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의 방 "신동일" 편

유투브 영상과 강의 원고

by 신동일

https://youtu.be/zn0Qg1NKOB4?si=dj3vX4_KI4csgpxj


2025년4월8일 있었던 ARKO한국창작음악제 주최 제18회 작곡가의 방 "신동일 편"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은 행사였고, 말을 잘 못하는 저로서는 걱정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니 역시 발음도 부정확하고 말도 너무 느려서 정말 재미 없긴 합니다. 게다가 녹음도 별로 좋지는 않네요.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갔는데, 하다보니 차라리 질의 응답 시간을 더 갖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해 간 이야기를 반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준비했던 강의 원고 전체를 정리해서 올려드리고, 소개하려고 했던 작품 링크도 다 올려드립니다. 관심 있는 분들 자세히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18회 작곡가의 방 "신동일" 편

2024년4월8일(화) 대학로 예술가의 집


안녕하세요 작곡가 신동일입니다. 제가 위원장님으로부터 ARKO한국창작음악제 공모 선정작곡가로 초청된 거라고 전해 들어서 아창제 선정 작품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고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12년과 2014년 2차례 국악관현악 부문에 선정되었는데요, 2012년 선정 작품은 <구렁덩덩 신선비>입니다. 이 곡은 국악관현악과 나레이터가 함께 공연하게 되는 음악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와 같은 음악동화를 우리 식으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공연 뒤에 아창제 측으로부터 관객 설문 내용을 받아 보았는데,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요즘엔 음악동화 형식의 작품이 적잖이 발표되는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muqaOP4GUQk?si=1RrckrNe4HZ2DTNT

신동일 "구렁덩덩 신선비"

2014년 선정 작품은 국악관현악을 위한 <신포니에타 제1번>입니다. 이 곡은, 국악관현악에 적합한 교향곡 양식이 있을지 탐구해 보려던 작품입니다. 이 곡을 발표하고 나서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해 오긴 했는데, 제가 이후에 음악극에 열중하게 되어서 교향곡 작업을 계속 이어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vNbKUZX2HYQ?si=XqBT8bbsOteyMigy

신동일 국악관현악을 위한 Sinfonietta No.1


제가 말을 많이 하고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어서 걱정과 부담을 많이 갖고 준비를 했는데, 아무쪼록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제가 살아온 삶을 어떤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짧게 말씀드리고, 작품 소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1988년2월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 당시 작곡과 졸업하고 생각할 수 있는 진로가 많지 않았습니다. 유학 다녀와서 대학 교수를 목표로 하거나, 아니면 중고등학교 음악 교사, 또는 대학 입시 지도 교사 등 대부분 가르치는 일이었고, 당시에 방송국 음악 PD로 입사하는 예가 아주 드물게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고 작곡가로서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의 과정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은 생략하고, 지금까지 전업 작곡가로 살아가기 위해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좌충우돌하면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 강사를 꾸준히 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작곡할 시간을 줄이지 않기 위해, 강의 시간을 늘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이 첫째는 작곡이고, 둘째는 공연이나 음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제작 일이었습니다.

제가 작곡가로서의 삶을 하나하나 개척해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88년 우리나라가 국제저작권협회에 가입한 것도 중요했다고 생각됩니다. 음악가들의 창작 욕구와 새로운 음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맞물리기 시작한 시점에 저도 작곡가로서의 삶을 모색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작곡 활동을 하면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제가 하고자 하는 음악과 관객이 듣고자 하는 음악을 끝없이 절충하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들, 혹은 실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제 스스로도 점검을 하면서 제 음악의 모습이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저의 생각을 기억해 염두에 두어 주시고, 작품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오늘은 제 작품을 전반적으로 다 다룰 수는 없고, 설명하기 쉬운 작품들을 6개 정도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피아노 음악


