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고귀한 존재로

나는 목수입니다.

by 나무를만지는

탄생 고귀한 존재로....

바람에 꺾이고, 태풍에 휘말리고,
어쩌면 사람의 손에 의해 꺾어졌을지도 모를 나무가 있다.
그렇게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들은
강물에 실려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그 여정은 때론 거세고, 때론 덤덤하며,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한없는 세월을 떠돈다.

바다는 그들을 소금에 절인다.
짠물은 속살을 단단하게 만들고,
파도는 쉼 없이 밀려와 모서리를 깎아 낸다.
타는 듯한 햇볕은 그 위에 시간을 덧입히고,
그러다 보면 나무는 점점 결이 드러나고, 본래의 빛을 잃어 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과정을 겪은 나무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단단하고 소중해진다.

그렇게 바다를 떠돌다. 그 소중한 존재는
어느 날 내 손에 들어온다.
나는 그 존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 안에 새겨진 시간과 바람과 상처를 느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망설임 없이 손을 뻗는다.

나는 그 존재를 깎고, 또 깎는다.
칼을 대고, 사포를 문지르며 존재속에 숨어 있던 고요한 이야기를 꺼낸다.
상처를 감추지 않고, 흔적을 지우지 않으며,
그 모든 것을 안고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로 빚어낸다.

나는 그런 일을 한다.
세월을 견딘 존재에게
또 다른 이름을 부여하고, 새로운 삶을 건네는 사람.

내 이름은 목수.
그렇게 깎이고 닦여 탄생한 고귀한 존재는 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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