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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5. 2023
5. 스크류바 말고
[크로스핏 도전기] ♪ 이상하게 생겼네 스크류바~ 빙빙 꼬였네 ♪
#크로스핏 #크로스핏은처음입니다만
“턱걸이 생각하시면 되는데, 음……점프로 해볼까요?”
코치가 보기에도 나에게 풀업은 어려울 것 같았나 보다. 나는 팔을 뻗어서 철봉을 잡은 상태로, 상자 위에서 점프를 했다. 턱이 철봉 위로 올라갈 만큼 높이 뛰어야 했다. 발이 잠시 공중에 뜬 순간 철봉에 매달렸다. 팔에 힘을 주고 발이 최대한 상자에 늦게 닿을 수 있게 애썼다.
나의 희망과는 다르게, 나의 두 발은 점프하자마자 강한 자석이 끌어당기듯 바로 상자 위에 떨어졌다. 나의 팔 힘으로는 중력을 조금도 거스를 수 없었다. 아이 둘을 안아 키운 팔 힘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걸까? 나는 몸을 배배 꼬면서 팔 힘으로 최대한 공중에 떠 있어보려고 용을 썼다. 토투바를 못하면, 스크류바라도 해봐야지!
스크류바를 열 개 하고 내 차례가 끝났다. 파트너가 여유롭게 토투바를 하는 동안 다른 여자 회원들을 힐끔힐끔 보았다. 내가 다니는 반은 여성 회원의 비중이 무척 높다. 보통 여덟 명에서 열다섯 명 정도 오는데 절반 정도는 늘 여자다. 다들 우락부락하기는커녕 그냥 날씬해 보이는 체형이다. 특별히 근육이 단단해보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잘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친해지면서, 그들이 모두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았다. 상자 위에서 점프하다가, 조금씩 풀업이 되고, 그러다 어느 순간 토투바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전에 얼마나 다른 운동을 했는지 따라 다르지만, 대략 2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나는 무료 체험 포함 두 번 밖에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으니 시간 여유가 아~주 많다.
© Mike Cox, 출처 Unsplash토투바 하는 날은 머릿속으로 스크류바 옛날 광고 노래를 떠올렸다.
♪ 이상하게 생겼네 ㅇㅇ 스크류바~ 빙빙 꼬였네 들쑥날쑥 해! 사과 맛 딸기 맛 ㅇㅇ 스크류바~ ♪
처음에는 ‘이상하게’가 끝나는 지점까지 매달려 있어보기로 했다. 그다음은 ‘이상하게 생겼네’까지, 이렇게 아주 조금씩 늘려갔다. 미미하게, 그러니까 병아리 눈물 만큼씩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다.
크로스핏을 한지 네 달째. 여전히 나는 토투바를 못한다. 오전반 최고의 약체라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스크류바 노래의 힘을 빌려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금씩 달라지는 몸을 느끼는 즐거움을 연료 삼아 크로스핏을 계속 다닌다.
요즘은 두꺼운 밴드를 두 개 걸고 풀업 연습을 하는 중이다. 먼저 밴드 한 쪽을 철봉에 걸고, 아래로 늘어뜨린 밴드 끝부분에 발을 끼운다. 그 상태에서 팔을 뻗어 철봉을 잡고 몸을 위로 끌어올린다. 밴드가 두꺼울수록 팔에 힘을 덜 주어도 풀업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밴드를 걸지 않고, 또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토투바를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데드리프트*를 170kg까지 해봤다는 코치도 처음에는 플라스틱 막대기를 들고 연습했다고 한다. 오늘도 내 옆에서 멋지게 발을 철봉에 찍는 여자들을 보며 나는 매 순간 감탄하고 용기를 얻는다. 스크류바가 토투바가 되는 날까지, 계속 들쑥날쑥 이상하게 꼬아보자!
* 선 채로 무릎을 펴고 몸을 굽혀 바벨(쇠막대 양쪽에 원반 모양 쇳덩이가 달린 기구)을 잡고, 허리를 펴면서 바닥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는 동작
☑️ 무게와 관련된 용어들
- 파운드(lb)와 킬로그램(kg): 크로스핏 기구 중에 파운드로 표시된 게 많아요. 1lb = 0.45kg입니다.
ex) 20lb = 약 9kg
- 1RM: 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무게. 데드리프트 1RM이라고 하면, 데드리프트를 한 번만 할 때 들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바벨의 무게를 말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