첫 번째 주제는 “피아노 음악”입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8년 정도 생활을 했고, 작곡가로 살아가기 위한 길찾기의 초기 여러 가지 시도들이 미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작업과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미국에서의 활동은 생략하고, 본격적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푸른 자전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997년 CD로 발매된 <푸른 자전거>는 우리나라 최초의 뉴에이지 피아노 솔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음반의 곡 하나하나가 긴 사연을 갖고 있는데요, 제 브런치스토리에 2편에 걸쳐 <푸른 자전거>가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적어 놓았으니까 오늘 소개드리는 내용을 들어 보시고 관심 있는 분들은 브런치스토리에서 “푸른자전거”를 검색해 보시면 찾으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12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13


<푸른 자전거>는 제가 직접 연주한 건 아니고, 저의 대학 동기인 한정희 피아니스트가 연주했고, 또한 작곡과 동기인 마도원 현재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가 프로듀서를 맡았던 특이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 첫 뉴에이지 피아노 솔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제작사에서는 “뉴에이지-클래식”이라는 장르로 이름을 만들어서 발매했습니다. 참여 아티스트들이 모두 음악대학을 졸업한 전공자들이고, 앨범의 전체적인 음악 스타일도 완전히 뉴에지라고 하기에 좀 애매한 면도 있어서 “뉴에이지-클래식”이라는 장르명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연주할 능력이 있었고 <푸른 자전거>를 직접 연주하면서 활동했으면 좀 더 성공적이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제가 연주 능력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 점이 아쉬웠던 프로젝트였습니다.

01푸른자전거.png

아무튼 <푸른 자전거>가 우리나라 음악 현장을 바꿔놓았던 점은, 실제로 대단히 많은 방송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방송 배경음악이라는 게 외국에서 만들어진 클래식 명곡이나 경음악, 뉴에이지 음악 같은 것들이었는데, 처음으로 한국 음악가들이 내놓은 연주곡이 방송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기억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그냥 클래식 음악으로 알고 있던 분들도 많이 계시고, 도대체 이게 무슨 곡이냐는 궁금증이 떠돌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푸른 자전거> 중 가장 대표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첫 번째 트랙 “나의 오래된 꿈 하나”를 감상하시겠습니다.


https://youtu.be/G0ESknemskE?si=ZrdfrEvyuLKWlKna

신동일 "푸른자전거" 중 1. 나의 오래된 꿈 하나


제가 유투브 채널 개설한 뒤 한 8년 정도 지나서 원곡 음원을 유투브에 올렸더랬습니다. 음원에 대한 판권 문제 때문에 조심하다가 그쯤에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원곡 음원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푸른 자전거> 발매 이후 지금까지도 <푸른 자전거>로 저를 기억하는 분들을 특히 온라인에서 만나곤 해 왔는데요, 유투브에 원곡 음원을 올린 뒤 여러 분들이 댓글로 <푸른 자전거>와 관련한 사연을 올려주고 계셔서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동동이-x2r

중학교 고등학교때 내내들엇던 곡.. 제 감성의 일부인 이곡을 20년만에 다시 찾네요..


@jofre5526

12년동안 찾아다녔습니다...

힘든시절 이곡을 tv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시간이 그대로 멈추었던 그 느낌은 지금도 버젓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이 곡을 찾게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이영욱-m8e

평생을 찾던 노래예요.^^ 감사합니다


@User-user136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곡중 하나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곡에 감사합니다


@숑미니

투니버스 케이블 TV시절에 뮤직비디오 비슷하게 해서 틀어줬었고 그때 우연히 들었습니다. "자전거"라는 단어와 첫 멜로디 라인만 알고 있어서 못 찾고 있다가 14년이 흐른 이제서야 찾았네요 ㅠㅠㅠ 좋은 곡 감사합니다. 그때를 기억하고 추억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랑-w6v

제가 중고등학교때 (25년은 넘은거 같아요)

테이프가 닳도록 들었던 곡이예요. 갑자기 푸른 자전거 앨범이 기억나서 혹시나 찾아봤더니 곡이 있네요!

