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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Dec 16. 2019

판토텐산 여드름에 과연 효과 있을까?

인터넷을 보다 보면 참 혹하게 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중 일부는 구체적인 논문까지 근거로 들면서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곤 한다. 관련 분야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주장의 허점을 파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기 쉽지 않다. 심지어 주변에서 좋다고 추천하면 더 쉽게 넘어간다. 석류즙, 어성초, 호박 즙, 음이온. 덕분에 이런 유사 과학들이 판치고 쇼 닥터와 약팔이가 돈을 버는 것이다. 판토텐산 역시 그중 하나.



판토텐산이 뭐지?



판토텐산은 비타민B 복합체 중 하나인 비타민B5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콜라겐을 만드는 주재료이며,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콜라겐 합성에 꼭 필요한 물질이므로 피부와 머리카락 등 콜라겐이 많이 함유된 신체 부위를 구성하는데 다량 사용된다. 장 내 유산균에 의해 합성되는데다 상당히 많은 음식에 판토텐산이 포함되어 있어 결핍 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하지 않은 식사, 예를 들어 도정한 백미나 육류 위주의 식사를 주로 한다면 체내 합성량 및 섭취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토텐산은 굉장히 많은 음식에 포함되어 있지만 가공하는 과정에서 50~75% 정도 손실된다. 따라서 다량의 판토텐산을 섭취하고 싶다면 최대한 조리나 가공을 덜 거친 상태로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육류보다 채소, 과일류의 섭취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식품에 판토텐산이 풍부하다.


[판토텐산 음식 10]

1. 아보카도

2. 가재

3. 계란

4. 연어

5. 육류의 간

6. 닭고기, 돼지고기

7.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8. 브로콜리

9. 고구마

10. 고등어


얼추 함유량에 맞춰 순서대로 나열한 목록인데 보면 알겠지만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다만 워낙 많은 식품에 판토텐산이 존재하므로 대충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잘 챙겨 먹으면 1일권장섭취량 이상으로 판토텐산을 섭취하는 건 매우 쉽다.



판토텐산과 여드름의 상관관계

판토텐산을 먹으면 여드름이 사라질까? 이에 대해 대다수 의사들은 부정적이다. 다만 사람의 체질에 따라, 생활습관에 따라, 여드름의 종류에 따라 일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동의하는 이들도 있다. 아무래도 판토텐산이 피부 장벽과 연관되어 있다 보니 상황에 따라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토텐산 자체가 피지 분비와 여드름 치료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 의사가 대부분이다. 어째서일까?


판토텐산이 여드름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1997년 의사 Lit-Hung Leung에 의해서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판토텐산의 부족은 CoA 효소의 부족으로 이어져 성호르몬 대사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몸은 성호르몬을 만들기 위해 지방 대사와 같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신체 대사들을 건너뛰게 되고 분해되지 못한 지방들은 피지 분비를 촉진시켜 여드름을 유발한다는 말이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이 주장은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가설에만 그쳤던 이야기다. CoA의 부족이 피지 분비를 촉진한다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


더불어 전제가 CoA 결핍인데, 판토텐산 부족으로 CoA가 결핍될 정도면 심하게 금식을 했거나 유전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쉽지 않은 가정이다. 옛날처럼 식품이 부족한 시기도 아닐뿐더러 현대는 오히려 영양과다를 걱정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Lit-Hung Leung의 주장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현대에 적용되긴 힘들다. 다른 논문도 보자.



비교적 최근인 2012년 Journal of Cosmetics에 실린 논문이다. 인종별로 실험 군을 모아 10명에게 총 8주간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판토텐산을 경구 투여했을 때 얼굴의 여드름 수 변화를 측정했다. 전반적인 수치를 보면 실험 초기 측정값이 20여 개였던 것이 8주 후 10여 개로 줄어든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CoA 대사가 관여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여드름 숫자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다. 이것만 보면 Lit-Hung Leung의 이론을 증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재밌게도 논문에는 '이 효과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이해되지 않는다'라는 의견도 함께 적혀있다. 다시 말해 판토텐산 자체가 CoA 대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긴 한데 CoA가 피지 분비와 여드름과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더불어 이 실험의 한계점 역시 적시하고 있다.




해석하자면 연구 표본이 워낙 적은 데다 실험 군만 있고 대조군이 없어 이 연구 결과가 딱히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 게다가 실험 참여자의 생활 습관을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드름의 개선이 판토텐산 복용 때문인지 다른 생활습관의 변화 때문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라는 것이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런 실험은 100번을 해도 신뢰도를 얻을 수 없는 아마추어적인 실험이다. 이를 근거로 판토텐산이 여드름에 좋다고 주장하는 건 어이없는 일이다.


판토텐산보다 더 중요한 것

판토텐산을 먹는 것보다 여드름 감소에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바로 식습관 개선과 화장품 사용을 줄이는 것. 사실 피지 분비는 호르몬에 문제가 있거나 모공이 막혀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은 음식을 먹고 모공을 막는 리퀴드 파데나 자외선 차단제 등을 덜 쓰거나 쓰지 않으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 약을 먹으면 효과가 가장 빠르지만 얼굴이 지나치게 건조해지고 속 쓰림을 유발하기도 하므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초점을 맞추는 것이 조금 더 건강한 방법이다.


여드름은 기본적으로 염증 반응이다. 피지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모공을 막으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염증반응은 프로스타그란딘과 류코트리엔이라는 물질에 의해 악화되는데, 이 두 가지 물질 형성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 것은 육류의 지방이다. 특히 돼지고기, 닭 등의 지방에 많다. 정확히는 아라키돈산이라는 물질로, 이 지방산이 몸에 많이 쌓이면 염증 반응이 지나치게 활성화된다. 무척 서러운 말이지만 여드름이 걱정이라면 삼겹살과 치킨도 먹으면 안 된다. 더불어 기름에 볶거나 튀긴 음식 역시 여드름을 유발한다.

최대한 기름기를 뺀 음식으로 식단을 짜고 얼굴을 덮는 화장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여드름 피부를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스트레스도 안 받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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