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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벚꽃

미국 메릴랜드

by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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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훌훌 털어내고픈 마음은 늘상 봄을 앞서 간다.

두꺼운 이불을 들여놓고 세탁소에 겨울 옷들을 맡기곤

북쪽을 향하는 마지막 추위에 몸을 떨다 감기에 걸린다.

마치 꽃샘추위가 처음인양, 올해는 유독 매섭다며 지인들과 기후변화 위기를 걱정한다.

화창한 봄 날씨는 4월이나 돼야 하지만

겨울이 5개월이나 된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크리스마스, 신정, 구정 등 많은 이벤트로 동절기를 참아내보지만

겨울은 세상의 생명력이 사그라드는 계절이다.

피어나는 봄의 기운에 편승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애써 즐기는 건

다가오는 내 인생의 겨울이 두려워서 일지도 모른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 구절을 읊기에 삶은 냉혹하다.

션 베이커 감독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최하층의 삶을 보여주다

두 여자애가 손을 잡고 디즈니랜드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피날레로 삼은 것도

냉혹한 현실 속 탈출구는 없음을 잘 알기에 문학적 혹은 영상적 미화를 택했을테다.

빽빽하게 생명력을 자랑하는 벚꽃에서 낙화를 연상하고

물 위에 쏟아지는 벚꽃잎의 아름다움에서 물 흐르는 대로 사라질 소멸을 보는 것은

지금이 즐거워야 하고, 작은 즐거움도 만끽할 이유다.

이병기의 낙화를 다시 인용하자면

결국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그러니 싹이 돋고 꽃이 피고 과실이 맺혀 성숙하고 세상의 자양분 중 일부가 되는,

매 순간은 찬란하게 아름답다.

미래를 위해 돈을 벌고 승진을 하겠다며 나는 얼마나 많은 현재를 외면했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굳이 현재가 고통스러울 이유는 없다.

거창한 미래보다 손에 잡히는 한 줌의 행복을 감사하는 현재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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