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갱년기는 처음이지?
갱년기를 겪는 여자들이 가장 불편함을 호소하는 부분은 소화 기능의 저하다. 여성 호르몬의 감소는 자율신경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위와 장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예전만큼 많이 먹지 않아도 소화가 되지 않는다. 초저녁에 먹어도 다음 날 아침까지 속이 불편할 때도 많다. 기름지거나 맵고 짠 음식을 먹으면 다음 날 아침에 얼굴이 붓는다. 생각 없이 과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온종일 배가 아프다.
나는 살면서 남보다 탁월한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소화력’이다. 우리 집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5남매였다. 어릴 적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면 우리 5남매는 치열한 경쟁을 하며 먹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밥상에 늦게 앉는 날이면 맛있는 반찬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뿐인가. 음식을 꼭꼭 씹어 먹기보단 꿀떡꿀떡 삼켜야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어릴 적 치열한 훈련 덕분에 나는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자주’ 먹을 수 있는 소화력을 가지게 되었다.
친구들은 나를 ‘소’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몸매에 어떻게 그 많은 음식을 그렇게 빨리 먹어 치우냐고 물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장난스럽게 “지금 꿀떡꿀떡 먹어 뒀다가 나중에 소처럼 되새김질을 한다”라고 답한다. 가리는 음식도 없을뿐더러, 식탐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엇보다 어릴 적부터 단련된 소화력은 살이 잘 안 찌는 몸을 가지게 해 주었다.
그랬던 내가 갱년기를 겪으며 이상한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전날 저녁에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하면 다음 날 오전 내내 속에 가스가 차고, 속이 더부룩했다. 그뿐인가. 점심을 많이 먹은 날엔 저녁에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고, 식후에 꼭 챙겨 먹었던 카페라테와 조각 케이크를 마다하는 일이 생겨났다. ‘돌도 씹어 먹을 소화력’을 자랑하던 내가 남보다 더 적게, 느리게, 천천히 음식을 먹어야 소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덤으로 먹으면 바로 살이 찌는 몸이 되어 버렸다.
갱년기를 겪고 있는 언니들 역시 이런 소화 기능의 저하에 대해 얘기했다. ‘잘 체한다. 아랫배가 묵직하고 가스가 자주 찬다. 아침에 몸이 무겁다. 소화가 되지 않아 속이 답답하고 순환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든다. 배가 더부룩하거나, 잦은 트림이 난다. 방귀 냄새가 독해진다.’ 물론 갱년기가 아니어도 나이 들어 갈수록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연령에 따른 소화 효소 분비량은 20대에는 60%였다가 60대에 20%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효소의 분비량이 줄어들면 소화도 잘 안 되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 결핍이 오고, 체력이 떨어진다. 효소는 체내 음식물을 초미세 단위로 분해하고 흡수하여 에너지와 영양소를 조직 세포에 공급한다. 무엇보다 효소가 부족하면 장내 유익균이 줄어들고 유해균이 늘어나서 독소가 쌓인다. 이처럼 소화 효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식품으로 소화 효소를 쉽게 섭취할 수 있다. 식전이나 식후에 비타민처럼 한포 먹어주면 떨어진 소화력을 대신해 우리 몸의 소화를 도와주고 속도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럼 ‘나이가 들었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지금, 우리 5남매의 식탐은 사라졌을까?’
정답은 ‘NO’이다. 갱년기가 되어 소화력이 떨어져도, 음식을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우리 5남매가 뭉치는 날이면 우리의 식탐은 다시 살아난다. 음식 앞에선 다들 말수가 줄어들고, 맛있는 건 먼저 먹으려고 매의 눈으로 음식을 노리고 있다. 그래도 같이 먹으면 계란 비빔밥에 김치 하나만 있어도 꿀맛이었다.
하지만 이 왕성한 소화력도 갱년기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갱년기를 같이 겪고 있는 큰언니, 작은언니, 그리고 나. 우리 세 자매는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적게 먹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치킨에 피자 족발을 좋아하는 우리는 배부르게 과식한 날이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얘기한다.
“효소 하나 줘봐! 많이 먹어도 우리에겐 효소가 있잖아!”
갱년기를 겪으며 쇠퇴하는 나의 소화력을 되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이제 나의 소화력은 음식 앞에 ‘더 많이 더 빨리 먹기가 아니라, 더 적게 더 천천히 먹기로 바뀔 것이다.
럽마셀의 오늘의 Tip. 갱년기 소화장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하루 세끼 정해진 시간에 소식을 한다.
2. 밀가루나 인스턴트식품을 줄인다.
3. 저녁에 소화가 안 된다 싶으면 3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한다.
4. 소화에 도움을 주는 음식을 섭취한다.(매실, 무, 배, 양배추, 허브차, 브로콜리, 생강등)
5. 왼쪽으로 누워서 잔다. (역류성 식도염 예방과 소화 촉진에 도움이 된다)
6. 무엇보다 음식을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는다.
(음식을 너무 오래 씹어 먹으면 맛이 없지만 그래도 이제 건강을 생각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