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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부족하지 않다

서울 한강대교

by JU


서울 한강대교를 걷는데 늠름한, 갈매기가 맞나 의심할 정도로 큰 새가

가로등 위에 앉았다.

압구정이 '갈매기와 벗하는 정자'라는 뜻이라니 예로부터 갈매기 출현이 심심찮았을테고

서해에서 그보다 가까운 한강대교에 갈매기가 앉는 게 신기할 일이냐마는

그래도 저 덩치가 아니고는 한강을 거슬러 오기 힘든 거리라고 생각했고

새의 왕처럼 늠름하게 앉은 모습에 감탄했다.

하지만

뽐내듯 아래 위를 응시하는 갈매기 너머 달이 보였다.

새의 왕 위에 달, 달 뒤에 수 많은 별, 창공은 끝이 없다.

갈매기 너는 높은 곳에 닿은 것이 아니라고

네 뒤에 달이 있고, 인간은 태양계를 지나 어딘가를 유영 중일 우주선을 쏘았다고

인류는 이미 창조의 빛이 터져 나가 빛의 속도로 닿은 우주 어느 지점을 계산할 수 있다고

소리 질러 알려주려다 말았다.

잘 모르고 우쭐대는 뽐새가 우스꽝스럽지만 그 기분을 망칠 권리는 내게 없었다.

언젠가 아이의 체험학습으로 농장에 함께 갔다가

배부르게 먹는 돼지와 소에게 결국은 도축당할 거라고

열심히 먹을수록 먼저 도축당한다고 알려주고팠던 그 때가 생각났다.

어짜피 죽음으로 향하는 게 인생의 본질이라면

한 때 높이 날았고 배부르게 먹었음이

내가 가장 높이 날았다고 믿는 '비행의 충만함'과 누구보다 행복했다는 '배부름'이

노년의 추억일 것이다.

그만큼 인생의 목표는 다양하고 삶의 모습도 다르더라.

좋은 학벌과 사회규율의 모범적 준수,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은 성공 확률을 높이지만

그건 '확률'일 뿐, 인생에 '확정된 진리'는 없었다.

제로베이스 경쟁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고, 흔히 봤던 성공의 길을 따른 나는 자주 실패했다.

예전에 만난 엄홍길 대장은 누구나 '정상만이 목표'는 아니라며

네팔 사람들은 수미산(불교에서 말하는 세계의 중심)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108번 순례하는 것이 해탈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강대교 위 갈매기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늠름했을 것이고,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결국 상어에게 다 뜯어먹힌 청새치를 끌고 오던 노인이 만면에 지은 웃음과 같다.

그러니 지금 "너는 부족해"라는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귀기울이지 않으려 한다.

대체로 시간이 지나보면... 너는 부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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