너무 반갑고 뭉클해요�


@sangwonkim3570

제가 이 곡으로 연주회 나가는데 너무 좋아요.ㅎㅎㅎ�


@혜윰골

푸른자전거 우리집 추억이 많은 곡들입니다 곧 60을 바라보는 제게도 희망같은 곡이기도 하구요

큰아이가 이 악보집으로 피아노를 쳤고 그 소리를 듣고 치고 싶다는 막내딸아이가 푸른자전거를 치고

2년전 딸이 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치고 싶다는 생각이 결국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나의 오래된 꿈하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내가 이곡을 칠수 있다는 것, 이 아름다운 곡을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런 행복감을 느낄수 있어서 댓글 달았습니다. 제가 느끼는 이 행복감을 신동일님과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rareli5302

제 싸이월드 배경음악이었어요 ㅎㅎ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작곡가님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우주정복-c9m

싸이월드시절 BGM으로 줄줄이 채웠던 시리즈.. 싸이판매에서 “한정희-나의 오래된 꿈 하나”로 팔았어서.. 싸이월드 문닫고 한참을 찾았었네요.. 3년전쯤 우연히 이채널을 발견해서 작곡가가 신동일 선생님인 것도 알게되었구요.

아직도 잘 듣고 있습니다. 새벽에 듣다가 문득 감사인사드리고 싶어서 댓글 남겨봅니다. 20년전도 지금도 선생님 곡 들으며 힐링합니다. 고맙습니다.


@jiryu4508

옛날 투니버스에서 광고 시간에 방영해주던 곡 평생을 찾아다녔습니다. 평생 제목 모르다가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마지막 장면 카페에서 이 곡이 나오길래 얼른 음악검색을 통해서 찾게 되었습니다. 곡 너무 좋습니다 진짜!


@DS5FMS

제 폰 벨소리로 쓰고 있는 지가 10년째이네요^^ 첨에 음원이 없어 cd도 겨우 구해서 만들었네요. 멋진 곡 감사합니다


@area8873

예전에 KBS1 _ 풍경이 있는 여행 _ 오프닝곡으로 알게 된 곡 입니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영상이 잘 어울리는 곡이네요. 언제들어도 좋은 곡입니다.


@seoyoungjang7232

초등학생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푸른자전거 악보집을 쳤던 기억이 나네요! 가장 좋아했던 곡들이어서 악보집이 헤질때까지 연습하곤 했답니다 ㅎㅎ 오랜만에 추억이 담긴 음악을 들으니 너무 행복하네요. 감사합니다!

@리코더연습을해보자

이 노래를 너무 좋아했는데~! 오랫동안 찾아 헤맸었는데 바로 이곡이었군요~!!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곡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임베리모카

방금 오래된 물건 정리하다가 푸른자전거 CD케이스를 발견했는데 안에 CD가 없어서 실망했어요ㅠㅜ 멜론에서 전곡 다운받으려고 합니다 어린시절 맨날 이거 들으면서 피아노학원 갔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ㅎㅎ 아름다운 선율 다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gaulsan

음반 처음 나왔을 때 수없이 들었습니다. 트랙의 다른 곡들도 모두 좋아합니다. 우연히 다시 찾아 듣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그것도 무려 작곡가의 채널에서! ^^


그리고 블로그 이웃이신 "한 사람" 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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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생활에서는 대체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도 잘 안 만나고 사는 편인데, 온라인에서 많은 <푸른 자전거> 팬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게 제가 작곡가로 살아가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가 대중적인 음악 활동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대체로 피아노 음악 작곡가로 알려졌습니다. 의도된 것도 아니고 꼭 <푸른 자전거>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이후로 피아노 음악을 계속 발표하게 됩니다. 두 번째 피아노 곡집은 <노란우산>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15

<노란우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자세한 사연도 브런치스토리에 올려놓았는데요, <노란우산>은 간단히 말씀드리면 글씨 없는 그림책에 글 대신 음악을 붙인 작품입니다. 원작자이신 류재수 선생님은 우리나라 그림책 역사를 개척해 오신 특별한 분이신데, 이 작품에 문학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독자가 조형적 아름다움에 집중할 수 있는 글자 그대로의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류재수 선생님께서 젊은 시절 일본의 유력한 그림책 워크샵에 초청받아 가셔서 우연히 떠올리셨다고 들었는데, 처음부터 글 없는 그림책으로 글 대신 음악을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답니다. 그래서 언젠가 일본에서 가장 큰 그림책 출판사에서 글을 넣는 조건으로 출판 제의도 받으셨는데 거절하시고 적절한 때가 오기를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저와 1999년 인연이 되어 2년 정도 작업 끝에 2001년 CD-BOOK으로 책이 나왔고 <푸른 자전거>의 한정희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음반이 책 뒤표지에 부착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QR 코드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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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산>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그림책이었습니다. 2002년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같은 해 우리나라 그림책으로는 최초로 뉴욕타임즈에서 매년 실시하는 올해의 최우수 그림책 10선에 선정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 벨기에(프랑스어판), 중국, 일본, 스페인, 브라질 등 7개국에 라이센스 출판이 되었습니다. 어른들도 소장용으로 적잖이 구입하는 그림책입니다.

