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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소나 Apr 30. 2024

#10. 버티기

성공의 조건: 시간, 반복, 인내

성공의 조건: 시간, 반복, 인내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은 1993년 자신의 논문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발표했다. 그 이론에 따르면, 어떤 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일 3시간씩 10년을 투자해야 한다. 그의 주장에서 성공에 필요한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시간, 반복, 인내(시반인)이다. 성공은 어렵고, 모두 성공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사람이 시반인을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1만 시간이 성공을 보장하는 정확한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반인은 성공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모두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초보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삼십 분만 버티고 포기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한 시간을 버티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같이 공부를 시작한 형이  한 시간 이상 꿈적하지 않고 앉아 있었고, 이미 학원비도 결제했으니 한 달은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삼십 분을 버텨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첫 이 주보다는 앉는 것이 덜 힘들었지만, 여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 재미없는 공부를 한 시간이 넘도록 앉아서 하지?"

"누나 같이 생긴 이 사람도 나처럼 버티기 연습하는 것 같은데?"

"뭐지? 저 아저씨는 왜 하품하면서 공부하는 척하지?"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인다. 그래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나에게 공부도 그랬다. 내가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버티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하다 보니 모든 사람이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한 시간은 열 시간으로 느껴졌고, 똑같은 내용을 수백 번 읽어봐도 한 문장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버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내라는 것을 미국 유학과 박사과정을 경험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앉아 있는 연습을 한 달 동안 했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았다.


"거짓말이네."

"그럼 하루 몇 시간 있었는데? 하루에 한 시간 아니야?"

"글쎄,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나에게 공부는 버티기였다. 우리말 사전에 버티기는 "외부의 압력에 밀리거나 굽히지 않고 맞서서 견디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나에게 "외부의 압력"과 "맞서서 견디는 일"은 주변의 시선과 의심이었다.


"네가 무슨 공부냐."

"공부를 아무나 하냐."

"한 달이 지났는데도 이 정도면 심각하네."

"그냥 포기해라. 넌 안된다."


어느 날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중학교 친구를 신호등 앞에서 만났다. 그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가장 좋은 고등학교에 합격한 녀석이었다.


"야, OO! 잘 지내? 너 검정고시 한다면서?"

"어...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왜 안 갔냐? 그래도 어디라도 가지."

"알잖아. 내가 무슨..."

"그래, 아무튼 반갑다. 또 봐."


그 녀석은 정말 내가 반가웠을까? 자기가 뭘 안다고 "어디라도 가지"라고 훈수까지 두는 걸까? 그의 말과 행동에 나는 모멸감과 부끄러움을 느꼈고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검정고시생 OO!"

"고등학교도 못 간 OO!"

"실패자 OO!"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못 한 패배자 OO!"


오기가 생겼다. 내가 그 녀석보다 못한 것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받아쓰기를 못 봐서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아봤고, 새벽에 일어나서 성경 쓰기와 암송을 했으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약과 공장을 다녔고, 6학년 때는 동네 슈퍼마켓을 훔치다가 경찰서도 갔다 왔다. 중학교 3학년 때 신문 배달도 했다. 내가 그놈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 바로 인내였다. 끈기였다. 버티기였다.


나는 다시 책상에 앉았다. 한 시간이 오십 분, 사십 분, 그리고 삼십 분으로 느껴질 때까지 버티고 버텼다. 두 달째가 되던 날 책의 내용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해가 되니 문제가 풀렸다. 그렇게 나는 공부했고, 계속 공부했다. 아니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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