위에 얼마나 생각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반대가 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은 조직에 그런 리더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을 때이고, 빨리 떠나야 할 조직은 그런 소수의 말과 행동을 계급으로 묵살하는 조직일 테다. 자신들의 살이 썩어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눈앞에 있는 순간의 반짝임을 진주라 착각한다. 사람에 적용하는 기준이 제각각이고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이 조직에서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사람은, 언제나 다시 뽑으면 되는 도구일 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조직이 목표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를 실행하는 직원들의 탓으로 돌린다. 조이려고만 하고 풀지는 못한다. 조이고 있다는 느낌의 심리적 만족감과 그에 근거한 지시로 인해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을 향해 채찍을 들고 서 있다. 성과에 대한 책임을 특정부서로 한정하거나 편향된 자세로 관계부서와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진행한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돌아가는 조직의 모습이나, 실제로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모습이다. 만약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강도 높게 동의가 된다면 스스로를 위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며, 어느 하나 비껴가는 것이 없다면 자신도 썩기 전에 빨리 그 무리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떠올려보자. 지금 내 앞에, 내 뒤에, 내 왼쪽 오른쪽에 어떤 이들이 앉아있고 난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적어도 이렇게는 되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면 그 공간을 바라보는 렌즈를 줌 아웃한 채로 머릿속의 전구를 켜고 하나하나 짚어봐야 한다. 진정으로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짧은 우리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