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오가피 열매를 땄다. 까맣게 익은 열매를 본 지 한참 되었다. 며칠 사이에 잘 익은 열매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 미룰수 없다. 오늘은 작정하고 바구니를 들고 열매를 거두었다. 줄기에 난 가시들을 피해 가며 열매를 따기란 쉽지 않다. 가시가 옷에 걸리면 옷이 찢긴다. 손에 두 번밖에 안 찔렸다(바늘이 필요하다). 차분하게 서둘지 않은 덕분이다. 약성이 좋은 나무이고, 열매도 좋은데 가시에 찔릴 각오를 해야 얻을 수 있다. 손에 박힌 가시는 반드시 빼야 한다. 빼지 않으면 가시가 염증을 일으켜 퉁퉁 붓는다.
열매를 물에 씻어서 물기가 마를 때까지 채 바구니에 담아 둔다. 물기가 마르고 난 뒤 유리병에 백설탕과 1:1로 섞어서 넣는다. 날짜를 스티커에 써서 붙여 둔다.
이태 전에 담가 둔 섬오가피 열매청이 있었다. 100일이면 원액을 걸러 보관했어야 하는데 잊고 놓아두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잘 발효가 되어 진한 향기가 났다. 한약재 비슷한 향기다. 이번에는 더 많은 양을 채취하여 담았으니 100일 후에는 원액을 걸러 두어야겠다. 체력증진에 도움이 될지 차로 마셔 보아야겠다. 수제 건강차, 섬오가피 열매차가 기대된다.
전원생활의 장점은 시간을 두고 뭔가 해두면 거두고 누릴 게 있다는 것이다.
이 차를 마실 수 있을 즈음이면 꽃들이 반겨 줄 것이다. 겨우내 기다리던 봄날의 아지랑이와 나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