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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Sep 03. 2023

예쁘지 않아도 맛은 좋다.

그래도 예쁜 두부김밥 만들고 싶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저는 음식을 만들고 그릇에 담을 때 나름 신경을 씁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플레이팅은 아닙니다. 최대한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 내려 노력을 하는 니다.


이런 저의 마음가짐이 난간에 봉착했습니다. 나름 아무거나 군의 김밥을 좀 말아봐서 웬만큼 단단하고 동글동글하게 만든다고 자부했는데 걸요. 아주 엉망진창입니다.


요즘 과일. 채소식을 하며 건강의 첫걸음은 다이어트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점심 한 끼를 일반식으로  하고 있어 좀 더 건강하게 먹고 싶어 졌습니다. 이런 저의 욕망이 정보로 가득 채워진 바다 같은 유튜브 속을 헤엄치게 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영상이 두부김밥입니다.


영상에서 보이는 두부김밥은 별것 없었습니다. 재료도 간단했고 조리과정도 복잡하지 않아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집에 있는 재료들을 꺼내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게 눈으로 보는 것만큼 만만치 않습니다. 볶고 구워 돌돌 말기까지 과정은 간단했지만 볶은 두부의 수분이 완벽히 제거되지 않았고, 계란만으로 모든 재료를 조화롭게 어루러기에도 역부족이었습니다. 또, 채소 각자가 포기하지 않고 지닌 수분은  서로를 밀어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아무거나 군과 간단 씨는 이구동성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난리가 났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난리였습니다. 터진 김밥 옆구리로 재료들이 처참히 쏟아져 나와 도마 위와 접시에 나뒹굴었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맛은 의외로 담백했고 고소해 며칠 후 다시 도전장을 내밀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의 두 남자는 걱정의 눈빛을 마구마구 발사하며 저의 도전을 말리는 듯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들의 걱정은 무시하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요. 그렇게 저는 두 번째 도전의 완벽한 성공을 상상하며 스스로 도취감에 빠졌습니다.  첫 도전에 모든 재료를 큰 프라이팬을 사용해 굽다 뒤집기에 실패한 경험이 이번에는 손바닥만 한 프라이팬을 사용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처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실패를 통해 도구의 문제가 아니란 걸 확인받았을 뿐입니다.


이번에도 모든 재료를 부쳐 뒤집기에 실패했으니 볶기로 전환했습니다. 볶아낸 재료들은 한 김 식혀 고소한 김 위에 올렸습니다. 여전히 채소들의 수분을 제어하지 못해 김은 바삭한 본성을 금방 잃고 눅눅해졌습니다. 눅진하게 아진 김밥은 주방의 무시무시한 칼도 맥을 못 추게 했습니다. 조심조심하며 공들여 썰어봤지만 안의 내용물은 성질을 못 이기고 저의 정성 따위는 한방에 날려 차기 했습니다. 김은 김대로 재료는 재료대로 아주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처음보다는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으나 맛은 여전히 담백하고 고소했습니다. 수분만 제대로 조절한다면 별문제 없이 완벽한 김밥의 형태로 태어날 것 같은 기대가 다음을 기약하게 합니다. 오늘도 못난이 두부 김밥이지만 다음에는 활짝 핀 꽃을 품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두부김밥 만들기>

1. 양배추, 당근, 쪽파를 썰어 준비합니다.

2. 두부는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궈 달군 프라이팬에 볶아 수분을 날려줍니다.

3. 모든 재료에 계란 3알을 넣어 섞어 구워냅니다.

4. 얼마 전 만든 매콤한 고추다대기를 넣어 맛을 배가 시키는데 한몫했습니다.

5. 구워낸 재료들은 김 위에 올려 돌돌 말아주면 끝입니다.


처참하게 실패한 뒤집기.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임기응변이라는 기술을 가졌으니 구워내는 대신 볶아 내기를 했습니다.

힘없이 풀어진 김이 애처롭습니다. 세상살이 뭐든 조화가 중요하다는 걸 두부김밥을 통해 또 배웁니다. 조화로운 삶을 위해 우리도 항상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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