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오후 3시 20분, 가을이 시작된다.
예전에 미국에도 절기가 있다라는 글을 적은 기억이 있는데 어느새 3개월이 지나고 이제는 가을에 들어섰다. 보통 월단위로 끊어서 6월부터 8월까지가 여름이고 9월이면 가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미국에서는 해가 가장 긴 날, 올해는 6월 20일부터 시작해서 그로부터 약 3개월 후인 9월 22일이 여름의 마지막 날로 여기는 모양인데 사람이 체감하는 부분과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어 매우 적절한 날짜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말이 가을이지 9월이 되어도 아침저녁에나 조금 시원하다고 느끼지 여전히 덥고 심지어 여름처럼 더운날도 제법 많아서 이런 계절 구분이 설득력이 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도 가을이지만 실제 사람들의 옷차림은 여전히 반팔이니 가을이라고 하기보다 늦여름이라고 하는 편이 오히려 적절해 보인다. 그럼 미국의 가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 9월 22일은 Autumnal Equinox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한국의 절기로 얘기하면 추분에 해당하고 오늘을 시작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Winter Solstice인 12월 21일경까지가 미국의 가을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4절기는 꽤나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계절나누기 방법이다. 지난번에 올린 글을 읽어보니 여름휴가 계획으로 고민하는 흔적이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귀차니즘이 발동하기도 했고 코비드로 움직임이 좀 제한된 면도 있어서 주변에 차를 타고 갈수 있는 로드아일랜드의 뉴포트를 다녀왔다. 태풍 앙리가 미국 북동부를 관통하는 바람에 일정에 조금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작년에 갔을때처럼 여전히 놀기좋은 해변과 비교적 한적한 바닷동네의 느낌을 즐기다가 왔다. 여름휴가 잘 보내고 돌아오니 허리케인 아이다가 또 한번 몰아치는 바람에 지하에 있는 보일러와 워터탱크에 물이 차서 망가지는 바람에 수천달러를 쓰긴 했지만 이번주에 모든 수리를 마치고 나니 올해 여름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보낸것 같다.
자, 가을이다. 아무리 코로나바이러스가, 델타변이바이러스가 기세등등하다고 해도 우리는 또 살아가야 할것 아닌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연일 증가세에 있는 지금 이런 얘기를 하면 팔자좋은 소리한다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가을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날씨가 선선해서 야외활동하기도 좋고 단풍이 들어가는 산과 들을 마주하면 주말에 방구석에만 있는건 가을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알게 된다. 어디든 갈 데가 수두룩하지만 가을에 가면 괜찮은 내가 가본 주변의 단풍포인트 몇군데를 소개할까 한다.
Minnewaska State Park - 뉴욕 시내에서 차로 약 두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수십, 수백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지만 가운데 큰 호수인 Minnewaska lake 둘레를 트레킹하는게 가장 쉽고 일반적이다. 호수 둘레길은 3마일이 채 되지 않는 거리에 급경사가 없는 숲길이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기기 좋다. 뉴욕에서 다소 거리가 멀긴 하지만 막상 가보면 고생해서 간 보람을 찾을수 있는 곳이다. 사시사철 좋지만 가을에 단풍을 보러 가는걸 추천한다.
Harriman State Park, Bear Mountain - 서울로 치면 관악산, 북한산 처럼 뉴요커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수 있는 주립공원으로 Bear Mountain 트레킹이 대표적인데 이 곳은 뉴욕에 머무는 여행자들의 단골 쇼핑코스인 Woodbury Outlet와 가까운 곳이다. 가을 단풍철이라면 Bear Mountain 정상에 올라 7개의 호수와 단풍을 만끽하며 신선한 바람을 쐬는 것도 좋고 활동적인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Sevenlake Driveway를 운전해서 지나가기만 해도 눈앞을 가득채운 단풍을 볼수 있어 좋다.
Delaware Watergap - 뉴저지와 펜실베니아의 경계를 흐르는 Delaware River를 끼고 있는 이 주립공원 역시 규모가 꽤나 큰데 Tammany Mountain의 대표 트레일인, Kittatinny point에서 시작하는 Red & Blue dot trail을 오르다보면 돌과 바위, 나무들, 그리고 다른 미국의 산과 다르게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한국산의 그것과 너무 비슷해서 산행하다보면 정말 내가 한국에 어느 산 중턱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트레일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굽이쳐 흐르는 Delaware River와 강 옆에 빼곡히 들어찬 나무숲을 높은 곳에서 감상할수 있다.
Montreal, Canada - 코로나시대에 적절하지 않은 곳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코로나도 끝날테니 미리 추천해둔다. 내 주변의 단풍명소라고 하긴 너무 멀지만 단풍철에 꼭 한번 가볼만한 곳이고 또 뉴욕 Penn Station에서 Armtrak 단풍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몬트리올까지 갈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차를 타고가면서 가을단풍을 느낄수 있도록 돔카-천정까지 뚫려있는 형태는 아니고 창문이 일반실에 비해 높아서 단풍구경하기 좋다- 형태로 Armtrak를 운용하는데-앞 1량 정도만 돔카이고 나머지는 일반기차와 동일하므로 단풍을 구경하려면 맨앞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뉴욕시티를 기점으로 뉴욕주 북부를 거쳐 몬트리올까지 가는 코스다. 기차로 이동하다보니 비행기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단풍구경을 하면서 육로로 캐나다에 들어간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고 공항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이 차량을 기차역 주차장에 두고 바로 이동할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수 있겠다. 몬트리올 단풍은 말해 뭐하랴. 그냥 최고다.
Cloister - 다운타운에 살고 있어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지하철을 타고 여기 The MET Cloisters로 단풍구경을 가자. 위키백과 사전 검색에 따르면 Cloisters는 Rockefeller가 1930년에 터를 구입하여 조지그레이버나드에 의해 수집된 중세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의 예술품들과 중세 수도원의 건축물들을 재구성하여 1938년에 완공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분원으로 지하철 A라인을 타고 190st 역에서 내리면 바로 옆이다. 굳이 박물관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외부를 산책하기만 해도 중세시대로 돌아온듯한 기분을 느낄수 있어 충분히 재미있다. 때에 따라 작은 노천극장에서 중세시대 복장을 하고 중세시대를 재연한 짧은 연극도 볼수 있으니 느긋하게 걸어보자. 단풍시즌에는 그저 울타리에 기대어 흐르는 허드슨강을 바라보는 것도 뚜벅이에겐 괜찮은 가을즐기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