제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많이 판매된 것이기도 합니다. 중간에 출판사가 한 번 바뀌기도 해서 정확한 판매량을 계산하기는 어려운데, 10만부 이상은 판매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2007년부터 출판하고 있는 보림출판사에서만 현재까지 30쇄를 발행했습니다. (보림출판사 1쇄 1만부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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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산>은 이미 출판된 지 오래된 스테디셀러여서 블로그나 인터넷서점 등에 책 리뷰가 대단히 많습니다. 해외 각국의 여러 독자들의 리뷰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9KWdb9BHDr0?si=1YUTVgPDsFmKBj3I


<노란우산>에 뒤이어 2002년에 내놓았던 피아노 앨범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듣는 좋은 음악”이라는 부제를 갖고 나온 <즐거운 세상>입니다. 이 음반은 조금 후에 “어린이음악” 주제에서 소개해 드릴 음악극창작집단 톰방의 첫 번째 작품이었습니다. <즐거운 세상>도 브런치스토리에 제작 과정을 적어 놓았는데요, <푸른 자전거>와 비슷하게 20대부터 꾸준히 써왔던 피아노 소품 중에서 적당한 곡들을 발췌하고 몇몇 곡들은 새로 작곡해서 완성한 음반입니다. 이 음반의 특징은 각 곡의 스토리나 느낌 등을 나레이션으로 이야기해 준 뒤 그 이야기에 해당하는 음악이 이어지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음악과 이야기가 결합되어 있지만 저의 다른 음악동화처럼 음악과 나레이션이 동시에 연주되는 것이 아니고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오늘 사회 맡으신 이소영 선생님이 음반에 추천 글을 써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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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디자인을 바꾸어 재발매 했고, 2005년에는 일본에서 음반과 악보집이 발매되었습니다. 일본 최대 음악출판사 중 하나인 전음악보출판사에서 악보가 출판되었고, 지금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는 음반사인 NAR(Nippon Acoustic Records)의 설립과 함께 첫 번째 음반 시리즈 중 하나로 제작되었습니다. 다카하시 다카꼬 피아니스트가 연주와 나레이션을 모두 녹음했습니다. 음반 제작자였던 유지 사카모토 씨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내놓는 한국 작곡가의 작품집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현재는 아쉽게 모두 절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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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6sC33t4Ep44?si=KT760QrTWipdES8M

신동일 "즐거운 세상"(오리지널 한봉예 연주)

https://youtu.be/5Diai9Tbq-U?si=yL3-wTLRdpVi3P1V

신동일 "World Full of Colours" (다카하시 다카코 일본어판 연주)


다음은 최근의 일들이지만 피아노 음악과 관련된 또 한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푸른 자전거> 발매 즈음에 예솔출판사에서 악보집을 함께 출판했습니다. 2000년에는 잠시후 소개할 민족음악연구회의 피아니스트 회원들과 함께 연주해서 내놓았던 <건반 위의 작은 세상>, 2009년 <노란우산> 악보집까지 예솔출판사에서 발행했는데 판매가 잘 되지는 않아서 절판이나 마찬가지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후 예솔출판사에서 피아노석세스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서 사업이 정착되는 단계에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21년부터 절판되었던 피아노곡집을 수정 보완하고 새롭게 디자인해서 재출간하고 출판 안 된 다른 피아노 곡들도 모아서 계속 출판하자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그리하여 2021년 <노라운산 EZ> 버전을 시작으로 <푸른 자전거 EZ> 버전과 <건반 위의 작은 세상> 재출간, 2022년 <학교 가는 길>, 2024년 <건반 위의 우리 민요> 등 현재까지 “신동일의 피아노곡집” 시리즈 5종의 악보집을 출판했고, 향후에도 작품이 구성되는 대로 계속 시리즈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모두 피아노교육에 활용할 것을 목표로 출판되었습니다.


