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물 Jul 11. 2024

DAY4. 강한 마음은 말없이도 전달되는 법이다.

5월 30일 목 : 트라이벌마커스 체감예술 명상과 레크리에이션 게임





오전_간단한 운동&휴식 


306호방



어제 늦게 잤기 때문에 오늘 오전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숙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한 달 동안 지낼 숙소이니만큼 우리들 취향에 맞게 방을 꾸몄다.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 이루고 싶은 목표들, 해야 할 일들, 좌우명, 그림들, 가고 싶은 음식점들을 모두 붙이고 나니 한결 아늑해져서 정말로 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친구와 자취를 하면 이런 느낌일까, 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아무 일정 없이 오전시간을 수다로만 보내고, 우린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집합장소로 이동했다. 





오후_트라이벌마커스 체감예술 명상 

 

효동회관 (비빔밥), 동천



 다 함께 효동회관에서 비빔밥을 먹고선 트라이벌마커스 체험활동을 하기 위해 오천그린광장으로 향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3-40분 동안 본 동천은 오늘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 머리 위를 스치듯 늘어져 있는 나뭇잎들. 무엇보다 동천은 하늘을 통으로 있어서 좋은 거 같다. 전깃줄에 동강 나거나 건물에 일부가 가려진 하늘이 아니라 하늘 생김 자체의 하늘을 있어서. 더운 날씨였지만 풍경이 좋아서 힘듦이 덜했다. 





오천그린광장



광장에 도착하니 한쪽에선 노랫소리가 나오고 한쪽에선 공사소음이 들렸다. 그래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노랫소리와 공사소음의 중간 지대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앉고 나서 트라이벌마커스에 관한 간단한 소개와 펜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 후 짝을 지어 다시 앉았다. 짝과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선 눈을 감고 손은 자신의 무릎 위에 놔두고 있다가 짝과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선 손을 그 상태로 올려서 팔꿈치를 잡고 그렇게 쭉 올라가 서로의 어깨를 잡고 그 순서대로 조심스레 다시 내려와 다시 자신의 무릎으로 손이 돌아왔다. 나는 아직도 그 어색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트라이벌마커스는 간단히 말해서 짝의 몸에 펜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활동이었다. 한 명은 눈을 감고 온몸을 짝에게 맡긴 채로 있고, 짝은 그 사람 몸에 자신의 손길이 닿는 대로 점과 선, 면, 동그라미만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먼저 눈을 감고 내 짝인 지원언니에게 몸을 맡겼다. 처음에는 앉아만 있었는데 나중엔 언니의 허락을 구하고선 완전히 누워버렸다. 더 많은 걸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도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누우니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얇은 천 아래로 느껴지던 풀잎의 감촉, 그 물기를 머금은 약간의 촉촉함, 멀리서 들려오는 공사소리와 가까이서 들리는 잔잔한 음악소리,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과 그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풀잎 소리. 나는 땅에 등을 대고 누워 있으면서, 온갖 자연의 소리와 함께 내 숨소리를 들으면서, 자연 외 인간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임을 감각했다. 나는 자연의 일부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상기했다. 



무엇보다 내 몸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깨지기 쉬운 유리알처럼 소중히 만지던 지원언니의 손길에서 나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나를, 나 자신을 소중히 대했었나? 아니다. 언제나 덜렁거리기 일쑤였던 나는, 멍이 없는 날이 없다. 내 몸은 이미 안에서부터 확실히 망가져있다. 내 몸의 사용자인 나는, 그걸 알고 있다. 나는 그 조심스레 움직이는 펜촉의 끝에서, 나도 이젠 나를 소중히 다룰 거라고 다짐했다. 그걸 알려준 내 짝, 지원언니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짝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순서가 되었을 아주 강한 마음으로 펜을 움직였다. 아주 강한 마음은 말없이도 전달되기 마련이니까. 살아보려고 하면 세상이 자신을 방해하는 같다는 언니말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앞으론 언니가 원하는 대로, 아무런 장애물 없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끊이지 않은 선을 그렸다. 마음 하나로 손이 가는 대로 언니팔과 다리에, 눈에 보이는 살결에 펜으로 그림을 그렸다. 다 잘될 거라는 말을 온몸으로 되뇌면서. 아직까지도 어색했던 언니와 한결 가까워진 듯했다.



한 번의 순서가 모두 돌아가고 나서 서로의 감상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다혜언니는 내 룸메와 짝이 되었는데 그렇게 룸메의 몸을 자세히보고 그림을 그려주면서 상대가 더 좋아진 거 같았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항상 고민이 많았는데 아무 고민과 생각이 없어져서 좋았다는 누군가의 말도 기억에 남았다. 나는 이 활동을 통해서 내가 그동안 쉽게 무시해 버렸던 작은 감각들을 느끼면서 그 무수히 많은 감각의 파도 속에 유영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어 좋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그 감각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의 몸이 알록달록 해진 채로 우린 다 함께 간단한 요가를 했다. 이전엔 내 몸 밖에서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감각들을 느끼는 시간이었다면 이건 내 몸 안에서 생기는 감각들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어느 동작을 하느냐에 따라 힘이 들어가는 근육이 달라지는 걸 찬찬히 느꼈다. 약 1시간가량 그렇게 내 몸 안의 근육들을 느끼고선 숨을 크게 쉬며 마무리했다. 선생님은 이때에 마치 우리가 숨 쉬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숨을 쉬어 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세상에서 숨 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숨 쉬라는 그 말이. 왜였을까? 그 말을 듣고 조금 슬퍼졌던 건. 





밤_저녁식사&레크리에이션


풍미통닭(마늘치킨), 배떡(떡볶이), 레크레이션



밤에는 원래 오천그린광장에서 레크리에이션 게임을 하고, 그곳에서 저녁까지 먹고 올 생각이었으나 생각보다 추워 우리들의 아지트인 파랑새창고로 이동했다. 한 팀은 장천동의 맛집인 '풍미통닭'에서 치킨을 사 오고, 한 팀은 마트에서 음료수를, 그리고 나머지는 떡볶이를 주문했다. 마늘통닭은 특별한 맛이 있었다기 보단 겉바속촉 정석의 옛날 치킨 맛이었다. 그렇게 밥을 양껏 먹고 나서 레크리에이션 게임을 진행했다. 인솔자님이 만드셨다는 순천 마스코트 '루미'와 '뚱이'의 지바츠를 건 게임(몸으로 말해요, 일심동체, 허벅지 싸움, 신발 던지기)에서 우리 팀이 져서 안타까웠지만 즐거웠다. 힘으로 누군가를 이겨본 적 없는데, 이날 허벅지 싸움에서 룸메를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 아주 만족스럽다. 나는 그전부터 내 마니또가 인솔자님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우리 팀이 이기려 하면 인솔자님이 상대팀이 이기도록 하는 걸로 보아 아닌 게 확실했다. 오늘도 다사다난한 하루였지만 앞으로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뭘 해도 즐거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긴 하루도 아쉽게 끝나버렸다. 




이전 03화 DAY3. 상대를 위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