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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현 Jun 20. 2021

#2 : 검색

48살 아빠와 7실 딸, 캠핑으로 나누는 다른 듯 같은 꿈 이야기 2

[#2 : 검색]


  나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네이버에 '근교 캠핑'을 검색하고 있었다. 2019년 6월의 일이다. 


  무작정 캠핑장 예약부터 했다. 인터넷 활용 수용도가 나름 높다고 자부하는 X세대(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 일명 서태지 세대)지만 비대면 예약을 믿지 못하고 캠핑장에 전화를 걸어 사장님을 귀찮게 했었다. 


  첫 캠핑을 준비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복잡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주어진 환경 자체가 그랬다. 

  72세 장모님과 5살 딸, 그리고 아내. 잠을 자고 생리 현장을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단독 샤워장 캠핑장', '화장실 깨끗한 캠핑장', '사장님이 부지런한 캠핑장', '개수대 깨끗한 캠핑장' 등 나의 검색은 이렇게 구성됐다. 


  캠핑 장비는 당연히 대여. 우리 가족 구성에 어떤 장비가 맞는지 알지 못했다. 고가의 장비를 무조건 살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4인 패키지' 대여 상품은 초보 캠퍼에게 오아시스라고 할 만하다. 첫 캠핑 이후 다시는 캠핑을 가지 않거나 혹은 한 번 더 해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캠핑 장비 대여'를 검색했다. 여러 웹사이트가 올라왔고 '4인 패키지' 대여 상품을 결제했다. 4 ~ 5만 원의 운송비를 지불하면 커다란 박스에 신청한 장비를 아파트 문 앞까지 배송해 주고 또 수거해가는 아주 편리한 방식이다. 

  첫 사용 후 느꼈지만, 사용한 장비를 펼쳐 말리거나 세척해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드디어 출발이다. '캠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낭만적이다. 잘 차려진 야외 테이블과 바비큐, 푸르름과 그 푸름을 만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늘막, 직장에서 벗어난 아저씨의 힐링, 너그러워진 엄마 아빠 시야에서 맘 놓고 흙장난하는 아이들, 가슴속 깊은 곳에 새겨지는 불멍과 대화. 

  현실과 동 떨이지기도 하고 맞기도 한 캠핑 연관어는 첫 경험에서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나는 여겼다. 이런 마음 가짐은 여러 변수들을 체크하는 준비 과정에서 긍정적인 후기에 더 많이 머물게 했고 체크리스트에 담겼다. 


  땅을 고르고 텐트를 펼치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전기선을 연결하고... 사실 캠핑의 시작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고단함에 가깝다. 대여 텐트와 같은 종류 장비의 사용 후기 동영상을 여러 번 숙지한 탓에 머릿속에는 순서도가 정리돼 있었지만, 디테일은 달랐다. 쩔쩔매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사장님의 호의로 텐트 펼치는 기본적인 자세부터 교육받고 2시 간여 만에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땀범벅이 된 내 모습을 본 아내는 수건으로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주었고 5살 딸 써니는 손 선풍기로 아빠의 땀을 식혀주겠다며 연신 얼굴에 선풍기를 드리 밀었다.   


  자랑스럽게 우리 장비를 모두 펼치고 의자에 앉자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6월의 푸르름, 바로 옆에서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 물줄기. 상쾌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가족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특히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유년시절을 보낸 장모님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들뜬 모습이 역력했다. 써니와 함께 마른 나뭇가지를 주우며 불을 지피겠다고 야단을 피운다. 서울 아파트라는 공간에서는 각종 디지털 장비 사용이 서투른 탓에 써니로부터 타박을 들으며 배워야 했던 장모님이지만, 들판에서 만큼은 자연 선생님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지식을 과시했다. 이런 모습에 써니는 자연스럽게 할머니에게 의지하며 졸졸 따라다녔고, 이것 저것 질문을 던졌다. 장모님은 의기양양하게 즉답을 해내며 관계 설정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써니와 노는 법을 '검색'했다. 바로 옆 써니에게 묻지 않고 말이다.

  '검색'으로 시작한 마흔한 살 차이 초보 캠퍼의 첫출발. 나쁘지 않았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자 의도한 마음 가짐의 발로일지 몰라도 만족감은 컸다. 무엇보다 함께 하고 있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 네 식구는 서로에게 의지했다. 누군가가 어떤 역할을 부여한다거나 진두지휘 하지 않았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했고 마치 훈련된 조직력을 갖춘 훌륭한 팀이 된 듯 각자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본 것으로 기억한다. 

  "만남은 신의 영역이지만 관계는 사람의 영역이다."


  1주일이면 두어 번 이상 무조건 지나갔을 통로의 글귀가 초보 캠퍼로서 거듭난 지금에야 눈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내가 있는 공간을 공유하는 수많은 사람들. 이들 속에서 우리는 또 무엇인가를 계속 '검색'하며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 간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 지나고 나면 기억하지 못할 수 많은 '검색'.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고자 하는 습관적 '검색'.


  첫 캠핑에서 장비를 펼치고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전 나는 노트북을 먼저 펼쳤었다. '캠핑 + 5살 딸 + 놀이' 이런 키워드 조합을 검색했다. 

  습관성 '검색'을 이어가던 중 오른쪽 귀에서 '윙~~'하는 손 선풍기 소리와 함께 바람이 느껴졌다. 바로 옆에 앉은 써니가 장난을 걸어왔다. 

  나는 느꼈다. 

  "써니와 노는 법을 왜 컴퓨터에 검색을 하고 있지? 물어보면 되는 것을..."

 

  "써니~ 우리 뭐할까?" 

  "모래놀이"

  "좋아. 여기 앉자."

  우리는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미 옷은 엉망이었고 여름날 흙은 시원했다.   


  우리는 과연 누구와 소통하는가? 당사자와 소통하고 있나? 타인에게 당사자의 의견을 대신 묻고 있지는 않은가? 어버이날 부모님이 좋아할 레스토랑을 우리는 검색한다. 어버이에게 물어보면 될 것을 말이다. 


  캠핑을 거듭할수록 '검색'은 줄어들었다. 주어진 식재료를 마음대로 넣고 끓여 먹는다. 이제 나는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맛있는지 검색하지 않는다. 뒤에서 놀고 있는 써니에게 물어본다. 아내에게도 물어본다.

 

  "소금 얼마나 넣을까? 와서 먹어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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