05신동일피아노곡집.png



(2) 어린이음악

두 번째 주제는 “어린이 음악”입니다. 제가 청소년기부터 아이들을 참 좋아했고, 어찌어찌 어린이음악을 하다 보니 적성에도 잘 맞고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고 여러 가지로 만족을 주고 있어서 제 음악 활동 중에 중요한 영역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본격적인 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1996년 귀국해서 <푸른 자전거> 음반을 발매한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앞서 살짝 언급했던 민족음악연구회라는 단체에 속해 있었습니다. 아창제 조직위원장이신 이건용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회장을 맡아주셨고, 서양음악, 국악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가들이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친목 모임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에 전공별로 소모임이 있었는데, 피아노소모임에서 저에게 공연 기획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귀국을 결심하고 몇가지 방향으로 진로를 생각하며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하다가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주된 일은 피아노소모임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피아노한마당>이라는 음악회 시리즈를 기획하는 일이었습니다. 민족음악연구회에 작곡가들이 여러분 소속되어 있었고, 연주자들도 대부분 창작음악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창작곡을 포함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997년 <민요가 있는 피아노 한마당>, 1998년 <드라마가 있는 피아노한마당>, 2000년 <건반 위의 작은 세상>을 회원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연구하며 악보집 출간에 맞춰 공연 했던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한마당> 등을 기획했습니다. <건반 위의 작은 세상> 작업에도 이소영 선생님이 참여해 주셨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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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는 교대역 근처에 있던 소극장과 공동 기획으로 <피아노 플러스>라는 타이틀로 매달 한 번씩 월례 음악회를 진행했었는데, 관객 동원이 잘 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7월, 진작부터 연례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던 <2001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한마당>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그해 연말까지 매달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한마당>을 공연하고 소극장과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통장에 남은 200만원으로 종로5가에 위치한 연강홀을 2월 초에 3일 5회 공연으로 대관하고 계약금을 냈습니다. 공연 제목은 <2002 Upgrade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한마당>. 400석 규모의 연강홀은 <피아노한마당>과 인연이 오래 되어서, 제가 기획을 맡은 후로도 <민요가 있는 피아노한마당>, <드라마가 있는 피아노한마당> 등을 연이어 공연했던 곳이었기에, 극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공연 포스터가 올라가고 공연 한 달 전에 5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주간동아 기자님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공연 홍보에 도움이 되도록 기사를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이미 매진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구요. 그래서 “놀라운 매진 사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써주셨습니다.

공연은 크게 성공했고, 연강홀 제안으로 2월 하순 봄방학 기간에 일주일 동안 14회 연장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료 객석 점유율 90% 정도를 기록했고, 당시 어린이 공연의 양상을 크게 바꾸어 놓는 계기를 만들어준 공연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한마당>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2년 오랜 친구와 함께 음악극창작집단 톰방(구 이바지 프로덕션)을 만들게 됩니다. 앞서 소개한 <즐거운 세상>이 첫 앨범이었고, 2003년에는 <노란우산>을 타이틀로 한 복합장르 형태의 어린이 음악회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2004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을 차례로 내놓게 됩니다. 대표작으로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집>, <시리동동 거미동동>, <비엔나의 음악상자>, <페페의 꿈>, <프록스>, <문지기 문지기 문열어라>, <삼단합체 한글>, <아이 스웨어> 등이 있습니다.

