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남긴 흔적

2021. 1. 5.

by 그런썸

졸업식을 하고 빈 교실에 출근을 했다. 아직 떼지 않은 풍선을 보니 어제의 여운이 느껴졌다. 새로 학급이 배정되고 아이들의 명단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2월이니 그때까지 소중한 평화의 시간을 만끽하기로 했다. 주섬주섬 아이들이 남기고 간 편지를 펴 보았다. 한 편지글 말미에 '언제까지나 좋은 사람들을 보며 행복하셨으면 해요'라는 글귀를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이 아이의 마음은 어디까지 가 보았기에 이런 문장을 썼을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아이였는데 '한참 불완전한 존재로 중학교에 간다'라고 했다. 아이는 알까. 우리가 죽을 때까지 불완전한 존재란 걸. 친구 문제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서 교실에 남았을 때 그 아이도 나도 답을 찾기 어려워서 언저리만 돌았던 서툰 우리의 대화를 기억할까. 교실을 정리하다 말고 밴드 톡으로 긴 답문을 보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수많은 어른을 만난다. 자신에게 단 한 사람이 되어 줄 어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었을까. 아마도 그냥 스쳐 가는 어른 중에 하나일 터. 상처나 주지 않았으면 다행인 것을. 무슨 욕심을 부려 특별하게 기억되길 바라겠는가.


나 또한 무수히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좌절하고 번민하고 울고 웃으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교실 모니터에는 작년에 졸업한 아이들의 이름이 떼어지지 않고 아직 붙어 있다. 그 아래 올해 졸업한 아이들의 이름을 새로 붙였다. 아이들이 나에게 남기고 간 흔적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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