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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Dec 13. 2019

곤약 세라마이드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건조한 피부 탓에 가려움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이 같은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이는 피부 장벽이 무너졌기 때문인데, 심한 경우 피부염이 발생하여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치닫는다. 중요한 건 보습과 피부 장벽의 회복인데 사실 이게 쉽지 않다. 여러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드라마틱 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그 와중에 세라마이드, 그중에서도 곤약 세라마이드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과연 곤약 세라마이드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곤약 세라마이드, 정체가 뭐지?

곤약감자는 이렇게 생겼다

곤약 세라마이드는 곤약감자추출물로 만든 세라마이드 제품이다. 곤약감자는 감자가 아닌 토란의 일종이다. 구약감자라고도 하며, 곤약감자의 뿌리로 만든 묵이 바로 곤약이다. 곤약감자에는 세라마이드 성분의 일종인 글루코실 세라마이드가 풍부하여 피부 보습에 도움이 되며, 이를 통해 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즉 곤약 세라마이드의 정체는 곤약감자추출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인 것이다.


건조한 피부(좌)와 촉촉한 피부(우)

그럼 세라마이드는 뭐길래 피부에 도움이 된다는 걸까? 피부 단면도를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각질은 각질 세포와 세포 간 지질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라마이드란 세포 간 지질의 구성 성분 중 하나로 피부 장벽인 각질층을 단단히 고정하는 물질 중 하나이다. 세라마이드가 부족하면 피부 장벽이 무너진다는 말은 곧 각질층이 약해져서 문제가 생긴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세라마이드가 손상되어 피부의 지질층이 훼손되면 각질이 불필요하게 쌓여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피부의 수분이 금세 날아가 건조해지기도 한다. 그럼 외부의 자극을 보호하지 못하니 가려움증이나 염증반응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일어날 수 있다.




곤약 세라마이드의 효과


피부미용학회지에 실린 세라마이드 도포시 수분 변화 그래프. A가 세라마이드 도포, B는 대조군이다.

곤약 세라마이드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사실 관련된 연구 논문은 많지 않다. 아, 물론 세라마이드 자체에 대한 논문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곤약감자추출물을 연구한 자료는 드물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만약 곤약감자 자체가 피부에 좋다는 내용이었으면 좀 더 연구했겠지만 곤약감자추출물 즉, 글루코실 세라마이드는 이미 알려진 성분이고 굳이 곤약감자가 아니더라도 옥수수, 미강, 복숭아 등 다른 원재료를 통해 추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각 세라마이드의 구조상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효능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게 아니므로 단편적인 논문만 존재한다.


곤약감자추출물에 대한 식약처 고시 내용

건강기능식품, 혹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파는 식품들을 먹을 때 항상 생각해야 할 건, 해당 제품들이 결코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약이 아니라는 건 결국 현재 당신이 갖고 있는 질병, 증상 등을 직접 치료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이 같은 제품을 대할 땐 조금 시니컬한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식약처에서도 해당 성분을 설명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고 고시하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의 이면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숨겨져있다. 제조사들이야 돈을 벌어야 하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어떻게든 강조해서 파는 것이지만 여기에 현혹되어선 안된다. 곤약감자추출물도 마찬가지. 아마 이 글을 보기 전까지 당신은 곤약감자추출물이 이미 시중에 많이 출시되고 있는 글루코실 세라마이드 관련 제품이라는 걸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단지 곤약감자추출물이 전에 보지 못한 원료이기 때문에 혹한 것이다.

작가님 죄송합니다

곤약감자추출물 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건강기능식품들, 그러니까 비타민C, 비타민B, 비타민D, 칼슘 마그네슘, 아연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영양제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게 아니다. 혹시 모를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먹는 것뿐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탈모가 왔을 때 비오틴을 먹으면 탈모가 치료되는 게 아니다. 영양이 부족하여 비오틴이 결핍되면 탈모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근데 현대인이 비오틴 결핍에 걸리기 쉬운가? 결코 아니다. 판매자들은 증상의 인과를 자꾸 뒤집으려 한다. 그렇게 공포감을 조성해야 판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곤약 세라마이드. 피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몇 년 꾸준히 먹으면 무너진 피부 장벽 회복을 어느 정도 보조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세라마이드가 함유된 수분크림을 수시로 바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심지어 세라마이드 자체가 다른 보습크림에 비해 유의하게 효과적이라는 논문은 찾기 힘들다.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왜 영양제를 먹는가

현대인에게 영양제가 필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도 개인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에 따라 충분히 결핍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가장 최선은 증상을 예방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자신에게 맞는 영양제를 찾아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회사원이라면 마그네슘, 루테인, 비타민D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고 눈이 혹사당할 것이며 햇빛을 별로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영양소에 비해 체내에서 소모가 빠른 영양소들을 미리 공급해서 결핍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영양제를 먹는다면 매우 똑똑한 방법이다.


하지만 탈모가 왔으니 비오틴을 먹고 정력이 감퇴했으니 아연을 먹고 주름이 생겼으니 코엔자임Q10을 먹는 건 영양제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올바른 태도는 의사를 찾아 상담하고 증상의 원인이 될 만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영양제는 어디까지나 보조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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