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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알게 되는 상식과 기술

結. 맞춰가기

by 조원준 바람소리


테니스 라켓 가격은 지나온 시간을 따지면 요즘 물가나 부동산 가격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은 것 같다. 1990년 내가 테니스에 입문하고 첫 라켓으로 구입한 제품이 ‘프린스’였다. 당시 물경 20만 원이었으니 구입이 아니고 장만이었다.


3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라켓이 나의 손을 거쳐 갔다. 첫 라켓은 샵의 사장님 권유로 무턱대고 샀고, 두 번째 라켓은 끊어진 줄을 매러 갔다가 샵 벽에 붙어 있는 테니스 여제(女帝) 나브로틸로바의 손에 든 하얀 요넥스 라켓이 얼마나 근사해 보이던지 이 역시 제원이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두 자루나 구입했다.


이후 상급자들이 잘 맞는다고 하면 귀를 세워 듣다가 구입한 라켓이 얼마나 되었던가. 각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면서 평균 2~3년을 주기로 라켓을 바꾼 것 같다. 이렇게 바꾸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라켓 가격이 당시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고 또 쓰던 라켓을 샵에서 중고가격으로 쳐줘서 차익분만 지급하게 되어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의 첫 부상은 구력 10 년째 로 접어들던 해에 팔꿈치 엘보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손목 관절과 어깨 회전근 통증으로 통증 크리닉과 한의원을 찾기 시작하여 꽤 오랜 시간 통증과 함께 한 시간이 어깨 수술 이전까지 지속되었다.


어깨 회전근 파열로 인한 수술은 라켓의 무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라켓을 찾는 전환점이 되었다. 첫 라켓 프린스는 무게 중심(밸런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헤드 사이즈(인치)는 생각 자체도 하지 않고 무게만 300g 정도로 추측을 해본다. 이후에도 무게는 고려하지 않고 라켓을 바꿨지만 280g이 대부분으로써 젊음이 라켓 무게를 감당했는지도 모르겠다.




보통 헤드 사이즈가 미드(90인치)고, 무게 290g 이상, 밸런스 이븐이나 헤드 라이트의 라켓에서 빠른 스피드와 파워 있는 샷이 나오고 정도의 라켓을 사용하는 사람은 젊고 힘이 넘친다. 하지만 사람의 신체는 한없이 젊지 않기 때문에 자연 노화로 인해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라켓으로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가벼운 라켓으로 바꾼 후에 파워가 나오지 않는다고 5g 더 무거운 라켓을 사용하여 게임에 임하면 처음에는 몰라도 게임 후반에 가면 미세하나마 어깨나 손목에 영향이 미침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파워가 나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라켓이 점점 무겁게 느껴진다. 이는 고작 5g 차이라도 누적된 피로감이 근육을 약하게 만들고 급기야 부상이 재발하거나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한다. 역시 무리는 금물이다.


나는 지금 내가 사용하는 라켓은 오버 사이즈 110(인치), 무게가 250g이다. 헤드 헤비로 무겁게 느껴지긴 해도 여성 전용이나 시니어 라켓이다. 이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라켓을 사용한 지도 3 년째 접어들지만 아직까지는 손목 부상도 없고, 수술 후 어깨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아서 늘그막에 나에게 맞는 라켓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맞춰야 할 것은 라켓뿐만이 아니다. 라켓은 자체의 특성대로 성능이 나타나지만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라켓에 맞는 상태로 줄이 매져 있어야 한다. 어떤 종류의 스트링(폴리/인조쉽/천연쉽)이냐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줄도 잘 고르고, 또 텐션(장력)도 적절한 lbs(파운드)로 맞춰야 한다.


슈퍼카 람보르기니나 레이싱 카 포르셰에 1톤 트럭의 바퀴가 장착되면 차가 제 성능을 낼 수가 있을까? 마찬가지로 라켓도 제원과 특성에 맞게 줄이 매져 있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라켓 하나와 노란 볼로 코트에서 우리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테니스, 이제는 어느 누구든지 스스로 감당할 만한 무게의 라켓이나 스트링의 텐션을 맞춰서 스윙을 해야 장수하는 테니스의 비결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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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