<문지기 문지기 문열어라>는 2012년 제1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아동청소년 부문 음악상을 수상했고, 2007년 배우 3명과 피아니스트의 소극장 공연으로 시작했던 <페페의 꿈>은 지금까지 18년째 공연하고 있는데, 몇차례 변신을 거듭하여 지금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는 동화뮤지컬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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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음악 중에 <시리동동 거미동동> 애니메이션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은 김윤덕 작가님의 시그림책입니다. 김윤덕 작가님은 그림책 분야에서 스타 작가신데, 이 책을 출판한 창작과비평사에서 홍보에 투자를 많이했습니다. 2004년 <시리동동 거미동동> 그림책 원화전을 개최하면서 홍보에 활용할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직전 겨울에 있었던 그림책 전시회에서 부대행사로 마련되었던 음악회를 위해 <시리동동 거미동동> 노래를 작곡해 두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노래는 관객들이 단숨에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곡했습니다. 가사는 제주도 전래동요를 권윤덕 작가님이 각색하셨다고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책의 톤과 질감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잘 만든 영상입니다.


2005년부터는 음악극창작집단 톰방에서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타이틀로 “이야기 콘서트”를 만들어서 크게 성공했습니다. 이후 10년 이상 수백회의 공연을 했고, 그림책과 공연이 가장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프로젝트로 평가받았습니다. 언젠가 KBS 뉴스에서 어린이 공연 유료 객석 점유율 1위 공연이라고 보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https://youtu.be/ugofwRkbE8I?si=4d7gUFhUcKAZdIop

신동일 "시리동동 거미동동"(권윤덕 원작)



(3) 영화음악


세 번째 테마는 영화음악입니다. 제가 원래 어린 시절부터 영화에 별 관심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본다면 SF나 환타지 영화 정도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드라마” 장르를 어른들이 왜 보는지도 잘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 3-4학년 지나면서 어떤 계기로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계기는 설명하기 복잡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어서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 처음 몇 년 동안 미치도록 영화를 봤습니다. 자연스럽게 영화음악도 하고 싶어져서 대학원에서 영화음악 수업과 컴퓨터 음악 수업도 수강하고, 미주 내 독립영화 감독들과도 이렇게 저렇게 인연이 되어 단편영화 작업도 꽤 했습니다. 귀국 후에도 몇편의 독립다큐멘타리 음악 작업도 했고 인연이 닿은 단편영화 음악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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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극영화는 2편을 했는데, 1997년 황인뢰 감독의 <꽃을 든 남자>와 2009년 홍기선 감독의 <이태원 살인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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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남자>는 <푸른 자전거> 때문에 인연이 닿았던 작품인데, MBC 방송국에서 당시로서는 꽤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지만, 영화 자체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고, 영화 외적으로 몇가지 성공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화장품 회사에 영화 제목과 타이틀 디자인을 판매해서 “꽃을 든 남자”라는 화장품 시리즈가 나와서 인기를 끌었고, 제가 <푸른 자전거> 음반 제작사와 함께 만들었던 OST도 나름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자우림”이라는 록그룹이 데뷔하여 꽤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전해 들은 얘기로는 애초부터 제작사에서 이런 부대사업 하는데 관심이 많아서 영화가 실패한 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만족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마지막 믹싱 작업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었고 결과물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첫 장편영화 작업으로서 의미를 둘만 했습니다. <꽃을 든 남자> 영화음악 제작 관련한 사연도 브런치스토리에 적어놓았습니다.


https://youtu.be/kJkZAVlOvqs?si=8DQpM7l9-HlemOef

신동일 "다시 나에게"(영화 "꽃을 든 남자" 중에서)


두 번째 장편 극영화 <이태원 살인사건>는 저예산 독립영화여서 예산이 너무 빠듯했습니다. 전체적인 작업 과정이나 퀄리티는 좋았는데, 음악이 많이 필요한 영화는 아니었고, 몇 장면은 감독님과 끝까지 생각을 모으지 못해서 음악을 빼버린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제작비를 엄청나게 들였던 <꽃을 든 남자>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당시에 크게 주목받았던 배우 장근석 씨가 전격적으로 출연을 결정하면서 대형 배급사와 계약이 되고 홍보 마케팅 비용을 엄청 쏟아부었는데, 가장 아쉬웠던 점은 관객 리뷰에서 “예고편 보고 상업영화인줄 알고 봤는데 막상 보니 저예산 독립영화여서 실망했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예술영화관에서 오래 상영하는 쪽으로 갈 수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그래도 영화가 크게 화제가 되어서 재수사도 이루어지고 현실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https://youtu.be/8Sn7giIpKt4?si=kbJfvL-GIbtdXrIi

신동일 "이태원 살인사건" 에필로그



(4) 구두점의 나라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의 <구두점의 나라에서>는 최근에 작곡한 중요한 작품인데 다른 작품들과 묶을 만한 카테고리가 떠오르지 독립적으로 소개합니다.


