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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윤별경 Dec 06. 2024

아빠하고 나하고~~

아찔한 경험.



에서 오랫만에 휴가나온

아버지께서

(아버진 직업군인이셨어요)

"대구큰집에 갈 건데, 

니도 갈래?"

겨울방학이라 흔쾌히 따라

가겠노라나섰다.


우리 면(面)에 있는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아버지를 따라가면서

'버스 타 동부정류장까지

1시간 내에 도착하데,

기차타면 나가는 역마다

정차해서 1시간 훨씬 넘던'

생각하며 투덜투덜거렸다.


이렇게생긴 비둘기호였답니다.


기차를 타니 꽤 많은 분들이

앉아있어서 나는 서서 가야 했다.


그날은

큰 도시의 장날이었는지,

어떤 할머니의 따리에서

닭들이 푸드덕 푸드덕

기차 안에는 닭털들이 날렸고

은 상인들이 시장에서 파실

물건들을 싣고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여 기차 안 장터였다.


앉아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더 투덜거렸다.

"버스 타고 갔으면 좋았을 데"


"봐라. 재미있쟎어.

소하고 돼지 안 탄 게 어디냐?

그만 투덜거리고 조용히 가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꼬인 속이 그랬던 건지,

아침에 먹은 고등어문인지,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버지께 화장실 갔다 오겠노라고

이야기한 뒤 화장실문을 여니

달리는 기찻길이 훤히 보이는

변기가 어지럽고 아찔했다.


팬티에는 빨간 피가 묻혔고,

휴지를 닦으니 피가 묻혀 나왔다.

순간 너무 무서웠다.

변기밑의 철커덩거리는 보이는

선로들이 무서운 게 아니다.


6학년도 안되었는데

내가 생리를 하다니!


언니둘이나 있어

생리하는 걸 일찌감치 보았고

어떤 느낌인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되니 겁이 났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아버지께 슬며시 다가갔다.

마침 아버지 옆자리에 비워있어

아버 앉아라 했지만

혹여 바지에 묻을까 앉을 수가

없었다. 겨울이라 두꺼운

보라색골덴바지를 입어서

다행이다 싶은 나였다.


사람들이 역마다 많이 내려

한산해 조용히 아버지

이야기를 하였다.


"아지. 동대구역 다 와가요?"

몇 분 걸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난 울먹울먹 거리는 목소리로,

"아지 집에 가면 좋겠어요"

많이 아프냐고 물어셨다.


"제가 멘스 해요. 처음이라

준비이 왔는데, 집에 가시더"

아버지 놀라셔서

"조금만 있으면 동대구역이니

기다려봐라. 울지 말고"


동대구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큰집 근처 신암동에 있는

'강남약국'으로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들어가셨다.


 "우리 막내딸인데,

 오늘 처음으로 멘스를

해서 필요한 거 이소"


내 생애 처음으로 '생리대'라고

부르는걸 손에 쥐어졌다.

약사님께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고

난 서서히 얼굴이 빨개져갔다.


아버진

"야가 많이 놀랐을 건데,

우황청심원도 주이소"

그렇게 난 처음으로 우황청심원

까지 먹어야 했다.

큰집 오빠와 올케언니에게

부리나케 인사하고 화장실로

향하였다.


큰집에서 자고  계획이었으나,

아버진 집에 일 있어서

가야 된다며 저녁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덜커덩 거리는 기차 안에서

힘들고 놀랬을 나에게

아버진 군대에서 재미났던

이야기. 월남전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셨다.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이기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잡다한 이야기 끝에,

"네가 태어난 날 잊지 못한다.

다행히 아지가 휴가라서

너 태어난 날 기억한다.

네 오빠도, 네 언니들 태어날 땐

지가 없었다.

아부지 43살 되어서야

자식 태어나는걸 처음 봤다.

예쁜 꽃들이 피어있던

5월 이어서 좋았다.


언니들하고 나이차이 

엄마는 또 딸일까 봐 널 낳지

않을 거라 했었는데,

지가 낳자고 했다.

중간에 자식하나 5살까지 키워서

홍역으로 보내고 니 엄마가  

실어증 걸릴정도로 힘들어했어도,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가 태어나던 날

아부지는 잊지 못한다.

이리 잘 커주어서 좋다"


어린 나였지만, 그날 난

아버지의 속마음을 알게되었다.

기차역에서 내리니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하늘을 보니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거렸다.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엄마와 작은언니를 보며

울면서 달려간 나였다.


하얀제복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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