보림출판사에서 예술적 성취가 높은 소장용 그림책을 묶어 “컬렉션”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는데, <구두점의 나라에서>는 그중 하나로 라이센스 출판된 한정판 수제 그림책입니다. 19세기 독일 시인의 풍자시를 텍스트로 하고 인도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책을 디자인하고 수제로 프린트, 제본해서 한 번에 1,000부 씩만 제작한다고 합니다. 뒤표지에 손으로 쓴 일련번호가 있어서 책 한권 한권에 고유성을 부여하고 있는 특별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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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1년 지나는 사이에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이 그림책을 원작으로 무용작품을 제작하기로 하고, 현대무용 분야에서 특별한 위치에 서 있는 정영두 무용가를 섭외했고, 정영두 무용가가 제게 음악을 부탁해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안무, 음악, 디자인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2021년12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 5회 공연, 2022년5월 같은 곳에서 현대무용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12회 공연을 했고, 두 번 다 공연 4-5주 전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제가 무용계에 잘 알려진 작곡가는 아니기 때문에 정영두 무용가의 힘이 컸겠지만, 초연 후에 입소문이 크게 난 영향으로 12회의 재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던 것 같습니다. 작년 2024년11월에는 강동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3회 공연도 뜨거운 반응 속에 이루어졌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에서는 저를 믿고 음악과 음향 부분의 여러 가지 요구들을 최대한 수용해 주었고, 저 자신으로서도 매우 만족한 작품입니다. 무용단 측에서 이 작품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했는데, 초연 직후에 1시간 분량의 공연 전체를 스튜디오 촬영으로 Dance Film을 제작하여 온오프라인에서 상영해 오고 있습니다. 댄스 필름은 공연과 또 다른 느낌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댄스필름 상영 기간이 지나버려 다시 비공개로 전환되었기에, 6분 가량의 공연 예고편 영상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https://youtu.be/jlfbq6biqZA?si=Z8udpwUf2HfRPcr1

신동일 "구두점의 나라에서" 발췌 영상(예고편)




(5) 오페라

제가 20대 시절 작곡가로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작곡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고, 작품마다 극단적으로 다른 기법과 다른 양식 음악들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성격이 뚜렷한 특정 장르 음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작곡기법이 내 음악의 정체성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곡기법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어떤 기법을 사용하든 그 속에서 나만의 특징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음악 양식 면에서 확장성은 줄어들고, 세상의 음악 장르는 점점 세분화되고 있어서 그걸 따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대략 2010년 전후- 저의 활동 영역이 서양음악, 국악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음악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페라는 저에게 특별하게 다가왔고,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저는 고전, 낭만 오페라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오페라의 양식과 톤앤매너(Tone And Manner)를 이어받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제게 오페라는 성악가들과 함께 음악과 드라마를 깊이 있게 다루는 하나의 “음악극”입니다. 우리나라에 뛰어난 성악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음악적으로나 극적으로 깊이 들어가는 음악극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페라를 작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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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우리말 오페라는 음악으로 극을 잘 살린 음악극입니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노래로 대화하지만, 관객들은 그들이 실제로 대화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항상 저의 목표입니다. 그렇게 연극성을 잘 살린 오페라, 오늘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오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공연된 오페라는 6 작품이고, 쇼케이스만 했던 작품, 미발표작 등도 좀 있습니다. 첫 작품은 제가 직접 제작까지 했던 <테이크 아웃>이었습니다. 시작은 무조건 로맨틱-코메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의 의도는 관객에게 잘 전달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관객들이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는 느낌을 많이 받고 즐거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는 일반 관객들이 창작오페라를 보러 오게 하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넘어야할 가장 큰 벽입니다.


<로미오 대 줄리엣>, <피가로의 이혼>, <냉면> 등 제목만으로도 코미디라고 느낄 만한 작품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일상을 그린 작품들이 주로 많습니다. <빛아이 어둠아이>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와 환경 문제 등을 설화와 엮은 판타지물이고, 2025년 여름에 초연했던 오페라 <맥>은 강원도 지역의 가상의 고대사를 상상력으로 표현한 퓨전 사극입니다.


2023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되었던 <피가로의 이혼>의 쇼케이스 영상을 감상하시겠습니다. 본 공연보다 쇼케이스 공연 연주가 더 마음에 듭니다.


https://youtu.be/KXwUtxGBCAI?si=PjD3OJYDTUSgdA8s

신동일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 쇼케이스



(6) 음악극


저는 21세기가 이야기꾼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라는 게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요소로 이어져 왔을 텐데, 21세기는 그런 경향이 특히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음악 공연에서도 점점 이야기가 자주 결합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갈수록 이야기에 목말라 하고 있기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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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오페라와 뮤지컬일 텐데, 그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음악극이 수없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합창단이나 관현악단도 음악극을 하고 싶어 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여러 가지 형태의 음악극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바로크시대의 오라토리오 비슷하거나 이를 변형한 형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 음악극 작품 중에서 2곡의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2019년 초연했던 세월호레퀴엠 <쪽빛의 노래>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백기완 선생님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뜻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년여 기간 동안 준비했고, 작곡도 거의 2년 가까이 걸렸는데, 오케스트레이션은 도저히 초연 날짜를 맞출 수 없어서 처음으로 후배 작곡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로서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마음을 함께 하는 뜻이 컸지만, 백기완 선생님의 언어를 그대로 음악화한다는 것 또한 큰 도전이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기완 선생님께서 주신 10편의 시를 그대로 가사로 사용하는 것은 역시 불가능했습니다. 연출을 맡았던 이동선 님이 백기완 선생님의 문체를 최대한 살려 가사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백기완 선생님의 문체를 워낙 잘 살린 가사였기에 작곡하기는 여전히, 극도로 어려웠습니다.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22

<쪽빛의 노래>도 공연 형식은 바로크시대의 오라토리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무대 위에 음악회 형식으로 배치되고, 오케스트라 앞쪽 공간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솔리스트의 노래가 펼쳐집니다.

초연은 성공적이었고, 백기완 선생님께서 마지막 곡이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하게 박수를 치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제작진에서 매년 공연을 이어가고자 노력을 기울였지만,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더 이상 공연 기회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레퀴엠 <쪽빛의 노래>는 총 10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날아라 장산곶 매야>를 감상하시겠습니다. 독립적인 합창곡으로 불릴 만한 곡이고, 개인적으로 전곡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입니다.

https://youtu.be/KUlIL8WbBow?si=4FsBUMPT2nr57Qz5

신동일 "날아라 장산곶 매야"(세월호 레퀴엠 "쪽빛의 노래" 중에서)


오늘 마지막으로 준비한 곡은 <독도아리랑>입니다. 2020년 예술의전당과 서울오페라앙상블이 공동으로 제작한 콘서트 드라마 <굿모닝 독도>의 마지막 피날레곡입니다. 이 작품은 2020년2월에 초연되었는데 다케시마의 날에 맞춰 문화적으로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때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하여, 이 공연 다음 날 극장이 폐쇄되는, 아슬아슬한 경험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독도지킴이 할아버지의 손자가 일본 여성과 사랑을 하게 되면서 가족 간에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 과정을 기본 줄거리로 하여 독도의 역사와 생태 등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IBK챔버홀에서 대금, 해금 등 국악기를 포함한 챔버앙상블이 무대 한쪽에서 연주하고 다른 쪽에서 극과 노래가 진행됩니다.

<독도아리랑>은 서울오페라앙상블의 갈라콘서트 등에서 계속 연주를 해왔는데, 항상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21세기의 새로운 아리랑의 하나로 자리잡기를 희망해 봅니다.

https://youtu.be/nBOwOsxzfMw?si=Y3BvmznZeqVUEIL_

신동일 "독도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